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의 역사 한홍구의 현대사 특강 2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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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구 교수의 <특강> 시리즈 제2탄이다. 오리지널인 1탄 <특강>에서 대한민국 사회에서 현재 진행형인 이슈들을 돌아보았다면, 이번 2탄에서는 지금으로부터 딱 30년 전인 1980년 5월의 광주에서 시작되는 우리나라 현대사를 관통하는 역사의 현장에 초점을 맞춘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읽다가, 그냥 잠깐 집어 들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책이 가진 마성 때문일까? 이 책을 다 읽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부랴부랴 다 읽어 버렸다.

모두 6장으로 구성된 한홍구 교수의 특강을 순서대로 읽지 않고, 그야말로 ‘역주행’하면서 읽어 가기 시작했다. 작년에 서거한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가 가장 궁금했다. 마지막으로 개천에서 난 용이 될 거라는 작가의 말이 왜 이렇게 가슴이 와 닿는지 모르겠다. 한홍구 교수는 모름지기 역사학자란 역사의 공간을 채워야 하는 법이라고 하셨는데, 요즘에는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누리꾼들이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그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통해 그가 쓴 역사를 재조명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말이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시작에서부터 우리 사회의 비주류였던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판에 뛰어들어서도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고, 김영삼의 3당 합당에 육탄으로 저항했고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손쉬운 길 대신 그야말로 가시밭길을 간 정치인이었다. 극적인 대선 레이스 끝에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나서도, 보수와 진보 모두에게 욕을 먹게 그의 상황이 참 안타까웠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민주화가 보수 세력이 재집권한 지 몇 년이 되지 않아 다시 되돌려지는 작금의 상황이 참 먹먹하게 다가왔다.

온갖 욕망을 부추기는 이명박 정권 아래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한홍구 교수는 작년에 발생한 용산참사를 통해 재조명한다. 그리고 무슨 일만 터지면 법치를 내세우면서도 정작 자신들에게 법치를 적용하지 않으려는 그들을 한홍구 교수는 ‘법비’(法匪)라는 말로 에둘러 표현한다. 자신들의 유리한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조금이라도 정치적으로 불리한 판결은 그들이 즐겨 사용하는 “떼법”으로 저항하고 매도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 아니던가.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한국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광주를 만난다. 광주에 대해서는 그저 영화 <화려한 휴가> 정도로 밖에 알지 못하는 사실에 대한 알파와 오메가를 한홍구 교수는 차분하게 설명해 준다. 헌법을 고쳐 가면서까지 최고 권좌를 포기하지 못했던 박정희 유신독재의 결말이 잉태하고 있던 비극은 전두환 일당의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항쟁(광주항쟁)과 그에 대한 폭력적인 진압으로 귀결됐다. 저자는 그렇게 광주를 경험한 이들이 새로운 시대의 주역이 되었다고 한다. 비록 미완이기는 했지만, 전두환 시대를 끝낸 1987년의 6월 항쟁과 그 후에 이어지는 일련의 정치 역정을 나열한다.

한 때는 민주화를 주창하는 탁월한 야당지도자였다가 집권욕에 어두워 야합을 통해 이상하게 변해 버린 전직 대통령에 대한 강의도 흥미로웠다. 한때 엄청난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서 개혁 드라이브를 구사하던 문민정부는 어느 순간, 아무런 권한도 없는 대통령의 아들이 소통령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다. 집권 말기에 벌어진 단군 이래 최악이라는 국가 부도 사태는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치러진 1997년의 대선으로 마침내 선거를 통한 평화적인 정권 교체를 체험하기도 했다.

마지막 보론에서 한국 야당사와 진보정당사를 다루면서, 한홍구 교수는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한다. 비록 역주행을 경험하고는 있지만, 독재정권 하의 몸으로 뛰는 민주화 운동과는 다른 젊은 대중에게 호소할 수 있는 어젠다를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자문하게 된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야기할 거리가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구닥다리 시절 경험주의나 일방통행이 아닌, 서로 충분한 대화와 소통을 통한 실천 가능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이 순간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우리의 지상과제라는 것을 이 ‘특강’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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