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달궁 독서모임에서 우리 미쿡 브랜던 친구에게 왜 백인들은 흑인의 서사를 쓰지 못하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그 때 내가 염두에 두고 물은 작가가 폴 비티인지 아니면 콜슨 화이트헤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뭐 그렇게 가는 거지.

 

어제 퓰리처상이 발표되었다고 하는데 콜슨 화이트헤드가 3년 만에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 이어 <니켈 보이스>로 두 번째 수상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놀랍군. 누구는 평생 글을 써도 한 번 받을까 말까한 상을 두 번이나 받다니. 역사상 4번째이고 흑인 작가로는 처음이라고 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작품 활동을 할 테니 세 번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마침 예전에 사두기만 하고 쓰담쓰담 하던 책을 어제 자려고 누웠다 말고 찾아냈다.

 

소설의 배경은 1960년대 미국. 플로리다 탤러하시 출신의 엘우드 커티스는 학교 수업에 가려고 타인이 훔친 차에 탔다가 그만 인생이 지독하게 꼬여 버리고 만다.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교정 시설인 니켈 아카데미로 보내진 엘우드. 그곳에서 만난 잭 터너와 함께 벌이는 서사가 흥미만점이다. 얼핏 본 서머리만으로도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과연 유수의 문학상을 받을 만한가에 대해서는 직접 읽어봐야겠지만.


소설은 31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작가의 말. 미국 사회가 감추고 싶어하는 치부를 날것 그대로 파헤쳐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캐내는 문학 장인 콜슨 화이트헤드의 <니켈 보이스>는 전작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의 속편이다. 동시에 플로리다 니켈 아카데미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흑인 소년들에 대한 진혼곡이기도 하다. 교정 시설이지만 성폭행과 채찍질 같은 구타 그리고 독방 감금은 그곳에서 일상이었다. 심지어 살인도 수시로 벌어졌다. 독방에 감금됐던 16세 소년은 전구를 삼켰다고 했던가.

 

후기에 실린 작가가 어떻게 해서 니켈 아카데미의 진실을 도달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소개가 나와 있더라. 작가는 플로리다 마리애나에서 실제 있었던 아서 도지어 사건을 모티프로 삼았다. 아직 읽기 시작은 하지 않았다. 아마 이러다 번역이 나오길 기다리게 될 지도. 아마 은행나무가 판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언제나 번역서가 나오려나. 그리고 보니 <1구역>도 사두기만 하고 안 읽었는데.

 

파이널리스트에는 앤 패칫의 <더치 하우스>와 벤 러너의 <토피카 스쿨>이 올랐더라. 어쩔 때 보면 본상보다 파이널리스트 작품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이창래 선생의 <생존자>가 그랬지. 아 근데 왜 이창래 선생의 책들이 죄다 품절이지? 판권이 만료되었나.

   

그나저나 책의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더듬거리며라도 읽기 시작해야지 싶다. 오래 전 나의 선택은 탁월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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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5-06 2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어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그 작가의 작품이군요. 게다가 무려 두번째 퓰리처@_@;;;;; 읽어야지 별 수 없겠네요^^;;;;

레삭매냐 2020-05-06 21:20   좋아요 0 | URL
판권 가지고 있는 출판사의 대응이
좀 아쉽습니다. 작년부터 대작이라는
평이 곳곳에서 있었는데... 뭘하고 있
는지 참. 번역해 두었다가 차라~ 하고
푸는 미덕은 없는 거겠죠 아마도.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을 모르
는가 봅니다. 하긴 우리나라에서 퓰리
처상이 맥을 못추긴 하지만요.

coolcat329 2020-05-06 2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더그라운드가 번역이 문제가 많다고 해서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렇게 두 번이나 풀리처를 그것도 흑인으로선 첫 수상이라 하니 원서로 읽을 수 있으면 좋겠네여. 레삭매냐님 원서로 읽으시는군요!

레삭매냐 2020-05-06 21:22   좋아요 1 | URL
콜슨 화이트헤드 말고는 좋은 글을
발표하는 작가들이 수두룩 한데
어째 발굴(?)을 안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선지브 사호타가
번역되기를 기대하고 있답니다.

원서로 더듬거리며 만나 보려고 합니다.
아마 다 읽기 전에 번역이 나오지 않을
까 싶습니다만.

coolcat329 2020-05-06 2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몰라서 찾아보니 작가 이름이군요.🤤 Sunjeev Sahota ~잊지않을거 같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