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내가 이달에 사들인 책들은 이 세 권이 전부가 아니다.

실컷 땡기길래 어렵사리 수배해서 산 홋타 요시에 선생의 <고야>는 아직 1권도 마저 읽지 못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이 책 때문이었다.

같은 저자로 한길사에서 나온 <라 로슈푸코의 인간을 위한 변명>이다.

이 책 역시 고야 시리즈처럼 절판된 책이다.

 

지난주에 인천에 갔다가 램프의 요정에서 데리고 왔다. 바로 읽기 시작해서, 2/3 지점을 돌파한 것 같다. 이 책부터 읽었어야 했는데...

금발 귀신이라 불리던 바이킹들이 갈리아 지방을 노략질하던 첫 번째 천년말부터 시작되는 유구한 역사를 다룬다. 바이킹의 배를 드라칼이라고 부른다지. 먼 훗날, 육지로 배를 실어 나른 오스만 투르크의 메메드 2세도 그들에게서 기술을 배웠던 게 아닐까.

 

베르퇴유에 근거한 로슈푸코 가문 역사는 프랑스 발루아 왕조와 부르봉 왕조를 포함한 근세사 그 자체다. 잉글랜드와 왕위계승 문제로 다툰 백년전쟁은 물론이고,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으로 신구교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위그노 전쟁에도 로슈푸코 집안의 당주들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자신의 공작력에 사는 이들은 모두 프로테스탄트인데 정작 당주는 가톨릭편에서 서서 내전을 치르는 아이러니란.

 

성 바르텔레미의 학살 당시 당주였던 프랑수아 3세가 살해되었고, 종교전쟁의 와중에 프랑수아 4세도 저격당해 죽었다. 역사소설의 주인공 프랑수아 6세는 태양왕으로 알려진 루이 14세에 대항해서 프롱드의 난의 주역으로 전장을 종횡무진 누볐다. 그 역시 전장에서 저격당해 실명할 뻔한 위기를 맞기도 한다. 배신과 음모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던 당시 프랑스에서 어떤 일도 가능하다고 했던가. 자신의 집사 출신 능력가 구르빌의 활약을 보고 주인공은 자신을 돈키호테에 그리고 해결사 구르빌을 돈키호테의 시종 산초 판사에 비유하기도 한다.

 

홋타 요시에 작가는 당시 부르주아 계급이 상업과 매관 등의 방법으로 경제적 제패를 사회적 제패로 이어 갔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주인공이 활약하던 17세기 프랑스에 대한 이야기들은 정말 흥미진진했다. 다가올 대혁명의 여명기라고 해야 할까.



다음은 오늘 램프의 요정에 달려가 산 켄 리우의 소설집이다.

<어딘가 상상도 못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황금가지에서 나온 책이다.

그리고 보니 다른 소설집인 <종이 호랑이>도 지인의 추천으로 읽다 말았던 것 같은데...

어제 간만에 우리 달궁 멤버들하고 채팅을 하고 나서 구매를 결정하게 되었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사자! 점심시간에 나가서 책을 샀다.

 

그리고 바로 읽기 시작했는데 가장 관심이 가는 <군신 관우의 아메리카 정착기>부터 읽었다. 소설집 가운데 가장 분량이 긴 소설이었는데 단박에 읽어 버렸다.

내가 켄 리우였다면 전설의 군신이자 관제라고 불린 의리와 충성의 상징인 관우를 중국집 주방장이나 라이더로 그리지 않았을까.

상상을 초월하는 스피드로 대중들의 미각을 사로잡는 중화요리를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그런 쉐프 말이다. 중화 요릿집의 이름은 <관운장>, 어떤가 나의 발칙한 상상력이.

 

켄 리우는 그 대신 남북전쟁 이후, 국가 재건에 필요한 노동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미합중국 정부가 중국에서 쿨리라는 이름으로 수입한 중국인 노동자들의 신산스러운 삶에 방점을 찍는다. 소설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아이다호는 아직 준주였고, 중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은 극심했다. 얼마 전에 만난 굽시니스트 작가의 <본격 한중일 세계사>에서 만난 쿨리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만나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나의 책읽기들은 이런 식으로 서로 연결되는 모양이다.

