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고대해 마지 않던 이시구로 선생의 <클라라와 태양>이 도착했다.
그리고 바로 읽기 시작했다.
상점에 진열되어 미래의 주인을 기다리는 AF 클라라. 그들에게는 자양분인 태양이 필요하다. 그래서 제목이 <클라라와 태양>으로 정해졌던가.
AF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이시구로식 표현이 아닐까 싶다. 인공 친구라고나 할까. 에이에프 클라라는 사유하고, 쇼윈도 너머를 통해 무언가를 배운다.
에이에프는 상품이다. 외로운 소년 소녀들을 위한. 그런데 모두에게 에이에프가 주어지는 건 아니다. 상점의 매니저는 클라라에게 그것을 알려 준다. 그러니까 현대인의 풀리지 않는 문제 중의 하나인 외로움은 비용이 들어야 해결될 수 있는 그런 문제가 되어 버린 것이다. 가난한 이들은 외로움조차 스스로 해결할 수가 없게 된 그런 시대다.
아 그런데 나는 그런 종류의 외로움들을 어떻게 해소하지? 아마 책으로 파도처럼 몰려 드는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나 뭐 그런 생각을 해본다. 일찍이 몽테스키외는 한 시간의 독서면 세상의 모든 시름들을 잊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니어도 그만이고. 원문이 있겠지만 그걸 찾아볼 의욕은 언제나처럼 부족하다. 그 시간에 클라라를 더 읽고 싶다.
그리고 짠, 미래의 주인이랄까 그런 존재인 14세 소녀 조시가 나타난다. 아마 그들의 운명은 그렇게 짜여 있었나 보다. 에이에프는 먼저 고객에게 반응하면 안된다는 규칙이 있나 보다. 그리고 불행해 보이는 소년 에이에프도 잠시 등장하는데... 왠지 그 장면에서는 영화 <에이아이>의 데이빗 생각이 났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부부가 들인 에이아이. 하지만 부부에게 아이가 생기면서 데이빗은 찬밥이 되었지. 이런 걸 데자뷰라고 하나. 왠지 사단이 날 것 같은 그런 예감.
<클라라와 태양>의 에이에프들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산다. 새로운 모델의 기종이 등장하면, 예전에 에이에프 친구들은 교체될 수 있다는. 그런 점에서 애정과 외로움 그리고 우정 같은 것들도 언제라도 대체할 수 있는 그런 무엇이 아닐까.
요즘 즐겨 보는 캐럿마켓을 동네이야기들을 살펴보면, 주변에 외로운 이들이 많은 모양이다. 같이 공부할 사람도 구하고, 가벼운 수다나 산책을 할 동지들을 구하는 글들이 자주 올라온다. 참 그 중에는 독서모임 멤버를 구하기도 한다. 이 대목에서 좀 짠했다. 근데 아직 코로나 시절이 아니던가. 우리 달궁은 언제나 대면모임을 갖게 될지 문득 궁금해졌다.
다 때려 치우고, <클라라와 태양>이나 줄창 읽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은 3월의 마지막 월요일 오전이다.
소설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진짜 맹렬하게 읽고 있는 중이다.
54쪽까지 읽었다. 점심 먹고 나서 1부를 다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