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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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인의 다정함을 소개하며 작가는 말한다.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동물 따위는 없다. 더 높은 인간과 그를 섬겨야만 하는 낮은 인간이 없는 것처럼.˝ 84p

고대 아이깁투스의 부바스티스 시민은키우던 고양이가 자연사하면 상복을 차려입고 눈썹을 깎아 애도를 표했다고 한다. - P71

부바스티스 시의 고양이 장례에 대한 내용은 헤로도토스의 <역사>에도 실려 있다. 부바스티스 시민은 고양이를 비롯해 여러 동물에게 예우를 갖췄다. 함께 기르던개가 죽으면 주민이 머리카락을 비롯한 온몸의 털을 깎았으며, 따오기나 매를 죽인 자는 반드시 사형에 처했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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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시를 쓰는 사람이지 시를 논하는 사람이 아니며, 막상 시를 논하게 되는 때에도 그는 시를 쓰듯이 논해야 할 것이다.˝ <시여, 침을 뱉어라> 10p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400번, 김수영의 시론을 엮은 책이다. 평소 시에 대한 동경을 갖고있는 터라 제목을 봤을 때부터 기대하고 기다렸다.

1. 시, 새로움으로 추구하는 자유

˝시여, 침을 뱉어라.˝라는 말은 아마도 시의 형식이니 내용이니 논하는 것 부질없으니, 그 모든 것에 모욕을 주듯 오직 새로움을 추구하라는 일갈로 들렸다. 시어에 입혀진 수사적이고 정형화된 이미지들을 걷어내라는 뜻이었을까.

금지된 것이 많은 시대에 포로생활까지 했던 사람으로서 금기를 깨라는 그의 외침은 어떤 힘을 지니고 있다.
˝정치적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개인의 자유도 인정하지 않는다. ‘내용‘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형식‘도 인정하지 않는다.˝ 14p

새로움을 강조한 것은 습관처럼 써오던 언어 사용에는 질문없이 받아들인 구습이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언어가 없는 사회는 단순한 전달과 노예의 언어밖에는 갖고 있지 않다.˝ 52p

다소간은 자유가 이뤄졌고, 어느 부분은 시간이 흘렀나 싶게 여전한 것 같은 이 시대를, 시인 김수영이 보면 무어라 말하려나.

2. 예술과 정치
21세기 오늘날, 검열이 있는 것도 군부독재가 서슬퍼런 것도 아니지만, 어쩐지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는 일은 예술가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닐테다. 상대를 향한 공격이 무자비하다고 느끼는 일반인도 쉽지 않다. 훨씬 엄중한 시대였을텐데 김수영은 말한다.

˝이번 4.26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통찰하지 못하는 사람은 미안하지만 시인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데...그런 시인이나 이런 교감은 모두 다 모름지기 이승만의 뒤나 따라가 살든지 죽든지 양자택일하여라.˝122p
˝시대의 윤리의 명령은 시 이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거센 혁명의 마멸 속에서 나는 나의 시를 다시 한번 책형대 위에 걸어 놓았다.˝ 123p
˝그러나 진정한 문학의 본질은 결코 한시에만 받아들일 수 있는 애완의 대상이 아니며, 오히려 오늘날과 같은 개혁의 시기에 처해 있을수록 그 가치가 더한층 발효되는 것이라는...˝ 125p

3. 인간 김수영
이외에도 파스테르나크니 레이몽 크노니 보들레르니 해외 문학을 두고 끊임 없이 공부한 것, 시로 돈 버는 일, 술집을 전전하는 일 등 재밌는 문장이 많았다. 역시 시인의 산문, 좋다.

아는 것이 워낙 미천해 제대로 이해한다 말한 순 없어도 지경을 넓힌 느낌이다. 이제 그의 시 전집을 집으러 얼른 일어나야겠다.

