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평화 - 자연과 놀고, 사람과 놀고, 역사와 놀고, 노래와 놀며 캐낸 평화 이야기, 평화의 상상력
홍순관 지음 / 탐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지난 주말 독서모임에 나갔다가 노래꾼 홍순관 씨의 <춤추는 평화>라는 책을 알게 됐다. 제목에 나와 있듯, 이 책의 주제는 평화. 각 장의 끄트머리에 실린 명사들의 평화에 대한 단상을 보면서 나도 내 나름대로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평화에 대한 나의 정의를 리뷰 제목으로 뽑아봤다. 평화, 그것은 조화로운 무소유라고.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이 책의 저자 홍순관의 존재도 미처 모르고 살았다. 하지만, 평화박물관 건립을 위해 오늘도 부단하게 모금 활동과 공연을 하고 있는 작가의 가열찬 삶에 감명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저 청소년들을 위한 책이겠거려니 하는 단순한 생각에 책을 집어 들었다가, 저절로 책 읽는 자세를 바로 하게 됐다.

 

홍순관 씨는 아이들의 낮은 시선으로 평화에 대한 진중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천진한 목소리로 눈이랑 논다는 아이들의 대답이 참 멋졌다. 더불어 세상의 모든 것은 각자 제 숨을 쉬어야 한다는 말이 계속해서 귓가를 맴돈다. 우리를 피곤하게 만드는 숨 가쁜 경쟁이 아닌 조화로움 가운데, 가벼움을 상징하는 무소유야말로 어쩌면 우리가 갈구하는 이데아(idea)가 아닐까?

 

우리가 살고 있는 87년 체제 속에서 어느 정도 정치 민주화가 되었는지 훗날 역사가 평가해 주겠지만 작가의 주장대로, 신자유주의의 경쟁 시스템 속에서 일상화된 양극화 때문에 보통 시민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그 어느 때보다 최고조에 달해 있지 않을까 싶다. 바로 그 지점에서 홍순관 씨는 무상급식으로 대변되는 평등한 교육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직면한 선결 과제라고 힘차게 주장한다.

 

책의 목차 중에서 가장 먼저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소제목은 <공부라는 공해>였다. 주지하다시피 신자유주의에서 파생된 극단적 양극화 현상은 우리의 청소년들을 벼랑끝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그저 내 자식만 잘되면 장땡이라는 이기적 사고는 공교육 시스템에서 우리의 미래 세대가 진짜 배워야할 소중한 주제들을 잡아먹는다. 듣기만 해도 지긋지긋해지는 공부 타령 대신(심지어 작가는 공부가 공해라고까지 말한다, 멋지다!)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한가로움을 그들에게 부여해 주는 것이야말로 후세를 위한 진정한 교육의 시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작가가 멋진 교육의 실례로 들고 있는 일본 도호쿠 지방의 우리학교탐방은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우리가 낳은 세계적인 마라토너 손기정을 지도하시기도 한 김교신 선생이 교실에 들어서실 때마다 눈물자락을 보이셨다는 일화를 읽으면서 또 오밤중에 스케이트장을 준비하기 위해 밤잠까지 설쳐 가는 열의를 보여준 우리학교 선생님들의 모습에서 오늘날 참교육자의 모습이 어때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쿠바의 음악 장인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든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역시 빼놓을 수가 없다. 체제 경쟁이나 대위법이니 하는 복잡한 음악 이론보다 정말 음악이 좋아 반평생을 장인들의 이야기 속에서 문득 이 책의 저자 역시 노래꾼으로 앞으로 자신이 살아갈 모습을 슬쩍 비춰 보이기도 한다. 그에 비하면 우리 고유의 가락을 찾는 대신,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대에 상업성을 전면에 내세운 일회성 음악이 판치는 오늘날의 음악계를 떠올리며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쩌면 작가의 말처럼 평화의 진정한 의미를 아는 참인간이 되는 길은 멀고 험할 지도 모르겠다. 그 좋아하는 육식도 우리가 사는 지구별을 위해 줄여야 하고, 씀씀이를 줄여 평화박물관 건립을 위해 십시일반으로 도와야 하고, 경쟁의 자리에 조화와 공존을 채워야 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래도 평평한 세상에서 누구에게나 평범하게 주어진 들숨과 날숨으로 숨쉬기 위해서라면 그것도 충분히 가치 있을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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