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투어
앤디 왓슨 지음, 김모 옮김 / 이숲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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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도서관에 가서 빌려온 그래픽노블을 읽었다. 요즘 계속해서 집중력이 떨어진다. 책읽기도 아울러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 시작한 책들은 부지런히 마저 읽어야 하는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그럴 땐 역시 그래픽노블이다.

 

앤디 왓슨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북투어>. 왠지 유럽이 어느 작은 도시들을 연상케 하는 곳들을 G. H. 프렛웰은 북투어라며 돌아다닌다. 그의 그림에 나오는 도시에서는 16년 전에 방문했던 잘츠부르크의 아기자기한 돌길이 생각났다.

 

그는 최근에 <사라진 K>라는 책을 내고 북투어 중이다. 책 외판원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는데, 사람들의 관심은 다른 곳에 팔려 있다. 그리고 첫 북투어에서 만난 레베카 하핀이라는 이름의 서점 직원이 실종되면서 미스터 프렛웻은 경찰에게 심문 비스무레한 것도 당하게 된다.

 

, 그전에 미스터 프렛웻은 자신의 책이 잔뜩 들어 있는 가방을 털렸던가. 뭐랄까 이 그래픽노블에서 나는 판타지를 했는데, 스릴러로 분위기가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미스터 프렛웰이 계속해서 북투어를 할수록 사건사고가 잇달아 발생한다. 연쇄 가방살인마가 등장해서 사람들을 죽인다는 거다. 레케바 하핀 양도 결국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당연히 하핀 양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만난 미스터 프렛웰이 용의선상에 오른다. 하지만 그는 완벽한 기억력으로 알리바이를 제공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아, 어쩌면 선량해 보이는 미스터 프렛웰이 북투어를 가장한 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살인을 저지르는 게 아닐까라는 그런 상상 속에 빠져본다. 왜 그런 가정이 들어맞을 때가 많으니 말이다.

 

아무리 봐도 미스터 프렛웻은 호구로 보인다. 아무도 찾지 않는 그런 요상한 서점을 방문해서 아무도 원하지 않는 책에 사인을 하겠다고 하질 않나, 심지어 자신의 책을 사겠다는 제안까지 한다. 그리고 출판사 직원에게 접대를 받아야 하는 마당에 자비로 그의 밥값까지 내준다. 출판사가 잡아준 숙소도 엉망진창이고. 왜 그의 삶을 그렇게 자꾸만 꼬여 가는 걸까?

 

그런데 또 막상 생각해 보면, 앤디 왓슨이라는 작가의 보통 작가들의 삶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는 말을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전업 작가가 되어 책을 내면, 대박이 나고 잘 먹고 잘 살 거라는 희망을 품고 산다.

 

그런데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지난 달궁 독서모임에서는 정통파를 자처하는 작가 양반이 웹소설 시장에 뛰어 들었다가(순전히 돈을 벌기 위해!) 처참하게 실패하고 다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니 자신의 신념을 꺾고 웹소설이라는 이세계(異世界)에 침투했는데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퇴출을 되었다고.

 

어쨌든 미스터 프렛웰이 본격적으로 가방 연쇄살인마로 지목당하고 추격당하다가 결국 경찰에게 잡혀 감옥에 갇힌 신세가 된다. 감옥 밖의 세상에서는 무명의 작가였지만, 가방 연쇄살인마로 교수형당할 위기에 처하자 그의 인기가 급등한다. 책이라고느 전혀 읽을 것 같지 않은 간수조차 미스터 프렛웻의 책에 사인을 받기 위해 전전긍긍하지 않던가 말이다.

 

이 또한 왜곡한 출판 시장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일화가 아닐 수 없다. 하긴 나도 어떤 책이 절판되었다고 하면 평소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가 사들이겠다고 헌책사냥에 나서지 않았던가.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런 거라고 앤디 왓슨 작가는 말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결말까지 아주 화끈하게 스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지만 그러면 너무 작가에게 예의가 어긋나는 것 같아 이 정도로 마무리해야지 싶다. 화려한 그림체는 아니지만, 단순하면서도 선량해 보이는 이미지의 미스터 프렛웰을 창조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달랑 점 하나로 주인공의 눈을 표현해 내다니, 놀랍지 않은가. 세상물정 모르는 선비 같은 미스터 프렛웰이 알고 보니 모든 것을 준비하고 짠 사악한 연쇄살인마가 될 수 있다는 가정은 생각만 해도 짜릿하지 않은가 말이다. 이런 종류의 일탈이나 엉뚱한 상상이 책 읽는 재미를 더해주지 않나 뭐 그런 생각을 아주 잠깐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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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3-03-09 12: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국 작가인데 제목이 프랑스어 같네요. 프랑스어로 썼을까요?
별 세 개 주셨음에도 왠지 끌리는데요.

레삭매냐 2023-03-09 16:00   좋아요 0 | URL
재밌어서 금방 읽었답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부분들
도 많았구요...

별은 어쩌면 제가 작가가
구사하는 심오한 부분까지
커버하지 못해서 그랬을 수
도요.

그레이스 2023-03-09 1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투어!
집중력 떨어질 때 그래픽노블!
그것도 못해요, ㅠ
집중력 떨어져도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있어서....^^
도서관에서 찾아봐야겠어요!
북투어

레삭매냐 2023-03-09 16:42   좋아요 1 | URL
대단하십니다 -

저는 만날 시작하고 못 다
읽고의 무한반복에 빠져
있답니다.

오늘도 아직 나오지도 않
은 버나드 맬러무드의 <점
원>에 빠져서 이런저런 정
보들을 끌어 모으고 있답
니다. 참 세상은 넓은 읽을
책들은 참고 넘치나 봅니다.

페넬로페 2023-03-10 16: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읽기가 잘 진행되지 않을 때,
그래픽 노블^^
저도 그 방법을 써봐야겠어요^^

레삭매냐 2023-03-11 11:43   좋아요 1 | URL
무언가 꾸준히 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책읽기는 더더욱 그렇구요.

그래픽노블, 치트키로는 아주
그만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