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이면 한겨레신문에 실리는 <책과 생각>이라는 코너를 기다렸다.

사실 신간 정보는 램프의 요정을 거의 매일 같이 문질러 대면서 기다리는 사람이라 특별한 기대도 없지만 습관적으로 찾아보는 그런 섹션이었다.

 

그런데 오늘 들어가 보니 그 코너가 사라진다고.

그것은 마치 동네책방들이 사라져 가는 느낌이랄까. 내가 어린 시절에는 동네마다 책방이 있었다. 아니 그 시절에는 온라인서점과 택배라는 시스템이 없어서 책을 사려면 무조건 책방에 가야했다.

 

그 시절에 책방에 가면 한나절은 우스웠었지. 마땅히 살 책이 없으면서도 그렇게 책방의 곳곳을 훑고 다녔다. 아마 그 습관이 남아서 지금도 헌책방에 가면 곳곳을 후비나 보다. 그리고 보니 이제는 헌책방도 그리고 동네책방도 모두 사라져 버렸다. 헌책방 가는 것도 이제는 큰 일이 되었다. 내가 사는 동네에는 헌책방이 없어서 멀리 안양이나 수원에까지 나가야 하는데... 안양 도토리책방에 처음 갔을 적에는 나름 갠춘했었는데. 그곳 주인장이 헌책을 인터넷 가격을 조회해 보고 매기는 통에 쫌 그렇더라. 인천 아벨서점처럼 연필로 책가격을 정해 놓으면 좋을 텐데. 그리고 보니 아벨서점 가본 지도 오래되었구나.

 

또 이야기가 삼천포로. 항상 그렇듯이.

 

뉴욕타임즈에서는 계속해서 책 코너를 운영하는데 국내 언론에서는 책소개가 더 이상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나 보다. 이제는 더 이상 책코너를 운영하지 않는단다. 그러니까 우리가 점점 새로운 책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말이 아닐까 싶다. 책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어도 그 경로가 없어진다는 말이니. 네이버에서도 오래 전에 책 섹션을 운영하다가 애진작에 돈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는 바로 접어 버렸지.

 

이제 책읽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그야말로 희귀종이 되어 가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 지하철에서 책읽는 사람들을 찾아내는 프로젝트가 다 있다고 했지 아마. 그 시절에는 지하철에서 신문이나 책읽는 이들이 참 많았었는데. 이젠 신문도 책도 지하철 승객들의 손에서 사라져 버리고 대신, 스마트폰만 주구장창 쳐다본다. 재미진 웹툰에, 신박한 이야기들이 넘쳐흐르는 너튜브를 책이 상대하기란 역부족이다.

 

지금 당장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해서 책 읽는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언가 읽을 거리를 찾을 것이고, 또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런 대로 살아가겠지. 그런 게 세상이 아니었나.

 

뭐 그렇다고.

 


참 기다리고 있던 맥스 포터의 <래니>가 출간된 모양이다. 집에 가서 주문해면 내일 받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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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7-23 17:2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전 어릴 때 모르는 게 나오면 백과사전을 찾아봤는데 ㅎㅎ 아이들은 네이버 구글 검색. 요즘 아이들은 너튜브로도 검색을 하더라고요. 활자보다 영상이 편한 세대ㅠㅠ 그렇게 세상은 변하고 흘러가지만 또 변하지 않는 것도 있지요 ㅎㅎ

레삭매냐 2021-07-23 17:55   좋아요 5 | URL
제게는 그 시절에 종이접기가 정말
난관이었죠... 책으로 봐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는데 - 요즘에는 아마
너튜브로 친절하게 알려 주니 그 시
절보다는 수월하지 않을까 싶네요.

시시각각 변해가는 세상에 점점 더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새파랑 2021-07-23 17: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게 사라지는건 너무 아쉬운거 같아요 ㅜㅜ 그래도 어떻게든 좋아할만한 새로운게 나오더라구요😔

레삭매냐 2021-07-23 17:59   좋아요 3 | URL
사라진다는 건 아쉬움의 다른
말이 아닐까요...

새로운 책들이 그런 게 아닐까
제 맘대로 생각해 봅니다 핫하.

미미 2021-07-23 19: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짐 캐리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영화 <캐이블 가이>의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집의 티브이가 꺼지자 어떤 사람이 책을 펼치면서 끝났던걸로 기억하는데 떠오르네요. 북플하기전에 지하철에서 책 보는 분들 발견하면 때로는 연락처라도 물어보고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너무 귀해서ㅋㅋㅋ

레삭매냐 2021-07-24 00:12   좋아요 2 | URL
바로 케이블 가이 엔딩 시퀀스
를 찾아 봤습니다. 예전에 분명
본 영화인데 1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텔리비전이 먹통이 되자 바로
끄고 침대 맡에 있던 책을 펼쳐
들고, 바로 미소를 띄는 장면이
어찌나 어색하던지요 ㅋㅋㅋ

그땐 그랬지...

stella.K 2021-07-27 2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소개를 돈벌이와 연결시키는 자체가 좀 씁쓸하네요.
그냥 공익을 목적으로 해도 좋을 텐데.
책이 원래 돈벌이가 되는 건 아니잖습니까? 그럼에도 독서의 중요성을 알면 말임다.
조선일보는 어떤지 모르겠어요. 오래 전 주말이면 아예 섹션을 따로 만들어서
속으로 거의 환호하면서 봤는데. 인터넷 서점이 생기기 전에 말임다.
그러고 보면 매냐님도 디지털 보단 아날로그가 익숙한 나이신가 봅니다.ㅋ

레삭매냐 2021-07-28 08:13   좋아요 1 | URL
언제나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존재
하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책을 만들어 내는 출판사
부터 돈벌이에 치중하니 말이죠.
독서의 중요성과 비즈니스는 뭐랄까
다르다고나 할까요.

그렇습니다, 전 누가 봐도 아날로그
세대지요. 요즘에는 메타버스가 대세
라고 하여 공부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물론 다른 이유(?) 때문이긴 하지만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