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 램프의 요정 중고서점에 책을 한 권 사러 갔었다.


니콜라스 터프스트라라는 작가가 쓴 <르네상스 뒷골목을 가다>라고 글항아리에서 나온 책이었다. 아무래도 근처 램프의 요정에 라이벌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찜해둔 책을 독서취향이 비슷한 양반이 와서 싹쓸이 해간다. 아마 그 라이벌에게는 나라는 존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르네상스>를 사러 갔다가 켄 브루언의 <밤의 파수꾼>이 눈에 띄이길래 그 책도 한 권 사려고 집어 들었다. 예전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던 책이어서 책 컨디션을 훑고 나서 바로 집어 들었다.

사단은 그 무렵에 일어났던 것 같다.


어떤 중년 아주머니가 램프의 요정 직원들에게 큰소리를 치고 계셨다. 알고 보니 책을 왕창 팔러 오신 것 같은데 상당한 분량의 책이 매입불가 판정을 받은 것 같다. 당신 말로는 인터넷으로 다 검색을 하고 왔는데 이게 뭐냐고 역정을 내셨다. 내 단골 램프의 요정은 차 가지고 오기가 쉽지가 않아서 보통 팔 책들을 몇 권씩 가져다 파는 경우가 많다. 나도 물론 “뻰찌”를 먹은 적이 많다. 최근에도 내가 보기에는 최상 품질인데, 판정하는 스탭 분이 상등급을 매기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등급이 차이가 나고,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팔지 않으면 된다.


인터넷 검색에서는 오케이 싸인이 떨어져도 막상 현장에서 거부당하는 수도 있다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지 않은가. 그 외에도 책파는 고객에게는 소홀하면서, 구입하는 고객들에게는 너무 친절하다면서 불평이 끊이지 않는다. 당연하지 않은가? 어떤 경우에도 매입자가 갑 아니었던가. 물론 세상사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나도 매입판정을 받기 위해서 기다리다가 보면, 책 사려는 고객에게 먼저 응대하는 경우를 체험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들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졌다.


젊은 스탭분들에게 소리치는 모양을 보면서, 한 마디 해주고 싶었다. 그럼 팔지 않으시면 된다고. 램프의 요정이 무조건 책을 매입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그리고 당신 책장에 있던 책들이 어떤 컨디션인지 내가 보지는 못했지만 소장할 의도가 아니라 팔려고 했다면 내게는 소용이 없는 책이 아니란 말이지 않은가. 그런 책들을 얼마나 신경을 써서 관리를 했을까 싶더라. 매입불가판정이나 등급 판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감안을 하셨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더 억울하셨을까. 인터넷을 아예 믿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많은데, 인터넷 매입가 예비검색을 맹신하신 게 문제가 아닐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러지 말라고 하셨는데, 어련히 알아서 감안하고 있으니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될 것 같다. Don't worry then not to be unhappy, th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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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6-07 18: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을 파는 데 매입가 금액이 적거나, 매입 불가 판정을 받아서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들은 책을 ‘돈’으로 봅니다. 책을 팔아야 돈이 생기잖아요. 특별한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책을 파는 일이 있어요. 그렇지만 돈이 적게 나왔다고 해서 투덜거리는 모습은 보기 안 좋아요.

레삭매냐 2017-06-07 22:15   좋아요 0 | URL
그래봐야 몇 백원 차이인데,
그렇게 역정을 내실 일인가 싶더군요.

응대하시는 스탭 분들이 정말 안쓰러
웠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딸들
이고 아들들일 텐데 말이죠.

문화인 운운할 적에는 정말 빵 터질
뻔 했답니다.

AgalmA 2017-06-07 19: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 온라인 중고샵도 경쟁 치열해서 눈 깜짝할 사이 사라지죠ㅎㅎ;
처음에 멋모르고 책 들고 갔다가 2000년 이전 책 안 받는다고 뺀찌 먹고 무거운 거 도로 들고 온 기억 때문에 오프라인으로는 잘 안 가게 됐어요ㅎ;

레삭매냐 2017-06-07 22:16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2000년 전에 나온 책들의
지질 상태나 기타 요소들의 감점
요소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

뻰지 당하신 분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그렇게 격렬하게 항의하시
는 분은 또 처음 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