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년 동안 레드삭스의 팬이었다.

 

레드삭스를 86년 동안 지긋지긋하게 따라 다니던 밤비노의 저주를 푼 뒤 관심이 좀 떨어졌다.

 

얼마 전, 1986년 시리즈를 말아 먹은 빌 버크너가 돌아가셨다는 뉴스를 들었다. 생전에 보스턴에서 그렇게 욕을 자신 분이었다. rest in peace.

 

저주를 풀기 위해 보스턴 사람들은 벼라별 짓을 다했다. 양키즈 모자를 들고 에버레스트 산에 올라가 태우기도 했고, 지금은 댐 건설로 수장된 어느 마을의 피아노를 물에서 건져다가 치질 않나. 하도 월드 시리즈 우승에 굶주렸으니 그럴 만도 했겠지. 돈으로 우승을 살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럴 수 있다면 다저스-보스턴 그리고 악의 제국이 만날 돌아 가면서 우승하게. 악의 제국이 27번째 우승컵을 거머쥔 게 벌써 십년 전이다. 악의 제국 주전 선수들이 부상으로 허우적대는 데도 나머지 전력을 아메 동부 1위를 달리고 있다. 이게 야구다. 불확실성! 아마 주전 선수들이 돌아온다고 해서 전력이 획기적으로 나아질 것 같지도 않지만. 오히려 팀 케미스트리를 박살낼 수도 있다. 그들은 슈퍼스타거든.

 

작년부터 그렇게 말 많던 터론토의 블게주가 마침내 데뷔했지만 어째 성적이 신통치 않다. 콜업 되기 전까지만 해도 리그를 씹어먹을 것 같은 기세였는데. 그런게 야구라는 거지. 어느 기사에서 브라이언 하퍼의 형 브라이언에 대한 기사를 읽었는데 동생은 리그에서 가장 비싼 선수 중의 한 명이 되어 승승장구하고 있는데(물론 성적은 그렇지 않다), 형은 여전히 마이너리그와 독립리그를 오간다고 한다. 7년이나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도 메이저리거의 꿈을 버리지 않다니 놀랍기만 하다. 꿈을 좇은 일은 언제나 그렇게 쉽지 않는 법인가 보다.

 

핸진이가 드디어 5월 이달의 투수상을 받았다. 지난 두달 동안의 성적을 보면 국뽕을 빼더라도 마땅히 사이영급이다. 다만 본인도 말했다시피 6개월 짜리 대장정의 초반일 뿐이다. 크리스 세일이 그렇게 맹활약을 펼쳐도 후반에 가서 죽을 쑤면 사이영은 커녕 욕만 먹지 않았던가. 모쪼록 이대로 달려서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치고, 대박 FA 계약도 맺었으면 한다. 구속이 늘어난 것도 아니고, 특별한 구종을 장착한 것도 아닌데 예전 매덕스가 그랬던 것처럼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을 드디어 깨우친 것인지 궁금하긴 하다. 물론 야구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빌리 빈이 외쳐 대는 운빨도 무시할 순 없겠지만. 코디 벨린저가 이끄는 다저스 타선이 3연속 월드시리즈 출전을 목표로 달리고 있지 않은가.

 

그나저나 작년 보스턴 우승의 후유증이 오래 가는 모양이다. 에이스 크리스 세일은... 말하고 싶지 않구나. 투수가 잘 던지면 타자들이 물방망이이고, 타자들이 잘 하면 불펜진이 불을 싸지르니 극강 아메 동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가 있나 그래. 게다가 탬파베이는 왜 이렇게 잘하는 거야. 예전에 탬파베이 경기는 시시해서 보러 가지도 않았는데 말이지. 이젠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다.

 

돔브로스키는 무슨 생각으로 강력한 마무리 투수 없이 시즌에 돌입한 건지 모르겠다. 번번히 이길 수 있는 경기들을 불펜진이 말아 먹고 있지 않은가. 작년 MVP였던 무키 베츠도 영 활약이 그렇고. 아마 한 시즌 건너뛰는 성적을 이번에도 거두려나. 영 몸값을 못하는 것 같다. 이렇게 나가다가는 FA대박은 커녕 쪽박을 찰 기세다. 불펜이 하도 죽을 쑤니, 절대 계약하지 말라고 했던 크레익 킴브럴 생각이 절로 나는구나. 뭐 작년에 우승했으니 이번 시즌은 평타만 쳐도 성공 아닌가 싶기도 하고. 장마다 꼴뚜기일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시즌 1/3 정도 지났는데 미네소타의 분전이 놀랍다. 이번 시즌에 리빌딩한다고 하지 않았나. 내셔널리그 팀 중에서는 밀워키를 응원하고 있는데 작년 MVP였던 크리스천 옐리치가 이번에도 한 번 더 MVP 먹었으면 좋겠다. 말린즈가 예전 외야수 라인업을 갖추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죽을 쑤진 않았을 텐데. 지터는 그래 말린즈파크에서 새로운 핫독이나 타코 장사로 돈 좀 벌고 계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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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6-05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류현진 경기도 역대 급이었어요.. 지금처럼 계속 기세를 유지한다면 옐리치를 다시 만나도 지지 않을 것 같아요...ㅎㅎㅎ

레삭매냐 2019-06-05 16:42   좋아요 0 | URL
오늘 다저스 수비진 너무 하더군요...
실책을 세 개나 하다니 -

이제 성적은 어느 정도 올렸으니
다음 목표는 상대 팀 에이스와의
대결에서 승리가 아닐까 싶네요.

슈어저나 벌랜더 같이 리그 최고
의 투수들과 대결이 궁금하네요.

카알벨루치 2019-06-06 0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류현진 진짜 황금시대인듯 합니다 다저스 애들 너무 잘하는데요 근데 보스톤이나 양키스 요즘 조용한듯! 최지만이 있는 템파는 의외더군요 예전보다 MLB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는데 그래도 추신수는 200홈런을 친 최초의 아시아선수가 됐군요! ㅎㅎㅎ

레삭매냐 2019-06-06 07:34   좋아요 0 | URL
텍사스는 추신수와 계약하지 말아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긴 비슷한 시기에 악의 제국과 계약
한 제이코비 엘스버리 역시 최악의
계약으로 남을 것 같긴 하지만요.

다저스 정규 시즌은 몰라도 포시에 가
면 위력이 감소하는 느낌입니다.
달빛이 아니라
벌런더를 영입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카알벨루치 2019-06-06 10:49   좋아요 1 | URL
그때 FA분위기는 추와 엘스베리로 압축되었죠 근데 엘스베리는 넘 하더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