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라오스 - 순수의 땅에서 건져 올린 101가지 이야기
한명규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인도차이나 삼국하면 꼽는 나라는 베트남, 캄보디아 그리고 라오스다. 하지만 베트남과 캄보디아에 비해 내륙 오지에 위치한 라오스는 우리나라에 그렇게 널리 알려진 나라가 아니다. 하지만, 최근 힐링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메콩 강을 배경으로 튜빙을 하면서 맥주를 마시는 관광정보를 보고, 또 승려들의 탁발하는 풍경을 보고 남들이 찾지 않는 여행지로 어떨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프랑스의 식민지 지배를 받으면서 수도가 비엔티안을 그나라 말로는 위양짠이라고 부른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됐다. 그만큼 내가 라오스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피상적이었노라고 고백할 수 있겠다.

 

놀라운 건 인구 700만 정도의 라오스를 찾는 관광객 수가 자그마치 약 400만명(2014년 기준)이나 된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매력이 인도차이나 반도의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 작은 나라를 찾게 만드는 건지 궁금해졌다. 많은 수의 관광객들이 라오스의 천천히매력에 빠져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에 장기간 머물며 과거로의 시간여행에 나선다고 한다. 또 한가지 몰랐던 점 중의 하나는 라오스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소수민족이 49, 비공식적으로는 10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그렇게 많은 소수민족을 어떻게 하나의 나라로 통일하고 있는지 그것도 궁금해졌다.

 

소위 라오스통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의 저자 한명규 씨에 의하면 어떤 의미에서 라오스는 신의 축복을 받을 나라라고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따뜻한 기온 때문에, 추위 걱정할 필요가 없고 따로 경작하지 않아도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어쩌면 지상낙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서구식 자본주의의 세례로 빈부격차가 커지는 신자유주의의 폐해도 생겨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토바이의 천국인 동남아시아에서 라오스도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연애를 하려면 오토바이가 필수라는 얘기도 흥미롭다. 도로를 달리는 오토바이 위에 올라탄 두 연인이 그렇게 밀착해서 다니다 보면 없던 정도 생기지 않을까 싶다. 집에 바래다 줄 때는 물론이고, 아이들의 등하교까지 책임지는 교통수단인 오토바이야말로 우리나라 자동차 같이 생활필수품이 된 것이다. 인도차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집안 어디서고 등장하는 도마뱀(찌끼암)을 징그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해충을 잡아먹는 유익한 동물이자 생활의 반려자로 받아들인다는 점도 쓰여 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오래 전에 즐겨 읽던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이 책에서는 빠텟라오라고 표기한 파테트라오에 대한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났다. 프랑스 식민지배에 대항해서 독립운동을 벌인 펫사랏 사후, 왕당파와 파테트라오 간의 내전을 벌여 결국 후자가 승리하여 사회주의 정부가 수립되었다고 한다. 한편 외세를 몰아내고 마침내 독립을 쟁취한 라오스도 영어 광풍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모양이다. 오래전 프랑스 식민지 경험 때문에 프랑스어가 더 인기를 끌지 않을까 싶지만, 현지 사정은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실질적인 이유로는 영어를 구사할 수 있으면 고급 직장에 취업해서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우리 역시 영어를 못하면 큰 일 날 것처럼 타령을 해대지만, 막상 취업하고 나서 현장에서 영어를 얼마나 써먹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인구의 65% 이상이 불교신자라는 라오스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의 하나가 승려들이 탁발하는 장면이다. 책의 초반에 저자가 라오스에 없는 세 가지 중의 하나로 죽은 사람을 위해 우는 사람이 없다는 점을 꼽았는데 역시 장례 의식도 전적으로 승려들이 주관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 불교 윤회 사상에 입각해서, 죽음이 또 다른 시작이라는 의미를 그들을 미리부터 알고 있기 때문에 이승의 이별에 대해 그렇게 아쉬워하지 않는 게 아닐까 하고 추정해 보기도 했다. 우리나라 남자들이 군대에 가듯, 라오스에서는 남자라면 평생에 한 번 승려가 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모양이다. 예전에는 3개월이 기본이었다고 하는데, 요즘엔 단기속성으로 1주에서 2주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어디에서고 통한다는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도 천천히가 일상화된 라오스에선 먹히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서둘러봐야 본인에게 고통과 번뇌만이 엄습할 따름이라고 한다. 어쩌면 라오스 뿐만 아니라 동남아 특유의 만만디 정신이라고 해야 할까. <비밀의 라오스> 후반에 등장하는 먹거리 이야기를 읽을수록 라오의 나라를 찾아 보리가 아닌 쌀로 빚은 맥주 비어라오를 한 잔 마시며, 구운 바나나나 대나무 밥 카오람을 먹고 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었다. 아마 본격적인 힐링에 들어가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해야 할까. 이웃 캄보디아의 앙코르왓은 세계적인 명성을 널리 떨치고 있지만, 그 전부터 존재한 라오스의 왓푸 사원이 있었다는 것은 미처 모르고 있었다. 또 한 가지 왓푸 근처의 낭 시다 사원 복원에 우리나라도 처음으로 세계문화유산 복원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했다.

 

농업국가이면서도 자급자족하지 못하는 라오스의 현실에 대해서도 저자는 놓치지 않는다. 국민의 75%가 농민이지만, 형편없는 생산력과 농업에 필수적인 관개수로의 부족으로 식량을 수입해야 하는 아이러니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고 기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코라오그룹에 대한 깨알홍보도 빠지지 않는다.

 

여느 국가에 대한 소개와 마찬가지로 <비밀의 라오스>를 읽으면서 한 나라에 대해 개인이 가지고 있는 정보와 인식이 피상적이고, 한계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힐링 여행이 천편일률적인 주마간산식 단체관광여행 스타일을 대신하게 되었는데, 그 첫 번째 기착지로 라오스를 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내가 언제나 라오스에 가보게 될진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어본 것이 그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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