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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사람들 - 21세기 노예제, 그 현장을 가다
E. 벤저민 스키너 지음, 유강은 옮김 / 난장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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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얼마 전 뉴스에서 미 국무성에서 해마다 발간하는 인신매매 보고서에 북한이 지난 6년간 인신매매 최악의 나라 3등급에 지정됐다는 뉴스를 들었다. 부시 행정부 시절이던 지난 2003년 보고서를 처음으로 작성한 이래 북한은 실제로 벌어지는 있는 인신매매에 대한 인정은 물론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는 나라로 분류되었다는 것이다. 이 3등급의 나라에는 벤저민 스키너의 책에서도 다뤄지고 있는 수단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올라 있다.

<뉴스위크>와 <포린어페어스> 같이 저명한 잡지들에 글을 실어온 벤저민 스키너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서 유사 이래 가장 많은 수의 노예들이 상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작가는 노예제 해방에 있어서 선구적인 역할을 했던 영국과 심지어 헌법에 보장된 모든 이들의 평등을 위해 전쟁까지 치른 미국(물론 남북전쟁에 대한 다른 시각도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의 경우에서 모든 인류의 소중한 가치인 자유에 접근을 시도한다.

우선 저자는 현대사회에서 자행되고 있는 노예제에 대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강요나 사기를 통해,’ ‘생존을 넘어선 보수를 전혀 받지 않고,’ ‘강제노동에 종사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벤저민 스키너는 중남이 소국 아이티의 만연한 ‘더부살이’로 대변되는 아동 노예들의 실상을 파헤친다. 작가는 나중에도 계속해서 언급을 하게 되지만, 절대 빈곤선에 있는 대부분의 가정들에 현대판 노예상들의 유혹이 뻗친다고 말하고 있다. 기본적인 생존을 위한 먹을 것마저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약속하는 교육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뿐이다. 그런 그들에게 노예 중개업자들이 나타나서, 교육을 약속하며 아이들을 아이티 중산층 가정에 공급한다. 물론 그런 거짓 약속 뒤에는 혹독한 매질과 가혹한 노동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아쉽게도 벤저민 스키너의 현대판 노예제에 대한 고찰은 어쩔 수 없는 한계 때문인지 전 세계적인 노예제 폐지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미국의 노력에 집중되고 있다. 미 국무성 산하 인신매매담당과의 무임소 대사로 활약을 한 민주당원 출신에서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꾼 존 밀러가 있다. 한편, 기독교 복음주의 출신의 마이클 호로위츠는 존 밀러가 주장하는 대로 노예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가난과 빈곤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보다 성매매가 개입된 인신매매에 초점을 맞춘다.

작가는 아이티를 시작으로 해서, 수십 년간의 내전의 참화를 겪은 수단의 가재 노예들의 처참한 상황과 루마니아와 몰도바에서 서유럽 매춘시장을 위해 유입되는 여성들의 현실을 담담하게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이를 위해 저자가 참고한 참고자료들의 수는 방대하다. 실제로 작가가 참고문헌으로 제시한 <타임>의 “인간노예” 기사를 찾아보면서 얼마나 많은 수의 공산주의에서 벗어난 동유럽 젊은 여인들이 가난과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인 조건들 때문에 비인간적인 성적 억압과 착취를 당하는지 실감할 수가 있었다.

특히 수단의 경우에는 친정부 아랍계 민병대들에게 노예사냥으로 잡힌 수단 남부의 딩카족을 비롯한 아프리카계 소수민족들의 자유 ‘되사주기’가 수단 반군들에게 자금줄로 역이용되고 있다는 폭로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들의 자유를 위해 미국 어린이들이 모금한 소중한 자금이 수단 반군에게 병참과 무기 구입을 위한 돈줄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 앞에서 국제정치역학의 모순이 느껴지기도 한다.

세계의 인신매매 근절을 위해 외로운 싸움을 하는 존 밀러의 이야기는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예제와 교차 편집된다. 미국 정부에 우방이라고 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혹은 인도 같은 나라들에 3등급 지정을 하고, 제재를 가하려는 존 밀러의 시도는 그의 상급자들의 정치적인 이유로 해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게 된다.

마지막으로 벤저민 스키너는 전 세계 노예인구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인도로 눈을 돌린다. 인도에서도 가장 가난한 주 중의 하나라는 우타르프라데시의 채무 노예 고누 랄 콜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인도의 고질적인 병폐 중의 하나인 카스트 제도 밖에 불가촉천민인 달리트 출신의 고누는 거의 3대째 채무 노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악질 지주들은 고누와 같은 채무 노예들에게 생존에 필요한 음식과 최소한의 물질을 공급해 주면서 대대로 그렇게 가혹한 착취를 일삼고 있었다.

인도의 법률은 카스트제도와 노예제를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해가는 현대 인도에서 그 두 가지 악폐들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서구인들의 일시적인 동정에 의한 도움이 아닌, 자신들의 처해 있는 반인류적인 범죄라고 할 수 있는 예속적인 노예생활에 대한 자각을 위한 계몽활동과 더불어 그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어야할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대명천지에 여전히 현대판 노예제도가 상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이 책을 통해 오늘도 이 지구상의 어딘가에서는 나이 어린 아이들이, 젊은 여성들을 비롯한 수많은 이들이 가난과 채무 같은 다양한 이유로 해서 착취와 학대에 신음하고 있다는 끔찍한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 벤저민 스키너의 말대로 그들에게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각성과 더 이상 노예로 살지 않겠다는 선언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것 같다. 벤저민 스키너와 존 밀러 같이 이 심각한 문제를 사람들에게 주지시키고 개선시키려는 이들의 부단한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이 지구상에서 노예제가 없어지는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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