다만 하나, (시론이야 어려워서 이해가 어렵다지만) 정말 미스테리가 있다. 이 부분 이해가는 분 계신가요?🤔
˝...일본 번역책으로 읽었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읽고 나자마자 즉시 팔아 버렸다. 너무 좋은 책은 집에 두고 싶지 않다. 집의 서가에는 고본옥(헌책방)에서도 사지 않는 책만 꽂아 두면 된다.˝ 185p



바로 지금 이 순간에 해야 할 일은 이 지루한횡설수설을 그치고, 당신의, 당신의, 당신의 얼굴에침을뱉는 일이다. 당신이, 당신이, 당신이 내 얼굴에 침을 뱉기 전에-자아 보아라, 당신도, 당신도, 당신도, 나도 새로운 문학에의 용기가 없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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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2022-03-28 14:3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 경우에, 너무 좋은 책은 집에 두지 않고 중고서점에 판매합니다. 다른 누군가도 그 책을 읽어주었으면 좋겠거든요. 집의 서가에는 중고서점에서도 사지 않는 제 전공분야의 책들을 정리해둡니다. 그러한 책들은 가지고 있지 않으면, 정작 필요할 때 구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요 🙂

호두파이 2022-03-28 18:09   좋아요 3 | URL
아하! 그런 마음이 있군요. 욕심이 많은 터라 그렇게 생각 못했어요😆 설명 감사해요~
 

내 책장을 돌아보게 하는 구절, 내 책장은 무슨 인상을 남기려나.

남겨진 책을 보면서 죽은 이에 대해 생각한다. 서가에 꽂힌 압도적인 양의 책, 지독하게 읽으면서 이 생을 건너간 사람이다. - P87

서가는 어쩌면 그 주인의 십자가 같은 것은 아닌지. 빈 책장을 바라보자면 일생 동안 그가 짊어졌던 것이떠오른다. 수많은 생각과 믿음,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인생의 목표와 그것을 관철하고자 했던 의지, 이끌어야 했던 가족의 생계, 사적인 욕망과 겸한 취향, 기꺼이 짊어진 것과살아 있는 자라면 어쩔 도리 없이 져야만 했을 세월.
그는 이제 십자가 같은 서가만 남기고 홀홀 가버렸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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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라캉은 말했다. 내가 봄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게 된 것도 책에서 만난 문장 때문이었다.

겨울에는 봄의 길들을 떠올릴 수 없었고, 봄에는 겨울의 길들이 믿어지지 않는다. (김훈, <자전거여행>중에서)

당시 이 구절을 두고 이야기 나누던 산 길의 정경과 봄 냄새와 당신의 목소리를 기억한다. 봄기운 실린 비가 조용히 내리는 오늘, 문득 떠오른 문장이 봄을 알리고 있다.

1. 봄, 화려한 수런거림 -녹색이 얼마나 다양한지, 꽃잎부터 터트리는 나무들은 어찌나 화려한 색을 지니고 있는지. 숲 속에는 조용한 흥분이 흐른다. 글자로만으로도 화려한 색들이 보일 듯 하다.

˝눈 녹은 해토에/마늘 싹과 쑥잎이 돋아나면/그때부터 꽃들은 시작이다 // 2월과 3월 사이/ 복수초 생강나무 산수유 진달래 산매화가 피어나고/ 들바람 씀바귀 제비꽃 할미꽃 살구꽃이 피고나면˝ (박노해,<꽃은 달려가지 않는다>중에서)

죽은 것 같은 마른 가지를 뚫고 올라오는 것은 단단한 강철이 아니라 연약한 잎새다. 새싹을 보며, 희망을 놓고싶지 않은 사람들은 봄을 사랑하고야 만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안간힘을 본다. 악력을 다하는 생의 의지를 본다. 이제 막 움트고 있는 생명, 서서히 활착하며 약동을 준비하는 씨앗, 그러나 울음도 노래도 아닌 무엇, 그것은 들리지 않는 가장 큰 소리다.˝ (안리타,<쓸 수 없는 문장들>, 25p)

2. 봄의 흥취 -다음 봄은 백수가 되어 철처하게 봄을 즐길 은밀한 계획을 품고 있는 사람으로서, 봄소풍은 필수의례라 주장해 본다. 꽃그늘 아래에서 도시락 먹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선뜻 동의해 줄 것이라 생각하며.

