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을 꿈꾼 독서가들 - 불온한 책 읽기의 문화사
강성호 지음 / 오월의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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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꾼 꿈, 책을 쓰며 이루고자 한 꿈이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다음 단어들에 매혹되는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비밀˝, ˝책˝, ˝독서회˝, ˝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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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것들이 가는 도시가 있다.
온갖 것들이 모이는 곳, 그곳의 주인이 그것들을 돌보는 방식이 그림과 함께 멋지게 펼쳐진다.


*거듭 읽기 좋은 책

비유적이라 두 번, 세 번 읽으면 보이는 것이 늘어나는 재미가 있다. 가볍게 흘려보낸 문장이 다시 보면 다른 의미로 읽힌다. 거울을 마주하는 장면이나 잊혀져 떨어진 행성을 치유하는 부분은 자꾸만 다시 보게 된다. 돌봄의 방식이 대상마다 달라지는 데, 그 안에 대상이 대한 고찰이 담겨 있다.

작중 화자를 찾는 일도 흥미있다. 책 시작에 화자는 한 소녀가 샤라는 도시로 가라고 말하는 것을 듣는다. 그곳에서 도시와 도시의 주인을 우리에게 전달해주지만 자신이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과연 누구일까.


*잊지 말아야 할 것과 잊어야 할 것

샤의 주인은 아침마다 도시에 떨어진 잊혀진 것들을 분류한다. 잊혀진 모든 것을 돌보지는 않는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 곁에 두고 돌봐야 하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하게 된다.

환상적인 상상력, 독특한 분위기의 그림, 시처럼 읽히는 문장들이 어우러진 책. 여행을 다녀온 것만 같은 책읽기였다.












까마귀는 거울을 발견할 때마다
돌처럼 굳어 버렸고,
하던 일을 모두 멈추었습니다.
마치 거울에 비친 무언가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자신조차 잊고 있었던 무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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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을 반주삼은 자신만의 춤




칼 세이건 Carl Sagan이 ‘햇살에 흩날리는 먼지‘라고 표현했던 지구는 장차 불모지로 변할 우주에 핀 무상한 꽃이다. 지구뿐만이 아니다. 가까이 있건 멀리 있건, 우주의 모든 물질은아주 잠깐 동안 존재하면서 쏟아지는 별빛을 반주 삼아 자신만의 춤을 추고 있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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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하게 맑고 따뜻한 봄날이네요

4.3이 왜 일어나고 뭘 원했던가.
제주도민이, 어떻게 죽어갔던가.
그것을 모르고서는역사의 한 줄도 나가지 못한다. 그러지 않고는 제주도의 진짜 풍경을 보았다 할 수 없음을.
- P238

박진경, 그는 연대장 취임 때
 "폭동 사건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 30만을 희생시키더라도 무방하다"는 발언까지 한 인물로,전임 김익렬 연대장의 증언록에 기록된 사람이다. - P82

그리고 국무회의 자리에서
"가혹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제주4-3사건을 완전히 진압해야 한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미국의 원조가 가능하다"는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는 무슨 의미인가.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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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슬픈 날, 아름다워서 슬픈 곳
난분분 꽃잎 떨어지는 날이 곧 올 시기다. 추위 뚫고 올라온 꽃잎이 봄햇살 무게를 못이기고 떨어지는 풍광이 슬프고 아름다울 것이다. 이 아름다운 날, 생각나는 일이 있어, 목울음이 자꾸 올라오는 계절이다.

˝제주도의 사월은 참으로 화사한 유채꽃으로 온 섬을 물들이지만 그것이 비린 아픔이란 것을 아는지.˝<제주4.3을 묻는 너에게> 14p

˝...통꽃으로 툭툭 떨어지는 그 잔인한 낙화는 어쩔 수 없이 나에게 목 잘린 채 땅에 뒹굴던 그 시절의 머리통들을 연상시키는 것이다.˝ <지상의 숟가락 하나>79p

제주공항, 모슬포, 정방폭포, 곶자왈, 성산포, 제주의 곳곳. 멋모르고 웃으며 사진 남기던 장소들에 핏빛 절규가 흐른 일이 있었음이, 너무 늦게 마주한 것이 가슴 아프다.


*폭도, 빨갱이
˝거지 꼴의 그 허약한 노인, 아낙, 아이들이 이른바 ‘폭도‘였다. <지상의 숟가락 하나> 81p

˝젖먹이 아기도? / 절멸이 목적이었으니까.
무엇을 절멸해?/빨갱이들을.˝ <작별하지 않는다> 220p

˝...숨이 끊어진 젖먹이를 젖은 부두에 놓고 가라고 경찰이 명령한 겁니다. ... 그 여자 목소리가 가끔 생각납니다. 그때 줄 맞춰 걷던 천 명 넘는 사람들이 모두 그 강보를 돌아보던 것도.˝ <작별하지 않는다> 267p

˝...갓난아기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광기가 허락되었고 포상되었고, 그렇게 죽은 열 살 미만 아이들이 천오백 명이었고, ...˝ <작별하지 않는다> 317p

*옮기지 못하겠는...
사건의 발단과 과정을 따라가본다. 어이없고 가당찮은 비상식들이 수없이 이어진다. 의문과 울분과 한탄과 두려움으로 속이 아프다. 수사적으로가 아니라 정말 물리적으로. 그 모든것을 하나하나 옮기고 싶고, 또 옮기지 못하겠고, 하며 앓는다.

˝나는 바닷고기를 안 먹어요. ... 그 사람들을 갯것들이 다 뜯어 먹었을 것 아닙니까.˝ <작별하지 않는다> 225p
˝그해 고구마 농사는 풍작이었다. 송장거름을 먹은 고구마는 목침 덩어리만큼 큼직큼직했다.˝ <순이삼촌> 93p


*슬픔을 아는 아름다움

봄꽃의 슬픔을 말하는 나에게 지인은 꽃이 져야 열매 맺는 것 아니냐 한다. 지난 엄혹한 시기의 찬바람에 져 버린 그 많은 사람들이 맺어 남겨준 씨앗. 미약한 일이지만 잊지 않는 것으로 씨앗을 지켜보고자한다. 튼튼히 자라도록. 외면하지 않으려 노력한 이들의 마음씨에 기대어 건너가보려 한다.

˝잊지않겠다고 생각했다. 이 부드러움을 잊지 않겠다.˝ <작별하지 않는다>
˝생의 모든 소중했던 굴곡들을 기어 통과할 때에, 저는 당신의 예술을 많이 의지했습니다. 슬픔을 아는 아름다움만큼 가치있는 것은 없으니까요.˝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18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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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4-02 2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일 이군요.

호두파이 2022-04-02 23:11   좋아요 1 | URL
네, 몇 분 후면 또 한 번의 4.3이네요. 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그레이스님. 의미있는 아름다운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4-02 23:16   좋아요 1 | URL
호두파이님도 그런 하루 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