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그래픽노블 2 - 무앗딥
프랭크 허버트 지음, 라울 앨런 외 그림, 진서희 옮김, 브라이언 허버트 외 각색 / 황금가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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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지난 주말 내내 SF 장르물들과 함께 했던 것 같다. 우선 토요일에는 달궁에서 류츠신의 <삼체>를 읽으면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역시 독서란 이렇게 평소의 나라면 절대 읽지 않을 그런 책들과 만나면서 인식의 지평을 넓혀 가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바로 다음날에는 류츠신의 삼체 2<암흑의 숲>을 도서관에서 단박에 100쪽 정도를 읽었다. 그리고 대망의 프랭크 허버트의 <2>도 만날 수가 있었다. 사실 예약도서로 걸고 토요일까지 찾으러 가지 못해서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는데 다행히 아무도 빌려 가지 않아서 내 차례가 되었다.

 

태풍이 지나가고 더위가 가신 줄 알았는데 엊저녁부터 다시 더워지기 시작했다. 그 더위 속에서도 책을 손에서 뗄 수가 없었다. <2>의 절반 정도는 영화에서 상당 부분을 커버하지 않았나 싶다. 이참에 리뷰하는 느낌으로 너튜브에서 너튜버들이 친절하게 올려놓은 분석들을 참조했다.

 

코리노 제국의 샤담 4세가 제국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던 아트레이데스 가문을 박살내기 위해 치밀한 음모를 꾸민다. 우선 칼다란 행성에서 잘 지내던 폴 아트레이데스를 황량한 아라키스 행성으로 쫓아낸다. 그 다음에 라이벌 하코넨 가문을 동원하고, 또 직속 부대인 사다우카까지 차출해서 레토 공작을 습격한다. 그 와중에 후계자인 폴 아트레이데스와 레토 공작의 부인인 레이디 제시카는 사막으로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전편에서 위의 과정들을 그렸다면, 2편에서는 아무런 의지할 데 없이 사막으로 내쫓긴 폴과 레이디 제시카의 생존기가 그려진다. 아라키스의 사막을 지배하는 이들은 바로 프레멘 족속이었다. 그리고 폴이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들의 조력을 얻어야 했다. 이런 점에서, <>은 전형적인 성장소설과 영웅신화를 그 바탕으로 한다.

 

프레멘의 리더인 스틸가는 폴의 아버지 레토 공작과의 인연으로 모자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사막의 전사들인 프레멘들에게 폴/레이디 제시카는 자신들의 능력을 보여 주어야 했다. 아니, 실력으로 그들을 제압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협력을 구하기는커녕 당장 축출될 위험에 처한다.

 

그들 중에서도 가장 호전적인 야미스가 폴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그런데 문제는 전사들의 승부는 누군가 한 명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아직까지 거니 할렉에게 호신술 정도만 배운 폴 아트레이데스가 실전에서 크리스나이프 전문가인 야미스를 이길 수 있을 것인가. 바로 이런 고난을 통과해야만, 진정한 미래의 퀴사츠 해더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야미스를 제압하는데 성공한 폴은 프레멘들에게 그들의 일족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스틸가는 그에게 우슬이라는 이름을 주지만, 폴은 스스로 사막 생쥐라는 의미의 무앗딥이라 불러달라고 한다. 그런데 이 부분은 왜인지 영화에서는 제외되었다고 한다.

 

한편, 레토 공작을 죽이고 아라키스를 다시 차지한 파디샤 황제의 권력까지 넘보기 시작한 하코넨 남작은 자신의 후계자로 조카인 페이드 로타를 점지하고, 하코 시티 경기장에서 장대한 쇼를 기획한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을 대대로 섬긴 멘타트인 투피르 하와트를 조종해서 페이드 로타가 이길 수 밖에 없는 그런 쇼를 연출하는데 성공한다. 그전에 파디샤 황제의 특사인 펜링 백작이 하코넨에게 일종의 경고를 보내는 장면도 등장한다. 파디샤 황제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아트레이데스 가문을 파괴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하코넨이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게 아닐까.