˝봄이 되자 세상은 꽃 피었다. 이렇게 꽃이 많았나 싶어 매일같이 꽃을 보러 산보를 다녔다. 도시락을 싸서 들판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한참 책을 읽었다.˝(양다솔,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18p)

꽃놀이가 얼마나 필수냐하면, 여기엔 고금이 따로 없다는 증거도 있는 것이다. 규약집까지 지어가며 봄놀이에 진지했던 선조의 지혜를 받잡고 싶어진다.

˝부슬비나 짙은 안개, 사나운 바람도 가리지 않는다. 일년 중 봄놀이에서 비가 오고 안개가 끼고 바람 부는 날을 빼면 놀에 좋은 날이 대단히 적기 때문이다.˝ (<팔도유람기>, 봄나들이 규약, 47p)

물론 규약집 없이도 좋아하는 사람과 봄 길을 걷는 것만도 충분하다.
˝귤꽃이 피거나 무화과가 여무는 밤, 국수 한 그릇에 막걸리 한 병 마시고 딸과 조잘조잘 돌아오는 길을 좋아한다. 은근한 취기가 은은한 달빛에 섞이고 봄밤의 수더분한 공기 속에 달콤한 귤꽃 향기가 번지면 ‘지금 어째 좀 행복한 것 같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인데, 그런 순간의 그 머쓱한 행복감을 사랑한다.˝ (영롱보다 몽롱, 38p)

3. 봄의 슬픔 -아름답고 경이로운 봄, 봄에는 슬픔이 아른거린다.

˝그러나 그때가 바로 고독이 자라나는 시간입니다. 왜냐하면 고독의 성장은 소년들의 성장처럼 고통스러우며 막 시작되는 봄처럼 슬프기 때문입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봄이 슬픈 이유는 봄의 생명력이 죽음과 너무 가깝기 때문일까.

˝아,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미나리아제비의 곱슬곱슬한 새싹도/겨울이 결코 죽이지 못하는 가시양귀비도/당신에게 가르쳐주지 못한단 말인가, 녹아가는 땅과 엷은 눈을 뚫고서/언덕들 사이로 안개를 내몰고 있는 사월의 태양 속으로 되돌아오는 방법을?˝(빈센트 밀레이, <정원의 봄>중에서)

아름다운 봄은 참 짧다. 아름다움은 필연적으로 짧은 것인가, 짧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인가. 선후를 명확히 가르지는 못하지만, 봄을 사랑할 때는 봄이 지는 슬픔까지 사랑하고야 만다는 점은 확실하다.

˝떨어지는 꽃들을 슬퍼할 것/실컷 슬퍼하고 실컷 그리워할 것/그러고 나서 다음 계절로 굳건히 나아갈 것˝(안리타,<쓸 수 없는 문장들>,34p)

마지막으로, 긴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지금까지 읽어온 책들이 각각 어느 계절을 맞아 움트길 바라며.
˝책은 씨앗과 같다. 수세기 동안 싹을 틔우지 않은 채 동면하다가 어느 날 가장 척박한 토양에서도 갑자기 찬란한 꽃을 피워내는 씨앗과 같은 존재가 책인 것이다.˝(칼 세이건, <코스모스>,559p)



p.s. 봄이 오면 생각나는 문장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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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3-26 2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참 봄에 대한 문장을 생각해보려고 했는데 확 안떠오르네요 😅
그래도 이렇게 봄에 대한 글을 보니까 좋네요 ^^

호두파이 2022-03-26 22:44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맘에 드는 문장과 함께 올 봄은 반짝이는 기억 많이 만드시길💐🌸🏵💮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라캉은 말했다. 내가 봄이 가장 좋다고 단언하게 된 것은 책에서 만난 문장 때문이었다.

겨울에는 봄의 길들을 떠올릴 수 없었고, 봄에는 겨울의 길들이 믿어지지 않는다.

