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당시 <뉴욕> 역사상 가장 많이 읽힌 기사인 데이비드 퀄리스 웰스의 무시무시한 글, <2050 거주불능 지구>처럼 나를 겁에 질리게 만든 기사조차도 내 양심을 뒤흔들어 놓거나 영원히 양심에 박히지는 않았다. 글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월리스 웰스의 글은 진실을 드러낼 뿐 아니라 재치 있고 재미있었다. 종말론적 예언을 다루는 논픽션만이 그럴 수 있다. 문제는 주제이다. 전 지구적 위기라는 주제는 믿을 수는 있어도 말하기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끔찍하리만치 어렵다. - P44

나는 전 지구적 위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싶다. 나 자신을 이런 사람으로생각하고 있고, 남들이 이렇게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나 자신을 훌륭한 아버지라 생각하고, 남들도 이렇게 생각하길 바라듯이, 나 자신이 시민의 자유, 여성의 권리, 경제 정의, 차별, 동물 복지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남들이 이렇게 받아들이길 바라듯이. 하지만 양심적인 사람임을 과시하고 디너파티에서 신문 논평을 읊듯 떠들 수 있는 나의 정체성은 책임감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골치 아픈 진실을 피해가게 한다. 진실이 반영돼 있지 않고 진실을 회피할 방법을 제공한다. 아예 정체성이랄 수도 없다. 그저그걸 증명해 주는 표식일 뿐이다. - P49

급격한 변화가 요구될 때 많은 이들은 개인이 변화를 일으키기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누군가 애써 봤자 헛 일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진신과는 정확히 배치된다. 개인 행동의헛수고는 바로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 P69

실은 내 진짜 대답은 너무 부끄러워 차마 내놓지 못했다. 치즈와 달걀을먹고 싶은 욕구가 동물 학대와 환경 파괴를 막겠다는 책임감보다 더 강하다고, 나는 다른 이들에게 정작나 자신은 할 수 없는 일을 하라고 말하면서 그런 긴장을 잊으려 했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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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번 월경 전, 월경 중 임신 중 그리고 출산 후에 호르몬으로 인한 감정 기복이 심하다는질책을 받는다. 그리고 바로 그 ‘독성‘ 호르몬으로부터 마침내 해방된 후에는 어떻게 되는가? 이제는 뇌에 문제가 있다는 말을 듣는다. 호르몬을 여성을 평가하는 것은 명백한 인신공격이다. 아니, ‘여신공격이 맞는 표현이려나. 이는 인격살인이며 가부장제의 핵심 교리이기도 하다.

역학적으로 음경의 질 삽입을 통해 음핵을 자극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여성 세 명 중 한명은 질 삽입만으로는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실제로 손가락이나 혀,
섹스토이가 정확성 면에서는 음경보다 훨씬 낫다고 볼 수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박사가 소위 질 오르가슴 또는 ‘성숙한 오르가슴이라고 일컬은 음경 삽입을 통한 오르가슴은 손가락이나 다른 방법으로 음핵을 직접 자극하는 데서 오는 오르가슴보다 우월한 것이 아니다. 프로이트는 음핵이 음핵귀두만으로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몰랐을 가능성이 크며, 이유가 무엇이든 강력한 남성 성기 없이는 진정한쾌감도 있을 수 없다는 그 생각은 해로운 여성혐오적 수사로, 사실이 아니다. 어쨌든 레즈비언 여성이 이성애자 여성보다 성관계 시 더 많은 오르가슴을 느낀다고도 하지 않는가. - P255

목이 마르다고 느꼈다면 이미 탈수 상태인 것이다‘라든가 ‘갈증을 느끼기 전에 미리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러한 거짓 진술들은 게토레이 스포츠 과학 연구소가 만든마케팅의 산물이다. 마케팅의 최종 목표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그럴 듯한 상식이 되도록 만드는것이다. 과학적‘으로 보이는‘ 캐치프레이즈는 건강이 아니라 마케팅 부서의 선전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끊임없는 경계가 필요하다. -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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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된 유서는 약 4000년 전 고대 이집트에서 쓰였다. 이 유서를 처음 번역한 사람은 여기에 ‘삶에 지친 자가 영혼과 벌인 논쟁‘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첫 줄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내영혼에 입을 열어 말한다. 영혼의 말에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어 지은이는 산문과 대화, 시를 오가면서 자살에 등의하도록 자신의 영혼을 설득하려 노력한다. - P11

