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비벤덤 북스토리 아트코믹스 시리즈 6
니콜라 드 크레시 지음, 이세진 옮김 / 북스토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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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북플 이웃님의 글을 보고서 부랴부랴 도서관에 가서 <천상의 비벤덤>이라는 책을 빌려다 읽었다. 그래픽노블인데, 이건 내 수준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런 내용의 책이었다. 도대체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뭐였지? 동물애호? 노동자 계급을 착취하는 기득권층에 대한 조소? 선과 악으로 나뉜 세상에 대한 신랄한 하이킥? 난 모르겠다.

 

그래픽 노블 <천상의 비벤덤>의 내레이터는 교통사고로 죽고 머리만 남게 된 롬박스 교수다. 그의 이미지는 수년 전에 본 캐롤라이나 뱅이 주연으로 나온 에스파냐 영화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를 연상시켰다. 분명 밀레니언 캐피탈 뉴역을 떠올리게 하는 땀과 고철의 도시 뉴욕쉬르루아르에 이제 막 도착한 바다표범 디에고에 관한 이야기다. 뉴욕쉬르루아르의 지배자들은 순진무구한 청년 바다표범 디에고에게 선택되었다는 전언과 함께 문화버스에 올라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게 만든다. 체육을 제외한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보이는 디에고에게 현대 젊은이들의 정신 개조 가능성을 발견한 걸까? PDG(대통령-회장-장군)와 그의 추종자들은 웃음을 터뜨린다.

 

여기 세상에 홍보를 위해 디에고가 노벨사랑상을 받기를 원하는 PDG의 계획에 초를 치는 존재가 등장하니 그는 바로 악마였다. 악마의 하수인 세라팽을 홍보전문가로 위촉한 PDG, 그리고 불의 교통사고로 학장 롬박스 교수는 주절주절 떠들어 대는 머리만 남기고 죽는다. 일반적 스토리텔링을 무시한 전개인가, 부족한 나의 견해로는 도저히 이야기의 맥을 따라 잡을 수가 없다.

 

사랑을 통한 행복 기법이라는 기이한 방식을 외치는 뉴욕쉬르루아르 시청 직원들에게 잡힌 디에고는 사랑의 메신저가 되어 마치 오디션 프로그램 같은 무대에 올라 대중들을 상대로 난장을 한 판 벌인다. 그런데 디에고를 조종하는 것이 악마였던가. 혼란스럽다 혼란스러워, 도무지 이야기의 맥을 잡을 수가 없다.

 

이야기는 이제 마지막 에피소드로 접어든다. 롬박스 교수는 자신이 죽었을 때, 사랑에 빠진 암퇘지의 등에 타고 뉴욕쉬르루아르를 누비며 내레이션을 이어간다. 바다표범 디에고의 정체는 진짜 동물이 아니라 폐타이어의 변신이라고 해야 할까. 새로운 시대의 현대적 메시아는 산업적 요소와 수생적 요소의 결합이었다고 증언한다. 뉴욕쉬르루아르의 PDG는 사랑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있지만, 노벨사랑상에 빛나는 디에고의 실체는 우리가 믿는 신 안에서(In God We Trust)라는 표현으로 위장되어 있지만 사실은 “돈주머니와 직결된 문화상품들을 가득 채운 터보디젤 엔진”이란다. 그리고 우리가 믿는 신은 맘몬이었는지도. 그렇다면 중반에 등장한 악마라는 존재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전반적인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되었다고는 차마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개들의 도시 뉴욕쉬르루아르에서 사탄에 빙의된 디에고는 비참한 최후를 맞고 다시 부활하는데 성공했던가.

 

니콜라 드 크레시는 <천상의 비벤덤>에서 초절기교를 사용한 다양한 화법으로 실험적인 작풍을 보여 주기는 했지만, 독자로서 내가 그의 스토리텔링을 제대로 따라잡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 도대체 이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오독을 하려고 해도 주어진 소재가 오독에 닿을 수 있게 충분해야 하는데 이미지컷으로 생략된 부분들을 채우기엔 나의 독서 능력과 사유가 아무래도 역부족이라는 느낌이다. 아니면 포스트모던 그래픽노블에 대한 나의 몰이해 탓을 해야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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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27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상당히.난해하고 복잡한 접근 방식이었죠 . 이 책을 완벽히 이해하는 사람은 작가 뿐일지도 몰라요 .

레삭매냐 2017-02-27 22:29   좋아요 1 | URL
말씀 그대로이십니다. 너무 어려웠습니다.
제 수준으로는 아무래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 그런 독서였죠.

[그장소] 2017-02-28 02:11   좋아요 0 | URL
으흣 ~ 저만 그런게 아니라니 , 이 안도감 ㅡ 레삭매냐 님 덕에 구원된 기분!!^^ ㅎㅎㅎ

cyrus 2017-02-27 1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랑스 소설, 영화하면 먼저 떠올리는 느낌이 ‘어렵고 난해함’입니다. 프랑스의 그래픽 노블마저도 어려우면, 할 말이 없습니다. ㅎㅎㅎ 좋게 말하면 프랑스 문화는 개성이 강하다고 해야 할까요? ^^;;

레삭매냐 2017-02-27 22:31   좋아요 1 | URL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익숙한 앵글로색슨 계열의 영미문화
와는 다른 라틴 문화여서 그럴까요?

프랑스 문화/문학은 잘 와닿지 않는 듯한 그런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