(김훈, 자전거여행)

 당시 이 구절을 두고 이야기 나누던 산길의 정경과 봄냄새와 당신의 목소리를 기억한다봄기운 실린 비가 조용히 내리는 요즘떠오르는 문장들이 봄이 오고 있다고 알리고 있다뒤적뒤적봄 맞이 할 문장들을 엮어보기 위해 짧은 독서기록을 되짚어본다.


 

봄에는 화려한 수런거림이 있다.

녹색이 얼마나 다양한지 새삼 느끼고, 꽃나무 밑에서는 그늘에도 색이 어른거리는 것 같다. 이 조용한 흥분 때문에 봄이 좋다.

 

눈 녹은 해토에서

마늘 싹과 쑥잎이 돋아나면

그때부터 꽃들은 시작이다

 

2월과 3월 사이

복수초 생강나무 산수유 진달래 산매화가 피어나고

들바람꽃 씀바귀꽃 제비꽃 할미꽃 살구꽃이 피고 나면

 

3월과 4월 사이

수선화 싸리꽃 탱자꽃 산벚꽃 배꽃이 피어나고

뒤이어 꽃마리 금낭화 토끼풀꽃 모란꽃이 피어나고

(박노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434p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중에서)


산천초목이 온갖 색으로 잔치를 벌이는 풍경이 절로 그려진다. 이런 날에 액정만 쳐다보는 일은 너무한 사치가 아닐까.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조은, <언젠가는중에서


 봄에는 흥취가 있다.

다채로운 색과 진한 꽃향기가 도처에 울리는 봄날, 봄이 오면 소풍이다. 다음 봄은 백수가 되어 철처하게 봄을 즐길 계획을 은밀히 세우는 중인 사람으로서, 봄소풍은 필수의례라 주장해 본다. 진달래 꽃그늘 아래에서 도시락 먹어 본 봄날의 백수들은 이해해줄 것이다.

 

봄이 되자 세상은 꽃피었다. 이렇게 꽃이 많았나 싶어 매일같이 꽃을 보러 산보를 다녔다. 도시락을 싸서 들판에 돗자리를 깔고앉아 한참 책을 읽었다. (양다솔,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18p)

꽃놀이에는 고금이 따로 없다. 규약까지 지어가며 봄놀이에 진지했던 이들도 있었으니. 나도 선조의 지혜를 본받이 규약집 하나 만들 친구도 갖고 싶어진다.

 

부슬비나 짙은 안개, 사나운 바람도 가리지 않는다. 일년 중 봄놀이에서 비가 오고 안개가 끼고 바람 부는 날을 빼면 놀기에 좋은 날이 대단히 적기 때문이다. 빗속에서 노는 것을 꽃 씻는 일이라 하고, 안개가 자욱할 때 노는 것을 꽃을 촉촉이 적시는 일이라 하며, 바람 불 때 노는 것을 꽃을 보호하는 일이라 이름 붙인다.(팔도유람기, 권상신, 봄나들이 규약, 47p)

물론 규약집 없어도 좋아하는 사람과 봄길을 걷는 것도 충분하다. 어떤 글은 너무 생생해서 봄 밤의 향기가 맡아지는 것 같다.

 

귤꽃이 피거나 무화과가 여무는 밤, 국수 한 그릇에 막걸리 한 병 마시고 딸과 조잘조잘 돌아오는 길을 좋아한다. 은근한 취기가 은은한 달빛에 섞이고 봄밤의 수더분한 공기 속에 달콤한 귤꽃 향기가 번지면 지금 어째 좀 행복한 것 같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인데, 그런 순간의 그 머쓱한 행복감을 사랑한다. 내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 취기 어린 봄밤을 애틋이 떠올릴 것만 같은, 그런 슬프고 간즈러운 기분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영롱보다 몽롱, 38p) 

 봄에는 슬픔이 있다.

아름답고 경이로운 봄. 봄에는 슬픔이 아른거린다. 벚나무 밑에서 이유도 모른 채 울컥하게 하는 이상한 느낌이 있다.

