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캣의 내가 운전요정이다
스노우캣(권윤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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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점심을 먹고 인근 중고서점을 찾았다. 복귀하기 전까지 짧은 책을 하나 만나고 싶었다. 그러기에는 웹툰만한 게 없지. 부담 없이 가볍게 볼 수 있으니까. 여러 후보들이 눈에 들어온다. 한 때 진짜 즐겨 보던 <마음의 소리>, 파괴왕의 <신과 함께> 등등. 근데 왠지 어둡거나 정치적 색깔의 웹툰들은 보고 싶지가 않다. 그전에 보던 게 있었는데, 마저 봐야지 싶으면서 선 듯 손이 가지 않는다.

 

그리하여 나의 간택을 받은 책이 바로 스노우캣의 운전툰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너튜브에서 요즘 한층 주가를 올리고 있는 오마이걸의 리더 효정이 장롱면허로 새롭게 운전 도전에 나서는 영상을 봤는데... 예의 장롱면허 드라이버는 모의 운전에서 주차를 하다가 1억 상당의 물적 손해를... 뭐 그랬다고 한다. 나도 초보 시절을 생각하니 그 땐 그랬지~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그렇다고 지금 간지나는 드라이버도 아니지만.

 

나도 오랫동안 장롱면허를 가지고 있었다. 아주 오랫동안. 그리고 드디어 차를 끌고 도로주행에 나섰다. 동네 운전도 못하면서 첫 드라이빙 코스가 아마 파주였지. 사실 파주에 들어가서는 운전이 쉬웠지만, 거기까지 가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리고 그 시절에는 내비게이션도 없어서 길을 몰라 고생했었다. 생각해 보니 네비게이션이 있었다고 해도,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아마 네비를 볼 여유가 없었으리라. 룸미러와 사이드미러로 전후 측방 보기가 너무 힘들었다. 스노우캣 양반의 첫 사고가 좌측의 사각지대를 못 본 탓이었지 아마. 숄더 체크가 기본이라는 건 알지만, 모두가 알 것이다. 운전 시작하면서 아는 것을 모두 액션으로 옮길 수 없다는 걸 말이다.

 

스노우캣은 자신의 귀염둥이를 데리고 야무지게 주차부터 마스터했다. 과연 요정이라 부를 만하다. 나도 주행연습하면서 스승님이 지시를 듣긴 했지만, 원체 그렇게 생겨 먹어서 그런지 내 스타일 대로 하게 됐다. 스노우캣처럼 지금도 후방카메라를 보지 않고 숄더체크로 후진 주차를 하곤 한다. 습관은 자고로 무서운 법이다. 그리고 어느 것도 날로 먹는 건 없다는 것도 몇 차례를 사고를 통해 배웠다. 정말 다행인 것은 그동안 인사 사고가 한 번도 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숱한 스크래치와 지금도 좁다란 지하주차장으로 갈 때면 등짝에 땀이 나곤 한다. 스노우캣이 종로 모처에 갔다가 지하 4층 주차장에서 올라오는 길에 양편에 난 숱한 스크래치들을 보고 기겁했다지. 난 일산 주엽의 그랜드마트 지하 7층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었다. 무섭더라.

 

지난 주말에는 나의 귀염둥이를 끌고 간만에 서천/장항에 다녀왔다. 180KM 남짓한 길이 가는 데만 세 시간 넘게 걸렸다. 그놈의 고질적인 서해안고속도로 평택-행담도 구간에서 너무 시간을 많이 까먹어 버렸다. 다른 길이 없으니... 원래 서해 금빛열차를 타고 가고 싶었으나 시간도 맞지 않고 비용도 많이 들어서 기차타기를 포기했다. 게다가 요즘은 코로나 시절이라 기찻간에 뭘 먹는 것도 안된다고 하지. 그런 맛도 없이 뭔 놈의 기차를 타니 그래.

 

물 빠진 갯벌에 나가서는 황해비단고둥, 밤게, 긴게 그리고 이름 모를 녀석들을 사냥했다. 장항 맛나로 골목(정말 시골스러웠다)에 가서 저녁을 먹고 오는 길에는 정말 코지한 분위기의 카페 램프에 들러 커피를 사가지고 돌아왔다. 실컷 수다를 떨면서 오니 180KM 운전이 금방이더라. 간만에 하는 장거리 야간운전이었는데 나를 노리는 숱한 카메라들을 제치고 무사히 도착했다. 이것도 다 짬밥이겠지, 세상에 무엇 하나 거저 얻어지는 건 없으니까 말이다. 뭐 그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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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5-24 15: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서해안 자주 다니는데 너무 심하게 막힙니다 ㅜㅜ 운전은 짜증나셨겠지만 그래도 즐거운 서천 여행이었겠네요. 부럽네요 ^^

레삭매냐 2021-05-24 21:33   좋아요 1 | URL
내려 가면서 각오는 했었지만
아주 돌아삐는 줄 알았습니다.

근데 막상 가서 바다와 멋진
꽃들을 보니 맴이 사르르...
닝겡은 이렇게 간사한가 봅니다.

mini74 2021-05-24 17: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면허가 앖어요. 편도 1시간30분까진 걸어다니지요 그외엔 대중교통. ㅎㅎ 그래서 저는 로봇을 닮은 네모나고 우람한 팔다리를 얻었지요 ㅎㅎ

레삭매냐 2021-05-24 21:34   좋아요 1 | URL
우와 1시간 반!
넵 사실 저도 뚜벅이 시절이 그립
더라구요. 인제는 노쇠하야 그렇게
못 걷습네다.

미미님의 고급진 유머에 빵빵 터져
부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