 

서둘러서 단편 2개를 읽고 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를 읽기 시작한다. 이제 열 개의 이야기가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지난 월요일에 광활한 우주점으로 주문해서 오늘 받은 나쓰메 소세키 선생의 <그 후>. 이 책은 순전히 지난 주말에 한겨레 기사로 만난 로쟈 선생의 펌프질 덕분이다. 토요일날 살 수도 있었으나 민음사 세문보다 현암사 버전을 원해서 기다리던 중, 중고서점에 떴다는 소식을 듣고는 바로 주문장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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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1-01-20 20: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현암사 <그 후> 중고로 떠서 바로 샀었어요. 물론 안 읽었지만요 ㅎㅎ
켄 리우 <종이 호랑이> 는 몇 작품이 아직도 안 잊혀집니다.ㅠ 레삭님은 추진력이 굉장하신거 같아요. 바로 나가서 사오시고...👍

레삭매냐 2021-01-21 11:00   좋아요 2 | URL
아 그러시고나... 저도 지난 주말부터
노리고 있었는데 중고로 떠서 일단
사두었답니다 :> 민음세문은 왠지
땡기지가 않아서요.

책은 언제 읽게 될 지 모르겠네요.

아유 <종이 호랑이>도 마저 다 읽
어야 하는데...

scott 2021-01-20 20: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알찬 책쇼핑! 저도 홋타요시에 라로슈푸코 먼저 읽고 프랑스 영국 백년전쟁 종교 전쟁 귀족들끼리 서로 죽이고 싸웠던 시절 역사 책들 찾아 읽느라 정신없었던 적이 ㅋㅋ소설보다 더 잼나요 번역이 좋아서 당시 상황이 눈앞에 생생 . 전 그후 윤상인 번역본으로 읽었는데 아직 다른 소세키 책들을 완독 하지 못해서 딱 정의 하기 힘들지만 산시로-그후 -행인은 소세키 3대 명작이라고 ㅋㅋㅋ 켄리우는 종이 호랑이 읽고 그냥저냥이였는데 ‘어딘가 상상도 못할 곳에~‘이책은 킨들에 묵혀두었는데 꺼내 읽어보고 싶네요

레삭매냐 2021-01-21 11:02   좋아요 2 | URL
전 요즘 홋타 요시에의 <몽테뉴>
어케 구하나 고민 중이랍니다.

고야는 예상 외로 쉽게 구할 수가
있었거든요. 1-2권은 새 책으로
나머지는 중고사냥으로 ㅋㅋ

뒤마의 <여왕 마고>가 완역으로
소개되면 치열했던 위그노 전쟁
당시의 모습을 엿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보니 작년엔가
<여왕 마고>도 영화로 만났나 봅니다.

나쓰메 소세키 선생 삼부작도 만나야
하는데... 일단 책부터 지르려고 하니 ㅋ

<순록 떼> 중에 일단 관우 아메리카
정착기는 갠춘했습니다.

scott 2021-01-21 11:13   좋아요 3 | URL
매냐님 출판사에 직접 연락해보면 몇권이라도 남아 있지 않을까요 ?
뒤마는 뻥을 너무 많이 쳐서 마고를 불쌍하게 묘사했으요
전 토마스만 형 하인리히 만이 쓴 역사서를 읽었는데 엄청 두꺼움 앙리 4세
이책이 역사서에 담지 않은 야사가 많아여 ㅋㅋ
매냐님을 자꾸 책사냥꾼으로 만드는것 같으 ^0^

레삭매냐 2021-01-21 19:21   좋아요 3 | URL
그렇지 않아도 토마스 만 샘의 형님
이 쓰신 <앙리 4세>도 컬렉션 모음
에 들어 있답니다.

근처에서 판다고 하면 바로 달려갈
뻔 했습니다. 사냥꾼으로 전업해야
할까요.

맞습니다, 뒤마가 카트린느 드 메디치
는 희대의 악녀로 그리고 마고 공주는
아주 지고지순한 사랑꾼으로다가...

여튼 읽으면 읽을수록 빠지는 16세기
17세기네요.

mini74 2021-01-20 21: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아이가 켄 리우랑 테드 창 좋아해서 알게 됐어요. 저도 관우 이야기 기억에 남아요.~

레삭매냐 2021-01-21 11:03   좋아요 1 | URL
오옷 책읽는 패밀리? 대단하십니다.

전 SF 팬도 아닌데, 주변에 SF 마니아
들이 있어서 덕분에 줍줍하고 있답니다.

켄 리우의 글쓰기는 대단한 것 같습니다.

붕붕툐툐 2021-01-20 2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램프의 요정에 자꾸 달려가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ㅎㅎ

레삭매냐 2021-01-21 11:03   좋아요 2 | URL
고만 가야 하는데...
이건 뭐 습관적으로 들락거리니
문제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