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희망이다>를 리뷰해주세요
거꾸로, 희망이다 - 혼돈의 시대, 한국의 지성 12인에게 길을 묻다
김수행 외 지음 / 시사IN북 / 200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사IN과는 그다지 아름답지 못한 추억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진 몰라도 책을 보는 내내 삐딱선을 탄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책에서 오탈자들이 보일 적마다 ‘그러면 그렇지’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솟아나는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그런 개인적인 유감을 제외한다면 시사IN북에서 나온 <거꾸로, 희망이다>는 2009년을 사는 우리들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 주고 있었다.

책의 띠지에는 과감하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기를 “야만의 시대”라고 규정하고 있다. <거꾸로, 희망이다>는 12명의 지성들이 두 명씩 짝을 지어 토론과 강연회를 통해 나누는 이야기들을 활자화한 책이다. 공교롭게도 이 책을 읽고 나서 바로 촘스키와 아슈카르의 대담을 다룬 책을 읽고 있는데 좋은 비교가 되고 있다.

유시민 전 장관의 <후불제 민주주의>에서도 언급되었다시피 민주주의가 역주행하고 있는 이 갑갑한 현실 속에서 그들은 거꾸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모두 6개의 강연록으로 구성되어 있는 그 첫 번째 주자로는 “녹색평론”을 십 수 년째 발간해 내고 있는 김종철 발행인이 등장한다. 김종철 선생은 현 정부의 녹색성장의 허구성을 지적하고, 성장과 생태 환경보호가 공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산업화와 경제성장이라는 구호 아래, 소멸되어가고 있는 공동체적인 삶이야말로 21세기 우리가 추구해야할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점을 김종철 선생은 역설한다. 그리고 각박한 경쟁 대신에, 인간관계에 기초를 둔 사회적 자본이야말로 방향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 우리네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 아주 가슴에 와 닿았다.

두 번째 강연에서는 딴지일보의 총수 김어준이 정신과 전문의인 정혜신 선생과 인간 본질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들을 풀어 놓는다. 개인적으로 김어준 총수의 해학적이면서도 솔직한 입담이 인상적이었다. 자기 감각에 충실하고, 자기 대면(self encounter)을 통해 물질적인 성공과 부의 축적만이 모든 것이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을 통해 이 혼란의 시기를 극복해 나가는 팁을 정혜신 선생은 조근조근하게 풀어 나간다. 경쟁과 가시적으로 치환될 수 있는 물질적 성공만이 모든 가치의 척도가 되는 현 세태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라는 말이 뜬금없이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말고 행동하는 실천적 삶에 방점을 찍는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관심을 가졌던 지성은 바로 지금은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에서 은퇴하신 김수행 교수의 대담이었다.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서 어쩔 수 없이 회전하게 되어 있는 위기, 공황 그리고 호황의 주기에서 우리는 현재 10년 주기로 돌아오는 위기/공황에 빠져 있다. 유례없었던 1950~60년대의 호황의 시기는 저물고, 1970년대 오일쇼크로 인한 공황을 신호탄으로 해서, 고삐 풀린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의 투기로 인해 작금의 경제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는 것이 김수행 교수의 진단이다.


다음 편에 등장하게 되는 우석훈 교수가 자신의 저서에서 꾸준하게 주장해온 것처럼 우리나라 경제는 더 이상 1970~80년대 고성장 신화를 기대할 수가 없게 되었다. 사회보장제도의 강화, 소득의 재분배와 사회적 기업들을 육성해서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여전히 위정자들은 구시대적인 사고를 가지고 대한민국 호를 이끌고 나가고 있다.

신성장 동력으로 가장 각광 받고 있는 문화 아이템들을 위한 창조적 상상력에 대해 조한혜정 교수와 우석훈 교수의 대담 또한 빼놓을 수가 없다. 특히 조한혜정 교수는 사회 구성원들 간의 소통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승자독식의 사회를 지양하고, 모든 구성원들이 덜 공포스럽게 살아가기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

대한민국 시민운동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박원순 변호사와의 이야기 역시 많은 공감을 자아냈다. 참여연대, 아름다운 가게 그리고 희망제작소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친 그의 족적은 보다 나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희망을 갖게 만들어준다. 박원순 변호사 역시 사회적 기업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만 명을 고용할 수 있는 한 개의 기업보다, 1명을 고용한 만 개의 기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정말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건국절과 뉴라이트의 근대화론 등으로 위기에 처해 있는 역사학계의 주장을 서중석 교수의 말을 통해 들어본다. 어느 특정 계층을 위한 역사 연구과 해석으로 일관된 뉴라이트들의 주장에는 알맹이는 없고 검증되지 않은 이론과 가설들만이 난무하고 있다. 하나의 사실을 보는 시각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게 놀랍기만 하다. 해방, 광복 그리고 건국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있어 부족했던 과거청산의 잔재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경제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대통령이 전면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보여지는 경제지표들은 모두 하향곡선을 그리고만 있다. 국민소득은 몇 년 전으로 후퇴하고 있고, 국민총생산 역시 우리나라보다 한수 아래라고 생각한 나라들에게 뒤지고 있다. 살인적인 물가상승에, 실업률은 단군 이래 최고를 기록하고 있고 주위에 보이는 것들은 모두 암담하기만 하다. 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놓지 않고, 미래를 향해 달려나갈 수 있을까? 우리 시대의 양심들은 그렇다고 말한다. 각개약진의 경쟁이 아닌 조화로운 공동체적인 삶을 바탕으로, 기존의 정형적인 틀을 부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이 선행되어져야할 것이다. 처음부터 거창할 필요도 없다. 1%의 깨어 있는 이들로부터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새로운 희망의 시작이다. 

* 내가 찾은 오탈자

1. 진보적이서 -> 진보적이어서 (113쪽)
2. 사레 -> 사례 (120쪽)
3. hear -> here (126쪽)
4. 조서 -> 조선 (266쪽)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이조부 2009-08-22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리한 분이네요. 시사인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의 입장에서 오타 를 찾아봤는데 3번은

제대로 표시되어 있던데요. 혹시나 해서 산 책을 확인하니까 초판1쇄 인걸 보면 리뷰어

착각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머지 1번, 2번, 4번 지적은 문제가 있군요.

책이 쇄를 거듭하면, 수정되겠죠.

레삭매냐 2009-08-24 10:52   좋아요 0 | URL
안타깝게도 저도 다시 확인해 보았는데, 오자 맞습니다.
컨텐츠에는 맞게 되어 있지만 중간 타이틀을 한 번 보시죠, 뭐라고 되어 있나
^_______^

다이조부 2009-09-03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시 찾아 봤는데 님 이야기가 정확한 지적이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