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상한 버릇이 하나 있다.

그것은 어떤 작가에게 꽂히면 그의 책들을 주르르 사냥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나의 타겟은 독일 출신 작가, 아니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서독 뤼벡 출신 작가 페터 슈나이더다.

 

그 동네에서는 나름 끗발 좀 날리는 작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널리 알려진 작가가 아닌 것 같다. 몇 권의 책들이 출간되었지만, 지금 구할 수 있는 책은 <에두아르트의 귀향>이 전부다. 나머지는 죄다 절판됐다.

 

, 이게 또 문제다. 왠지 절판된 책이라고 하면 또 손꾸락이 근질근질해진다. 아 누가 채가기 전에 당장 사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절판책 사냥꾼의 본능이 꿈틀 거리기 시작했다. 역시 나의 판단보다 손꾸락이 더 빨랐다. 여기저기서 찾아낸 사이트에서 이미 나의 손꾸락은 결제 버튼을 꾹 누르고 있었다. 역시 빠르다.

 

아마 그게 지난 주말의 일이었던 것 같은데 어제 두 권이 같이 두둥~ 하니 씨제이 택배기사님의 손에 들려 도착했다. 하던 일이 바빠 당장 뜯지 못하고 잠시 시간차를 두고 개봉했다. 언박싱의 순간은 언제나 즐겁다. 게다가 상태를 알 수 없는 헌책이라면 더더욱.

 

1번타자는 교사에서 전업작가로 전향한 68작가 페터 슈나이더의 장편 데뷔작 <렌쯔>. 자그마치 19년 전에 나온 책인데 상태가 아주 좋다. 그리고 아무도 책을 펴본 것 같지 않다. 그러니까 책에 세상에 나온 뒤, 타인의 손을 타지 않았다는 것이다. 출판사는 문매미. 정말 처음 들어보는 출판사가 아닐 수 없다. 아니 이런 출판사가 다 있었나 그래. 본문만 134쪽이다. 이거 완전 한입거리구만 기래.

 

2번타자는 문지에서 나온 대산세문 97<장벽을 뛰어넘는 사람>이다. 당연히 절판된 책이다. 요건 비교적 신간으로 11년 전에 나온 책이다. 그래24에서 중고로 사들였다. 멀리 대구에서 온 책이다.

 

희한한 것은 같이 나온 대산세문 98<에두아르트의 귀향>은 여전히 구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왜 같이 나온 책이 하나는 절판이고 다른 하나는 여전히 시중에서 팔리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런 <렌쯔>보다 더 컨디션이 좋다. 거의 쌔삥이다. 책의 컨디션에 대단히 만족한다. <에두아르트의 귀향>이 독일 통일 이후의 베를린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면, 1982년에 발표된 <장벽을 뛰어넘는 사람>은 통일 이전 독일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니까 서로 상호보완적이라는 말이리라.

 

램프의 요정 검색기를 문지르면 페터 슈나이더의 책은 딱 네 권이 검색된다. 그 중에 세 권이 절판이다. 다른 하나는 <짝짓기>로 이건 무려 IMF 위기가 터지기 전에 나온 책이다. 이건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보통 적어도 어느 작가라도 한 세 권 정도는 읽어야 그 작가의 작품세계를 대충이나마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일단 시바 료타로의 <신센구미 혈풍록>부터 마저 다 읽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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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1-07-14 08: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절판책 사냥꾼이세요~ㅋㅋ
문매미출판사 ㅎㅎ 신선하네요.
에밀 졸라 읽으신다더니 노선을 바꾸셨나용? 😅

레삭매냐 2021-07-14 10:03   좋아요 5 | URL
지금 읽고 있는 시바 료타로의
<신센구미 혈풍록>이 너무 재밌
어서 그만 졸라는 졸라 뒤로
밀리게 되어 부렀습니다...

페터 슈나이더도 읽어야 하고
뒤죽박죽 책읽기의 전형이지요 ㅋㅋ

새파랑 2021-07-14 09: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레삭매냐님 정도의 고레벨은 아니지만 한번 마음에 드는 작가의 작품은 다 읽고 싶더라구요. 절판된 책을 사냥하시는 레삭매냐님은 완전 대단한거 같아요👍

레삭매냐 2021-07-14 10:04   좋아요 4 | URL
저도 진짜 고렙 선수들에
비하면 허조비지만 나름
선전하고 있답니다.

이번에도 운이 좋았습니다.
더 구하기 힘들기 전에
땡기는 시츄이지요.

mini74 2021-07-14 11: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무도 펴보지 않은 것 같다 ㅎㅎㅎ 중고책의 보물같은 존재를 만나셨군요.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없는 갈증? 이게 탄탈로스의 형벌인가요 물이 아닌 책 ? ㅎㅎㅎ

레삭매냐 2021-07-14 11:41   좋아요 2 | URL
알라딘 개미 지옥, 끝이 없습니다아 ~

넵, 중고책이라고 하는데 책이 넘어
가질 않네요. 완전 쌔삥이었습니다.

아 갈증이 가시질 않네요 :>

얄라알라 2021-07-14 11: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손꾸락˝ 부지런히 움직이셔서 겟하셨는데 ˝완전 한입거리구만˝^^

북플 친구분들의 책사랑이야 늘 넘치게 느끼지만 레삭매냐님 이번 포스팅에서도 채워지지 않을 책사랑 마구 느끼고 갑니다.

그나저나 독일어는 작가이름도 책 제목도 왜 이리 안 외워지나요?^^ 따로 몇 번 소리내어 읽어야 머릿 속에 박힐 것 같아요. 에두아르트 에두아르트 페터 페터 슈나이더

레삭매냐 2021-07-14 11:42   좋아요 2 | URL
독일어는 영어랑 비슷하면서도
또 발음이 완전히 다른 것 같아요.

영어로는 분명 피터인데, 자기들
은 페터라고 부르니...

전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작가와
제목이 입에 붙지 않는 경우도
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