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가와 이에야스 21 - 제3부 천하통일 21 파멸의 조짐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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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7부 능선을 돌파했다. 천하를 다투던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차례로 죽었다. 이제 때를 기다리고 있던 살찐 너구리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명실상부한 천하인이 되었다. 하지만, 노회한 무사이자 정객인 나이다이진 이에야스는 아직 자신의 때가 오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일단 도요토미 가문과 히데요리 도련님을 위한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친 자기파멸적인 인간 이시다 지부 미츠나리가 버티고 있었다. 전편에서 히데요시 키즈에게 쫓겨 자신의 품 안으로 날아든 숙적 지부를 보호해서 그의 영지인 사와야마로 보낸 바 있다. 물론 부교 자리에서 은퇴하는 조건으로. 사실상 자신을 위협한 라이벌이 없어진 상황에서 이에야스는 더 이상 맹수의 발톱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 자신을 자제하고 인내할 필요도 마찬가지였고.

 

풍문에 의거해서 자신의 암살 기도를 획책한다는 이유로 부교들을 징계하고, 아사노 나가마사는 코후로 낙향시킨다. 신변보호라는 이유로 무장한 미카와 꼴통 가신단을 거느리고 오사카 성의 히데요리를 영접하는 나이다이진 이에야스. 내전의 풍기를 단속하는 등, 사실상 1인자로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인다.

 

한편, 네네는 키타노만도코로 그리고 남편 타이코 히데요시가 죽은 후에는 코다이인으로 변신했다. 여자 칸파쿠로 불릴 정도로 배포를 자랑하던 코다이인은 도요토미 가문의 영속보다는 천하의 안녕을 선택한 모양이다. 실질적 일본의 지배자가 된 나이다이진 이에야스에게 자신의 거처를 내주고 교토로 향한다. 물론, 현실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무모하게 이에야스에게 도전장을 내민 이시다 지부는 그런 코다이인을 적으로 규정하고, 오소데를 그녀의 측근에 심어 여차하면 살해할 계획은 세운다. 개인적으로 이시다보다 정국을 읽는 눈이 뛰어난 오소데의 행적에 의구심이 가는데, 너무 소설적 설정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당면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던 나이다이진 이에야스는 이번에는 자신의 위치를 공고하게 만들기 위해 소문에 나도는 다이묘들을 상대로 인물 평가(라고 적고 실제로는 테스트)에 돌입한다. 그 첫 번째 상대는 바로 다이나곤 토시이에의 아들들이었다. 그들에게 역심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사과와 동시에 어머니 오마츠를 인질로 보내라는 무리한 요구를 제시한다. 이거 갑자기 너무 폭주하는 건 아니고. 이에 토시나가와 토시마사는 울분을 억누르고 이에야스의 요구대로 호슌인으로 개명한 오마츠 여사를 인질로 삼아 에도로 보낸다.

 

자 다음 순서는 누구였을까? 바로 에치고에서 아이즈 120만 석의 영주로 전봉된 우에스기 카게카츠였다. 타이코 히데요시가 죽던 해 정월에 새로운 영지로 부임한 카게카츠가 (전란에 대비한) 새로운 성을 쌓고, 총포를 사들이는 군비 강화를 하고 떠돌이 무사들을 끌어모은다는 첩보가 나이다이진이 있는 오사카 성으로 날아든다. 이번에도 이에야스는 가신들을 소집해서 아이즈에 보낼 최후의 통첩을 작성한다. 이 임무는 비교적 정중하지만 사실상의 협박장을 카게카츠와 친분이 있는 쇼코구 사 소속의 승려 호코지 쇼타이가 맡았다. 고심 끝에 발송한 서신을 받아든 카게카츠의 카로 나오에 야마시로노카미 카네츠구는 그야말로 천하의 이에야스를 도발하는 일명 나오에장으로 알려진 회신을 날린다. 도쿠가와의 사신들이 전달한 오사카에 카게카츠가 직접 상경해서 해명하라는 요구, 인질 요청, 신종의 서약서 작성 따위의 요구들은 묵살된다.

 

이 결정은 야마시로노카미가 주장대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이시다 지부의 거병 때문에 자신들의 영지를 정벌하지 못할 거라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야마시로노카미의 생각은 우에스기 가문에 치명적인 오판이었다. 일본 정국을 결정한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서군이 패배하면서 우에스기 가문은 120만 석 다이묘에서 30만 석으로 카이에키되는 신세가 되었으니 말이다.