 

그러나 그때가 바로 고독이 자라나는 시간입니다. 왜냐하면 고독의 성장은 소년들의 성장처럼 고통스러우며 막 시작되는 봄처럼 슬프기 때문입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봄에 깃든 슬픔은, 죽음과도 같았던 겨울에서 기어코 살아남아 다시 싹을 올리는 힘 때문일까.

 

,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미나리아제비의 곱슬곱슬한 새싹도,

겨울이 결코 죽이지 못하는 가시양귀비도,

당신에게 가르쳐주지 못한단 말인가녹아가는 땅과 엷은 눈을 뚫고서,

언덕들 사이로 안개를 내몰고 있는 이 사월의 태양 속으로 되돌아오는 방법을?

(빈센트 밀레이죽음의 엘레지 <정원의 봄중에서)

 

너 죽어 땅속에 있을 때에도

장미와 진달래는 피어 있을 것이다

그때에도 여전히벌들로 무거워진

흰 라일락으로부터 햇빛은 밝은 소리가 들리고

(빈센트 밀레이죽음의 엘레지, <중에서)

  

죽음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은 단단한 강철이 아니라 연약한 잎새다. 그 생명력이 경이롭다. 희망을 놓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사랑하게 되는 계절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안간힘을 본다. 악력을 다하는 생의 의지를 본다. 이제 막 움트고 있는 생명, 서서히 활착하며 약동을 준비하는 씨앗, 그러나 울음도 노래도 아닌 무엇. 그것은 들리지 않는 가장 큰 소리이다.

그것을 나는 침묵이라고도 불러보고 삶이라고도 불러본다시라고도 불러보고 신이라고도 불러본다.

(안리타쓸 수 없는 문장들 25p)

그 바보 같은 계집애는 죽음으로써 그로 하여금 생명에 눈뜨게 했다. 하마터면 생명에 눈먼 채 의사가 될 뻔했다. 두려운 일이었다.

현은 그곳을 떠나기 전에 위령탑에 들꽃을 바치고 싶었다그러나 들판에 서려 있는 건아직은 봄의 예감일 뿐 들꽃은 피어나기 전이었다. (박완서오만과 몽상2, 272p)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정의에 대한 인간의 불굴의 의지 속에 존재한다.

파블로 네루다는 그것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그들은 모든 꽃을 꺾어버릴 수는 있지만

결코 봄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장 지글러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171p)

아름다운 봄은 그러나 짧다. 짧아서 아름다웠던가. 아름다운 것들은 필연적으로 짧은 것인가. 아름다움과 덧없음의 선후를 모르더라도, 봄의 시작을 사랑한 이들은 봄이 지는 슬픔까지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떨어지는 꽃들을 슬퍼할 것,

실컷 슬퍼하고 실컷 그리워할 것,

그러고 나서 다음 계절도 굳건히 나아갈 것.

(안리타쓸 수 없는 문장들 34p)

편안한 바위에 앉아 바람의 애무를 즐길 일이다. 바닷물에 발 담그고 그 상쾌하고 장난스런 감촉을 즐길 일이다. 아내를 꼭 껴안아 따뜻함을 전해줄 일이다. 남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줄 일이다. 부모님과 근사한 사진관에서 지기 직전의 벚꽃과도 같은 아름다움을 남겨둘 일이다. (강신주,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

 

마지막으로,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지금까지 읽은 책들이 각각 어느 봄을 만나 움트길 바라며.

평범한 식사 한 끼의 비용이면 로마 제국의 흥망, 종의 기원, 꿈의 해석 등 모든 사물의 본질과 정체를 깊이 사색할 수 있는 책을 사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책은 씨앗과 같다. 수세기 동안 싹을 틔우지 않은 채 동면하다가 어느 날 가장 척박한 토양에서도 갑자기 찬란한 꽃을 피워 내는 씨앗과 같은 존재가 책인 것이다.(칼 세이건, 코스모스, 55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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