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are one species.
We are star stuff harvesting star light.˝ <코스모스>

학창시절 4월이면 과학의 달이라고 연례행사를 치렀었다. 때에 따라 글짓기, 상상화, 물로켓, 비행기, 발명품, 생태관찰 같은 것들을 번갈아 치를 때는 몰랐다.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재미를. 학창시절에 ‘해야 하는 일‘이 이제는 하고 싶은 일이 되는 경우를 자주 발견한다.

과학을 위시한 공부가 하고 싶어진 데에는 ‘막연히 멀게 느꼈던 마음‘에 ‘번잡한 인생문제와 가장 멀리 떨어진 분야‘라는 두 가지 거리감이 작용한다. 가령 평소에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거대한 우주나 미시계인 양자역학을 보다보면, 다가오는 월요일에 대한 두려움은 잠깐은 잊을 수 있는 법이니까. 이 욕구를 달래기에는 좋은 교양과학서가 적합했다.

˝간단히 말해서, 핵융합 때문에 수축이 중단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안정적인 상태에서 열과 빛을 방출하는 거대한 천제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것을 한 글자로 줄인 것이 바로 ‘별이다.˝ <엔드 오브 타임> 100p

˝양자역학에 의하면 전자는 관측이 실행되지 않는 한 이곳에 존재하는 상태와 저곳에 존재하는 상태가 모호하게 섞인 이상한 상태에 놓여있다.˝ <엔드 오브 타임> 209p

˝관습에 의해 (맛이) 달고관습에 의해 쓰며, 관습에 의해 뜨겁고 관습에의해 차갑다. 색깔 역시 관습에 의한 것이다. 실제로 있는 것은 원자와 진공 뿐이다.˝ <떨림과 울림>

과학자의 시선이 새롭기 때문이기도, 과학자의 시선에서 듣고 싶은 이야기를 읽어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익숙한 한탄이나 불만을 타령조로 하는 일상에 다른 의견으로 충격을 주는 맛이 있다.

˝과학에서의 옳고 그름은 권위가 아니라 실험적 증거로 결정된다.˝ <떨림과 울림>
˝머피의 법칙은 세상이 우리에게 얼마나 가혹한가를 말해주는 법칙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에 얼마나 많은것을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는가를 지적하는 법칙이었던 것이다.˝ <과학콘서트> 47p
˝우리가 감자와 가지를 먹는 까닭은 녹말로 배를 채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녹말 분자의 화학결합 속에 감추어진 태양에너지를 이용해서 생존하기 위해서다. 결국 우리는 햇빛을 먹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 27p

과학자가 말하는 인문학과 삶의 태도가 정말 멋진 것도 매력포인트다. (물론 읽는 이가 문외한인데다 학습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겠지만. 조금이라도 전문적인 내용은 입력이 잘 되지않고, 그나마 건진 것이 이런 부분이다.)

˝이 우주가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가, 그것을 인지하는 인간은  작은 먼지 이상의 존재다, 이런 것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많은 사람과 소통하려는 겁니다.
우리 모두 먼지로서의 자부심 즉 먼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열두 발자국>

˝미꾸라지 같은 직원이 들어와서 갈등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갈등 요소가 많은 직장에서 직원들이 버티고 있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직원은 조직이 썩지 않도록밑바닥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귀한 존재일지 모른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24p

˝빛나는 모든 것들은 아름답다. 그런데 빛은 언제 날까? 에너지를 받을 때인가, 에너지를 버릴 때인가. 이 질문에 에너지를 받을 때라고 대답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오해다. 에너지를 버릴 때 빛이 난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57p

˝과학적 재능이 현실 세계의 문제를해결하는 데 유용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유사성과 은유적 표현으로 설명하고, 색과 질감으로 표현하고, 리듬과 가락으로 상상하는 능력은 인지 가능한 세계를 훨씬 넓고 풍성하게 확장시켜 준다.˝ <엔드 오브 타임> 332p

˝중심핵에서 출발한 광자가 표면층에 도착하는 데 대략 100만 년이 걸린다.˝ <코스모스> 446p

게다가 과학자가 과학서에서 르네 데카르트, 베케트, 나보코프, 비트겐슈타인, 토니 모리슨 등을 아인슈타인이나 슈뢰딩거, 화이트 헤드와 같이 언급하는 부분을 보면 아연하다. <코스모스>에서 아래 문장을 만났을 때도 정말 놀랐다. 정말 세상은 넓고, 지식은 끝없고, 천재는 많구나.
˝우리는 이제껏 지구라는 작은 세상이 들려주는 생명의 노래만을 들어 왔다. 이것은 우주를 가득 채운 생명들이 연주하는 푸가의 한 성부 만을 들어온 셈이다. 자 이제 저 웅장한 우주 생명의 푸가의 남은 성부들에 귀를 기울여보자.˝ 103p

역시 과학은 일 년 중 한 달 정도 푹 빠져볼만한 멋진 세계. 그 세계에서 다음에는 더 많은 것들을 건질 수 있게 되기를 바라본다. 우주의 먼지 같은 존재이면서도 우주를 이해하고자하는 아이러니를 이해할 수 있기를.

˝우리 인간은 모두 별빛을 쏟아냈던 별가루로 만들어진 단일종족이다.˝ <코스모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4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리의화가 2022-04-25 09: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호두파이님 잘 읽었어요 저도 이 책을 읽고 있는데 나름 재미나게 읽고 있습니다 진도는 느리지만^^; 과학서는 종종 읽어줘야 북리스트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호두파이 2022-04-25 13:13   좋아요 1 | URL
저도 편향이 심한 축이라 부러 한 번씩 찾아보게 되더라구요~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진 봄날 오후 보내세요😊

새파랑 2022-05-07 0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두파이님 또 당선이시네요~!! 당선 두배 기쁨 네배~!! 축하드립니다~!!

호두파이 2022-05-07 13:12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당선소식 두 번이나 주시다니요 열배로 감사해요😆 멋진 오월 보내시길~

thkang1001 2022-05-07 1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호두파이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되시길 기원합니다!

호두파이 2022-05-07 13:13   좋아요 1 | URL
의욕이 떨어지고 있었는데 이런 행운이 원동력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2-05-07 17: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호두파이 2022-05-07 18:2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당선 축하드려요ㅎㅎ

서니데이 2022-05-07 20:16   좋아요 1 | URL
저는 당선작 아니예요.
감사합니다.^^

호두파이 2022-05-07 20:27   좋아요 2 | URL
OMG 제가 실례했네요 죄송해요;;;;

2022-05-07 2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두파이 2022-05-07 20:36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도 멋진 주말 보내세요😊

thkang1001 2022-05-07 1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두파이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되시길 기원합니다!

호두파이 2022-05-07 20:35   좋아요 1 | URL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오월 보내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