 

어떤 일에도 놀라지 않는 미카와 너구리 씨는 나오에장을 받아 들고, 격분했다는 정치적 쑈를 벌이면서 대대적인 아이즈 정벌에 나설 계획이라고 만방에 선포한다. 이를 계기로 각 진영은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서군의 실질적 주도자였던 이시다 지부는 그대로, 한 방의 승부로 전국의 향방을 가를 그런 대전투를 원했던 나이다이진 이에야스는 모든 것을 건 도박에 나선다. 나를 반대하는 이들은 모두 반대편인 서군에 붙어라, 그리고 나에게 충성하는 다이묘들은 내가 지휘하는 동군 편에 서라. 한 마디로 말해 천하라는 거대한 판돈을 걸고, 한 판 붙자는 미카와 너구리 씨가 던진 승부수였다.

 

도박판에 참가하려는 선수들의 머리 회전력이 상승하기 시작한다. 도대체 어느 편에 서야 나에게 가장 유리한가를 계산했다. 순간의 선택이 개인의 운명은 물론이고 가문과 가신들의 그것도 좌지우지할 판이었다. 오만과 불손의 아이콘 이시다 지부는 미카와 너구리 씨가 의도한 대로 거대한 도박판에 뛰어든다. 거의 모든 이들이 천하의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상대로 이런 위험한 도박을 벌이는 게 위험하다고 충고해도 듣지 않는다. 그것이 파멸의 조짐이었을까.

 

이시다 지부를 유인하고 시간을 벌기 위한 용사로 나이다이진의 슨푸 인질생활 이래 가신이었던 후다이 토리이 모토타다가 선발된다. 아이즈 정벌에 나서기 전에, 미카와 너구리 선생과 모토타다는 반세기에 걸친 우정을 이야기하면서 석별의 잔을 나눈다. 군소리 안하고, 사지에서 항전하라는 주군의 명령에 따르는 가신. 정말 가슴 찡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이시다 지부는 미카와 너구리 선생의 예상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행동에 나선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전횡을 핑계로 삼아, 도요토미 가문과 히데요리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타이로와 부교들을 설득한다. 한편, 한센병에 걸린 것으로 알려진 오타니 요시츠구는 미카와 너구리 선생의 동원령에 따라 아이즈 정벌길에 나선다. 오타니는 이시다 지부에게 부자가 모두 아이즈 정벌에 조력하라는 조언을 하지만, 오만한 이시다 지부는 그 충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신 자신과 함께 도쿠가와 타도의 깃발을 들자는 간곡한 설득에 오타니가 넘어간다.

 

그는 우선 오만과 불손의 캐릭터 이시다 지부를 서군의 총대장으로 삼으면, 통솔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예리하게 지적한다. 이시다 지부에게는 그야말로 뼈 때리는 충격이 아닐 수 없디. 그래서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바지사장 모리 테루토모였다. 그리고 반 도쿠가와 연합이 내세운 격문과 연서를 전국에 돌릴 것을 주문한다. 동시에 오사카 성으로 달려가 동쪽으로 떠난 무장들의 처자식들을 인질로 잡으라는 치졸해 보이는 작전도 구사한다. 난세에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식이다. 알량한 무사도 따위는 개에게나 주라는 식일까.

 

순조롭게 진행되던 이시다 지부파의 전략은 인질극의 첫 번째 타겟이었던 호소카와 타다오키의 아내이자 아케치 미츠히데의 딸인 가라시아 부인의 격렬한 저항으로 차질을 빚는다. 독실한 천주교도였기에 가라시아 부인은 자결을 거부했다. 가라시아 부인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약간의 희비극으로 진행되면서 3부의 첫 번째 권이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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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2020-09-05 2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여전히 정리의 달인이십니다.
이사람들은 이름을 워낙 자주 바꾸니까 읽다가도 헷갈리는데
이렇게 정리를 해주시니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라도 좀 이해가 가능해 지네요.ㅎㅎ
학교 다닐때 공부도 엄청 잘했을것 같은 느낌. 계속 정리 잘해주세요~~



레삭매냐 2020-09-17 10:16   좋아요 0 | URL
학교 다닐 적에는 공부를 잘하지 못하였습니다...

이제 거의 막판으로 치닫고 있네요.
이제 4권만 더 읽으면 대망의 완독이랍니다 :>

종이연필 2020-09-09 2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안 읽어도 레삭매냐님 리뷰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저뿐일까요..ㅎㅎ 오래전부터 팬입니다~

레삭매냐 2020-09-17 10:17   좋아요 0 | URL
매권 마다 리뷰를 쓰다 보니,
거의 의무방어전을 치르고 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

지금 29권 읽고 있는데 추석 때까지
분발해서 완독하는 플랜이랍니다.

팬이라고 하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페크(pek0501) 2020-09-16 14: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하루를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0-09-17 10:16   좋아요 1 | URL
페크님도 굿데이~ 하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