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와 함께 빵을 에프 그래픽 컬렉션
톰 골드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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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도서관에 가서 톰 골드 작가의 <골리앗><달과 경찰>을 읽었다. 집에 와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더 찾아 보니, 톰 골드의 다른 그래픽 노블도 있는 게 아닌가. 아뿔싸! 그 책을 만나기까지 일주일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만난 책이 바로 <카프카와 함께 빵을>이다. 읽은 지 이틀이 지났는데, 기억을 되살려 가며 리뷰쓰기에 돌입해 본다.

 

아무래도 톰 골드가 작가다 보니 그 업계(도서 출판업)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비판 그리고 분석을 그려 넣은 컷들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한 권의 시집이 나오기 위해서는 참 많은 비용들이 필요하다. 출판하기 위해 인쇄소에도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무엇보다 최근 비용이 급상승하고 있는 마케팅 비용은 덤이겠지. 그 외에도 파티에 소용되는 샴페인 비용이 들어 있다는 점이 참. 그리고 작가의 몫으로 돌아가는 인세는 정말 쥐꼬리만하다. 그러니까 전업 작가로 먹고 살기가 참 어렵다는 표현을 이렇게 돌려치기로 하는 걸까? 그리고 그 세부 인세 내용에 다시 샴페인 비용이 등장한다. 그네들은 참 샴페인을 좋아하는갑다. 그리고 보니 나도 샴페인이 먹고 싶어졌다. 오래전 어느 출판사 연말 파티에서 신나게 마신 샴페인? 스파클링 와인 벨리니 생각이 나네 그래. 그땐 참 좋았지.

 

미래의 글쓰기에 대한 단상도 마음에 들었다. 최신 전자 장비가 동원되어 플롯 설정을 위한 아이디어 개발부터 시작해서 자료 조사 등등 거의 모든 것들을 인간이 아닌 A.I.가 대신하는 장면이 참 신선하게 다가왔다. 아니 반면에 그만큼 글쓰기라는 창작이 쉽지 않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나의 그림을 보고도, 참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존재가 남다르게 다가왔다. 이런 다양성이야말로 어쩌면 창작의 기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소설 <맥베스>, <로빈슨 크루소> 또는 <프랑켄슈타인>이 발표되던 시절에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보낼 수 있었다면? 맥베스는 세 마녀로 메시지를 받고 수락과 거절 사이에서 고민하고, 무인도에 갇힌 로빈슨 크루소는 신호가 끊어져 고뇌한다. 드라큘라 백작는 메시지로 피를 요구한다. 아 그렇게 해서 현대판으로 재탄생한 클래식 캐릭터를 이용한 퓨전 소설로 다시 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변주에 많은 신경을 써야하겠지만 말이지.

 

책을 산더미처럼 보관하고서도 킨들을 찾는 역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사실 나도 가끔 생각나는 책들을 책더미에서 찾을 수가 없어 결국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지 않았던가. 그만큼 편리한 전자책이 내 곁에 와 있지만, 나는 애써 전자책을 외면하고 종이책만을 고집하는 올드 스쿨 스타일이다. 아니 도대체 왜 전자책을 사는 거지? 아무런 소장 가치도 느끼지 못하고 책만큼 편하게 읽지도 못하는데 말이지. 소장하는 재미도 없지 않은가. 이렇게 종이책 사기를 자기합리화시키면서 어제도 중고 서점에서 네 권의 책들을 사지 않았던가, 하하하.

 

기억의 한계다. 톰 골드가 소개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의 절반도 담아내지 못한 것 같다. 책이라도 곁에 있다면 슬쩍슬쩍 되짚어 보겠지만 아쉽게도 오늘 책을 들고 집을 나서지 못했다. 그 바람에 이미 휘발해 버린 기억들을 아쉬워 할 뿐이다. 이래서 핸드폰으로 사진이라도 찍어둘 것을. 나중에 집에 가서 보고 더 추가해야 할지도.

 

<카프카와 함께 빵을>에서 톰 골드 작가가 제시하는 여러 가지 책과 독서의 미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책이 가진 효용과 기능들이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가운데 여전히 글쓰기를 해내는 생산자들과 그들이 생산한 책들을 소비하는 독자들의 선순환이 과연 어디까지 갈지 너무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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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02-07 1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이 직접 그리신 겁니까?!!
자녀분이?
인상이 참 좋네요ㅎㅎㅎ

<카프카와 함께 빵을>아껴 읽는 중이지만 아직까지
버릴게 없는, 매 페이지 마다 웃음이 자동으로 흘러나옵니다.ㅎㅎ

레삭매냐 2023-02-07 18:34   좋아요 1 | URL
네 제가 인터넷에 떠도는
작가의 캐리커처를 보고
뚝딱 그려 봤습니다.

말씀해 주신 대로 격공
하는 바입니다.
다른 책들도 만나 보고
싶은데, 안나오네요 -

독서괭 2023-02-08 16: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아 마지막 그림이 너무.. ㅋㅋㅋㅋㅋㅋ 양심을 찌릅니다!!
오 매냐님이 직접 그리신 그림이라니, 느낌있게 잘 그리셨습니다!! 종이책이 없어 다 담아내지 못하셨다고 하니, 그 점이 전자책의 장점이 아닐까 싶네요. 어디서든 다시 훑어볼 수 있다 ㅋㅋ 하지만 저도 전자책은 별로입니다.. 종이책만큼 정이 가지를 않네요. 쩝

레삭매냐 2023-02-08 17:08   좋아요 1 | URL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예전에 앨리스 먼로가 노벨문학상
받았다고 해서, 바로 뛰쳐 나가서
책을 샀는데 그 때 산 책을 여적
읽지 않고 있지 뭡니까 그래 ㅠㅠ

저두요! 저두요!
전자책 리더도 큰 맘 먹고 샀거만,
도통 손이 가질 않더라구요. 어디
에 있는 지도 모르겠네요.

고양이라디오 2023-02-10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전자책 리더기 있지만 안 쓰고 있네요ㅎ 종이책이 훨씬 정감가고 좋습니다^^

톰 골드 만나보고 싶은 작가네요ㅎ

그림 잘 그리시네요ㅎ

레삭매냐 2023-02-10 16:39   좋아요 1 | URL
제 그림 실력은 그저
일천할 따름입니다.

감사합니다.

전자책 리더기가 종이책
의 매력을 대체할 수 없
다고 생각합니다.

톰 골드, 갠춘한 작가라
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