최초의 유서를 쓴 이가 진짜로 자살을 했는지조차 알 수 없다. "나는 내 영혼에게 입을 열어 말한다. 남자는 이렇게 시작한다. 하지만 영혼은 마지막으로 삶을 포기하지 말라."고 설득한다.
그가 어떻게 대답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영혼과 벌인 논쟁의 결과, 남자가 살기로 마음먹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어쩌면 죽음과 대면하면서 살아남아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를 발견했는지도 모른다. 유서만큼 생의 의지와 닮은 것도 없다. - P14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지 욕조에 빠져 죽었다면 기독교가 널리 퍼질 수 있었을까? 안네 프랑크가 책장 뒤에 숨은 아름다운 소녀가 아니라 냉장고 뒤에 숨은 중년 남자였다 해도일기가 널리 읽혔을까? 링컨의 실크해트, 간디의 허리에 두른 천, 히틀러의 콧수염, 반 고흐의 귀, 마틴루서 킹의 목소리, 그리고 쌍둥이 빌딩이 지구상에서 가장 쉽게 무너진 건물이라는 사실은 역사의 진로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을까?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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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 사실임에도 징징거림으로 취급되어 온 말들.

많은 여성이 심장마비보다는 월경통을 더 고통스럽게 여긴다. 실제로 월경통이 있을 때 자궁의 수축 강도는 출산 2단계(자궁경부가 완전히 열린 순간부터 태아가 만출되는 때까지)의 수축 강도와 동일하다. 그럼에도 월경통을 호소하는 여성들은 몸이 약하다거나 불평이 많다고 여겨지곤 한다. 이런 구조적인 가스라이팅을 접할 때마다 비명을 지르고 싶을 지경이다. - P162

살만 빼면 된다는 처방은 적절한 의료 행위가 아니며 배려도 없을뿐더러, 살핀 여성은 그런 일을겪어도 싸다는 못된 암시가 내포되어 있다. - P177

그런데 우리 몸이 쉰 살의 제니퍼 로페즈의 몸과 같지않으면 그의 몸 역시 타고난 유전적 요인과 엄청난 노력의 결과이기는 마찬가지인데도 사회로부터 평가받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 P130

영양학은 본질적으로 복잡한 학문인데다 식단 치료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수년간의 철저한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잠깐 유행하는 다이어트 방식으로 수십 년의 연구로도 풀지 못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문제는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양이 된다는점이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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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거침없이 하는 그 말,
청자를 남성으로 바꿔서 표현해보고 느껴지는 감정을 500자 이내로 서술하시오.

배란이 끝날 때 끝나는 이유는 그것이 원래의 계획이기 때문이다. 같은 말투를 발기부전에 적용한다면, 페니스가 ‘닳디 닳아서 못 쓰게 됐다‘고 교과서에서 선언하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의학에서 남성들은 온화한 완곡어법과 함께 나이를 먹는 반면, 여성들은 ‘더는 섹시하지 않은 곳‘으로 느닷없어추방된다. - P70

하지만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임신은 여성이 모든 신체적 희생과 고통을 일방적으로 감당해야하는, 그럭저럭 괜찮은 정도의 상황이다. 나는 집 마당에서 사슴 한 마리가 새끼를 낳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어미는 새끼를 낳고 바로 일어서서 일상으로 돌아갔다. 빨랐다. 그리고 최소한의 출혈만 있었다. 눈에 보이는 신체적 손상도 없었다. 게다가, 새끼 사슴은 학교에 갈 필요도 없지 않은가. - P86

인간은 출생 시에 큰 머리와 비교적 좁은 골반-인간을 두 발로 걷게 해주는-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포유동물보다 더 길고 힘든 분만을 겪는다. 지능 그리고 직립보행능력은 다른 임무를 할 수 있도록 두 손을 자유롭게 함으로써 인간에게 엄청난 진화적 이점을 제공했다. 문제가 있다면?
 지능을 위해 필요한 커다란 태아의 머리가 이족 보행에 필요한 좁은 골반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매우고통스러운 과정으로 이때 많은 조직이 손상을 입고 상당한 출혈이 있을 수 있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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