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어떤 태고의 것처럼 현대 세계의 소음 속으로 뛰어나와 있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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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 우리가 보는 것들
피터 멘델선드 지음, 김진원 옮김 / 글항아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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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아무것도 완성되지 않았다.˝

내가 "안나 카레니나를 묘사해보시오"라고 말한다면 여러분은 안나가 아름답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책을 꼼꼼하게 읽었다면 "속눈썹이 짙다"거나 몸무게가 어떻다거나 코밑에 수염이 송송 났다고말할지도 모른다. 맞다. 코밑에 수염이 나 있다. 매슈 아널드는 "안나의 어깨, 그리고 풍성한 머리카락, 그리고 반쯤 감긴 두 눈.......에 대하여 언급한다.

그러면 안나 카레니나는 어떤 모습일까? 매우 낯익은 어떤 인물이떠오를지도 모르겠다. 인물을 뛰어나게 묘사하면 대개 "아는 여자랑 닮았어요"라고 말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는 실제로 인물을 상상하는 일과는 거리가 있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므로아무것도 완성되지 않았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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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에 대해 쓴 글은 사랑스럽다. 사랑에 빠진 작가의 자세에 끌리고야만다.

˝이곳이 연해주였고 나는 사랑에 빠졌다.˝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도시에서 보냈고, 세상에 대한 개념과 시각이라고는 전부 인공적인 풍경뿐이었던나는 열아홉 살 여름, 출장 간 아버지를 따라 모스크바에 갔다가 녹색의 산들이 바다처럼 출렁이며 햇볕으로 반짝이는 모습을 보았다. 식물로 무성하고빽빽한 채로 이어지는 산의 능선은 극적으로 높이 솟기도 했고 계곡으로 낮게 가라앉기도 했는데, 내가 꼼짝하지 않고 지켜보던 수 킬로 미너 내내 그흐름이 계속되었다. 마음도, 도로도,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이곳이 연해주고 나는 사랑에 빠졌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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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과 불안의 원인을 정치, 문화, 사회 트랜드 같은 
외부 상황으로 돌릴 때 진짜 문제가 발생한다. 
개인의 고난은 집단의 고난이 되고 집단의 갈등은 개인의 갈등이 된다. 개인이 자신의 불만과 충격적 경험을 서로 공유할때 개인의 정체성은 집단의 정체성과 결합되기 시작한다. 집단과 내가 하나되었다는 생각은 집단의 이념과 비전, 명예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바로 이런 식으로 자살 테러범이 탄생한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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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다시 왔습니다.
슬프고 찬란한 순간

봄에는 최초의 앵초꽃과 버들가지가, 마치 침묵의 갈라진 틈으로부터인 듯, 눈에 띄지 않게 살짝 미끄러져나온다. 그 다음에는 마치 일격을 받은양, 사프란과 튤립이 온통 한꺼번에 나타난다. 그 일격에서 어떤 소리가 들렸다고 생각될 정도로 그렇게 돌연히 그 꽃들은 나타나고, 그러나 보라, 그 강렬한 소리는 빛깔로 변해 있다. 붉은, 아주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튤립은 거기서 있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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