 

듄 그래픽노블 2탄은 레이디 제시카가 프레멘들의 대모가 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하코넨은 계속해서 힘을 키워가고, 반대로 몰락한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아라키스의 사막에서 힘을 키우면서 역전의 기회를 노리는 설정이 되었다. 아라키스를 언젠가는 물과 식물이 풍성한 그런 행성으로 만들겠다는 프레멘들의 희망과 결국 자신들을 구할 구세주로 무앗딥을 인정하고 자신들을 핍박하는 하코넨과의 일전에 나서기 전까지의 과정을 2편은 그리고 있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아라키스 행성의 핵심자원인 멜란지(스파이스)야말로 이런 가문간의 적대적 경쟁의 원인이 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오래전, 대항해시절 서구 유럽의 탐험가들과 모험가들이 동방의 향신료(스파이스)를 얻기 위해 목숨을 걸지 않았던가. 하코넨과 아트레이데스들도 마찬가지였다. 프레멘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모레벌레(샤이 훌루드)가 번식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멜란지야말로 모든 분쟁의 근원으로 설정되어 있다. 멜란지를 현실 세계에서 석유로 치환한다면 바로 이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황제의 명령이라고 하지만,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칼란다 행성에서 황량한 아라키스로 군말 않고 자신의 영지를 옮기는데 동의한 레토 아트레이데스 역시 비슷한 계산을 했던 게 아닐까. 그것은 마치 진나라를 멸망시키는데 선봉장이었던 한고조가 항우의 눈치를 보고 미래를 도모하기 위해 당시만 하더라도 불모지였던 파촉으로 가는 걸 마다하지 않은 고사가 떠올랐다. 물론 한고조와 달리 레토 공작은 절대권력자의 음모 때문에 파멸했지만 말이다.

 

<> 내부에 내재된 제국주의적 시선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라키스 행성은 제국이나 하코넨 가문에게는 원료 생산지이자 인적 자원을 약탈하기 위한 하나의 장소일 뿐이었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인사들은 말로는 아라키스에 초록빛 자연과 프레멘들이 그토록 원하는 물이 흘러넘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하코넨과의 전쟁에서 프레멘 전사들의 피를 요구하게 될 전망이다. 영웅 신화를 위한 대가라는 말일까.

 

프레멘들이 마녀라고 부르는 베네 게세리트 집단에 대한 모호함에 대한 답변을 마지막 인스톨에서는 기대해 보고 싶다. 퀴사츠 해더락의 도래를 기대하며, 아트레이데스 진영과 하코넨 진영에 양다리를 걸치는 것 같은 이중성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의 복잡한 세계관에 들어갈수록 늘어나는 질문들은 어쩌면 읽다만 원작 소설을 읽어야 풀리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원작을 읽어야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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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3-08-14 1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설 듄 2권 까지 봤는데 소설이 훨씬 개연성이 탄탄하더라고요ㅎ 아무래도 영화에서는 분량때문에 각색되면서 빠진 부분들이 있어서ㅜ

레삭매냐 2023-08-15 09:15   좋아요 1 | URL
저도 이번에 영화 리뷰를 보니,
영화가 원작과 다른 점들이 몇몇
있다고 하면서 원작 읽기를 추천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읽다만 <듄>을 다시 도전
... 분량이 ㅎㄷㄷ합니다.

바람돌이 2023-08-14 2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듄이 그래픽노블도 있군요. 관심은 가는데 분량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 뭐 언젠가는 읽겠지 하고 있습니다. ^^

레삭매냐 2023-08-15 09:16   좋아요 2 | URL
저도 영화 나온다 하고 또 새로
개정판이 나와서 일단 사서 읽기
시작했는데, 결국 영화볼 때까지
미처 읽지 못했네요.

올해 11월 2편이 나온다 하니
다시 도전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