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형태
안드레아 카밀레리 지음, 음경훈 옮김 / 새물결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바로 이런 책이 읽고 싶었다. 사실 형사가 등장하는 추리소설은 그다지 선호하는 장르가 아닌데, 이탈리아 국민작가라는 호칭을 지닌 금시초문의 안드레아 카밀레리라는 작가의 책을 지난 주말 서가 정리하던 중에 찾아냈다. 사실 그전부터 찾고 있었으나 찾을 수가 없었는데... 어디 나에게 그런 책들이 한 두 개가 아니지만. 성석제 선생의 소설집(역시 유쾌했다)을 끝내고 나서 가뿐하게 집어 들었다. 그리고 바로 잠이 들어 버렸다. 삶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우리의 주인공은 시칠리아 비가타 지역에서 활동하는 살보 몬탈바노 경위다. 몬탈바노라고? 내가 작년엔가 만난 몬탈반과 친척관계인가? 카밀레리 작가의 몬탈반에 대한 오마주라고나 할까.

 

소설 <물의 형태>는 신속한 전개와 유쾌한 캐릭터의 형상이 빛나는 작품이다. 왜 이 시리즈가 꼴랑 두 개만 나오고 더 이상 나오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모두 절판되어 이제는 구할 수조차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한 권이라도 가지고 있는 나는 운이 좋은 셈인가? 다른 책 <바이올린 소리>는 도서관에도 비치되어 있지 않다. 하긴 세상의 모든 책들을 도서관이 품고 있을 수는 없겠지.

 

시칠리아의 만나라 지역에서 두 명의 환경 미화원이 고급승용차에 탄 채 죽은 지역 거물 실비오 루파렐로를 발견하는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바로 고인이 누구인지 알아챈 피노와 사로는 그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리초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지만, 리초는 자신은 모르는 일이니 경찰에게 신고하라고 한다. 하지만 피노와 사로는 이런 사실을 경찰에게 알리지 않는다. 그리고 사로는 아픈 아이를 치료할 수 있을 거액으로 환산될 수 있을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습득하지만 역시 이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그 사이 지역사회에서는 개혁의 기수로 알려진 기사 루파렐로를 추모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하지만 몬탈바노 경위는 루파렐로의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다만 루파렐로가 죽을 당시, 추잡한 짓을 하고 죽었다는 사실을 미디어에 까발리는 짓은 하지 않았다. 정치계와 종교계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이 사건을 종결시키고 하지만, 무언가 석연치 않다는 점을 육감으로 느낀 몬탈바노는 투명한 사건처리라는 이유를 들어 시간을 끈다.

 

그리고 올드 스쿨 스타일의 경찰답게 특유의 탐문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실에 접근을 시도한다. , 이미 리비아라는 여친을 두고 있는 몬탈바노는 친구의 딸이자 검시관인 안나 페라라와 정보제공자 파트마의 육탄공세를 특유의 무신경으로 가뿐하게 받아낸다. 작고하신 카밀레리 영감님의 구닥다리 연륜이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노익장이 구사하는 절묘한 순간의 포착들에서 두 손 두 발 모두 들어 버렸다. 카밀레리 작가를 왜 이탈리아 국민작가라고 평하는지, 몬탈바노 시리즈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를 나는 <물의 형태>를 읽으면서 알게 됐다. 우선 소설에서 조연을 맡은 배역들이 몬탈바노를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멋들어지게 보위한다. 우선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우직한 형사의 이미지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가 리비아에 대한 순정을 보일수록 주변의 여성들은 애간장을 태운다. 게다가 이 모든 게 작가가 구상한 스토리텔링의 한 축이라고 한다면! 놀랍지 않은가 말이다. 그렇게 독자는 카밀레리 양반의 포로가 되어 버린 것이다, 바로 나처럼.

 

핵심을 바로 까지 않고 빙빙 돌리며 호기심을 극대화시키는 작가의 전략도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루파렐로는 과연 부검의의 주장대로 심근경색으로 자연사한 것일까? 분명 아니라는데 내기를 걸어도 좋다. 다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과정을 얼마나 그럴싸하게 다루느냐에 소설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짜잔!하고 이탈리아식 슈퍼 막장드라마가 출현한다. 막장드라마는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었구나 싶을 정도의 그런 강도(強度)로 등장했다. 뭐랄까 방심하고 있다가 훅을 한 방 얻어맞은 그런 기분이라고나 할까.

 

이렇게 안드레아 카밀레리의 <물의 형태>를 읽고 난 뒤의 내 주관적인 느낌은, 올해 만난 최고의 책이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완벽하다고나 할까. 절판된 책으로 알려진 <바이올린 소리>도 반디앤루니스에서 팔고 있기에 바로 주문장을 날렸다. 그렇게 많은 몬탈바노 시리즈가 발표가 됐는데 왜 우리나라에는 달랑 두 권만 번역이 되었는지. 그렇다면 이탈리아어는 읽을 줄 모르니, 영어 번역서라도 구해서 읽어야 하나 싶을 정도다. 덕분에 알게 된 알레산드로 바리코의 책들도 덤으로 읽고 싶어졌다. 카밀레리와의 첫 만남은 과연 명불허전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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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7-07 1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_@; 올해 만나신 최고의 책인데 품절@_@;;; 레삭매냐님의 리뷰로 일단 대리만족해야겠네요ㅜㅜ 바이올린 소리도 리뷰 기대합니다.(_ _);;;

레삭매냐 2020-07-08 08:51   좋아요 1 | URL
[소곤소곤] 램프의 요정에서는 품절이지만,
반디랑 교보에서는 팔고 있더라구요 :>

정말 대단한 소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래서... 이탈리아 국민작가라고 하는구나
싶었답니다.

coolcat329 2020-07-10 2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너무 끌려서 찾아봤네요. 몬탈바노 시리즈 7부작이라는데 국내엔 두 권 뿐이고 품절이네요. 다른 두 곳을 가봐야겠습니다. 글 읽고 보니 저도 너무나 좋아할 듯 싶네요. 더군다나 저는 형사물을 좋아하네요. ☺ ‘시작부터 끝까지 완벽‘이라뇨! 좋은 책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20-07-11 09:37   좋아요 1 | URL
몬탈바노 7부작은 아마 초창기 시리즈
를 말하는 것 같고요... 지금 위키피디아
에서 검색해 보니 몬탈바노가 나오는
작품들이 무려 26편이나 되네요 세상에!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길래 전능하신
유투브로 검색해 봤는데, 진짜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아주 유사한 주인공
의 열불내는 장면이 ㅋㅋ

조르주 심농 시리즈도 나오는데,
왜 이런 시리즈가 국내에 더 이상 소
개가 되지 않는지 아쉬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