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더 케빈 - 제2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김수연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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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편견 없이 사물을 대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브라더 케빈>을 읽기 시작하면서 든 상념이다. 하긴 이미 카뮈는 이십대에 세상을 뒤흔든 걸작을 쓰지 않았던가. 이십대 젊은이가 쓴 <브라더 케빈>은 그렇게 내게 다가왔다.

 

처음부터 총 맞아 죽은 미국 출신 래퍼 투팍이 등장하니 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곧 우리네 일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학원, 특목고 그리고 보충수업 등의 낯익은 어휘가 달려오자 곧 반갑게 받아들일 수가 있었다. 올해 열다섯 살 난 김성준 군의 눈을 통해 독자는 그들의 세계 속을 탐험하게 된다. 소설은 공부에는 그다지 소실 없는 청소년이 부유하고 극성맞은 엄마의 닦달 때문에 특목고 진학전문학원에 들어가고, 같은 반이 된 초딩들과 지도를 맡은 선생님에게 수모를 받으며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 정도라면 여느 성장소설과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성장소설 스타일의 클리셰이가 들어서려는 순간, 젊은 작가는 우리 기억 너머로 사라져 버린 전설적인 래퍼 투팍을 소환한다. 누구나 투팍의 음악을 세 번만 들으면 바로 브라더가 된다는 말을 내뱉으며 성준의 세계에 진입한 케빈은 그야말로 성준과 호형호제하는 브라더가 된다. 부모의 이혼으로 부재한 부상(father figure)을 대체하기 위한 장치였을까? 무리 없이 혼연일체가 된 둘은 고난이도의 씨워크와 문워크를 즐기며, 한 마음이 되어 홍대클럽을 전전하며 그 유명한 놀이터 랩배틀도 마다하지 않는다.

 

물론 독자는 곧 성준의 독백처럼 현실성 떨어지는 서사를 늘어놓는 브라더 케빈의 무용담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한다. 뭐 그래도 상관없다. 누구는 해리 포터에 나오는 죽음의 저주마저 불사하고 엄마 카드를 훔쳐 호그와트로 가겠다고 하는 판에 말이다. 역사는 희비극으로 반복된다고 했던가. 희극으로 출발한 소설은 비극을 목전에 두고 극적인 유턴을 감행한다. 어쩌면 청소년기를 이제 막 겪은 작가가 또래의 무수한 후배들에게 정신 차려 임마,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라고 외치는 느낌도 들었다.

 

입시지옥에 시달리며 초등학교 시절부터 학원에 투입되어 미래를 설계하는 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들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소설에 등장하는 홍 아무개 국회의원처럼 자신이 설계한 대로 인생이 재단되어진다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개인의 성공이 개인의 노력으로 치환되고 평가받는 시대에 이 청년 작가는 자신이 구축한 스토리라인에 빠져 울고 웃는 독자에게 계속해서 골치 아픈 질문들을 투팍의 랩처럼 그렇게 툭툭 내던진다.

 

소설 <브라더 케빈>에서 보여주는 확실한 점 한 가지는 우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별리(別離)라는 원치 않는 과정을 견디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이 되기 위해 부모의 이혼 때문에 발생한 아버지의 부재로 남자다운 자신감을 갖추지 못했던 주인공 성준은 브라더 덕분에 비로소 청소년이 되기 위한 전환과 도약의 계기를 마련한다. 물론 그 브라더의 그림자 뒤에 투팍이라는 희대의 래퍼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 좀 생경하지만, 모두에게 성장하기 위한 방식이 똑같을 수는 없을 테니까.

 

<브라더 케빈>은 한 세대가 공감할 만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잘 버무린 비빔밥 같다는 느낌이다. 이제 문단에 나온 청년작가가 무럭무럭 자라나길 기원하며, 자신의 데뷔작으로 성장소설을 고른 새내기 작가가 과연 다음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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