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가 고인의 20주기로구나. 그런데도 계속해서 그의 작품들이 발표되니 뭐랄까,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랄까.
제발트 작가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아무런 생각 없이 무조건적으로 구매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오늘 오후에 받았다.
이건 하나의 즐거움이다.
제발트 작가가 귀한 작가들에게 바친 헌사라고 하는데...
한 번 휘리릭 펼쳐 보니 컬러 도색의 그림도 있고 뭐 그렇다. 익숙하지만 읽다만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 이야기도 나오는가 본데... 그렇다면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선결 조건으로 발저부터 읽어야 한다는 말일까. 소책자 스타일의 책을 사들고 중세 스위스의 어느 전투에 대해 읽었나 어쨌나.
아침부터 두꺼비 알과 도룡뇽 관찰하느라 돌아 다녔더니만 벌써부터 피곤하다.
이럴 때 한숨 때리면 얼마나 좋을까. 파스칼 로즈의 읽다만 책부터 읽어야 하나 아니면 바로 제발트의 책을 읽기 시작해야 하나.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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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트의 새 책 역시 알고 보니 위험한 책이었다.
자신을 파괴해 가면서까지 글쓰기라는 악덕에 전염된 고트프리트 켈러니 로베르트 발저 같은 작가들에 대한 빈프리트 게오르크 제발트의 찬사라는 표현이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해당 작가의 책부터 먼저 읽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타자의 시선으로 본 감상 혹은 리뷰보다 내가 원전을 먼저 만난 뒤에 읽어야 한다는 그런 일종의 강박관념이라고나 할까.
고트프리트 켈러의 <초록의 하인리히>는 예전에도 어디선가 한 번 주워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나온 제발트의 책에서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결국 그 책를 구해서 읽어야 한다는 운명일까나.

그나마 로베르트 발저의 책 <산책자>와 <벤야멘타 하인학교>는 보유하고 있어서 냉큼 찾아서 후자부터 읽기 시작했다. 이유는 순전히 책이 짧다는 이유로 말이다. 요즘 너튜브 동영상에 흠뻑 빠져서 책읽기보다 그놈의 동영상 보기에 시간을 더 투자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동안 미처 몰랐던 몽골 제국의 호라즘 정벌이라든가, 금나라와의 전쟁, 2차 세계대전 비사, 히총통의 소방수 혹은 방어전의 사자라 불리던 발터 모델 원수 등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보고 있노라면 새벽을 훌쩍 넘기기가 일쑤다.
너튜브에 그렇게 많은 동영상들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책에 대한 컨텐츠는 많이 없다는 느낌이다. 우리 책쟁이들이 리뷰에는 나름 공을 들이지만 또 컨텐츠 제작에는 관심이 없나 어쩌나. 물론 선제적으로 대응해서 나름대로의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결국 컨텐츠 제작은 꾸준함과 얼마나 많은 컨텐츠들을 업로드했나가 아닌가 싶다.
파스칼 로즈의 책부터 마저 읽어야 하는데 좀 스텝이 꼬인 그런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