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중고서점 영등포역 지하상가점


한동안 알라딘 중고서점들이 마구 생겨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매장들은 또 그렇게 문을 닫았다. 비교적 우리집 근처라고 할 수 있는 북수원점이 작년 여름엔가 아마 문을 닫았지. 그전에 타리크 알리의 <살라딘>과 가르보의 절판된 책을 마지막으로 사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번에 영등포점이 문을 열었다고 해서 평일을 이용해서 다녀왔다.

 


첫 이미지는 예전에 오함 선생의 <주원장전>을 사러 갔던 동탄점과 비슷해 보였다. 영등포역과 지하로 연결되서 비가 오는 날에 가도 비 맞을 일은 없겠구나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직원분들이 서가 분류를 맹렬하게 하고 계신 점이 인상적이었다.

 

 

아마 입구 좌측으로 해서 알라딘에서 개발한 굿즈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어디선가 굿즈에 최적화된 매장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던 것 같다. 내게 유일하게 필요한 굿즈는 책갈피인데, 아쉽게도 시간이 없어서 굿즈들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나의 책갈피들이여 ~

 

 

 

우리는 왜 서점에 가는가? 바로 책을 사러 서점에 간다. 중고서점에 가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에, 좀 더 괜찮은 품질의 책을 눈으로 직접 보고 나서 판단을 하기 위함이 아니던가.

 

시간 여유만 있다면 오래도록 서가를 누비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건만, 이제 나에게 부족한 건 시간 뿐이로다. 예전에 헌책방에서 아무런 눈치도 보지 않고 내 마음대로 시간을 보내던 시절이 너무나 아쉬울 따름이다. 시간이 이렇게 소중하게 느껴질 때가 오리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던가.

 

 

이쪽은 꼬맹이들의 책들이 즐비하게 진열된 어린이책 서가다. 예전에 거들떠도 보지 않던 어린이책 코너도 요즘에는 자주 들여다 보게 된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면 나이가 들어서도 책을 가까이 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마음이라고나 할까.

 

 

바로 들통이 날 거짓말이었다. 시간이 없다는 말은. 예전부터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커피 이야기>를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 버렸다. 리뷰로도 써서 기록을 남겨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리뷰는 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 다시 한 번 읽고 써야지 싶다. 커피 원산지로 여행을 떠난 미국 아저씨가 아예 커피 농장을 차리게 되는, 공정무역에 대한 글로 기억하는데... 윤리적 소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해주는 좋은 글로 기억한다. 근데 커피값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게 다 지대 때문이라는 분석은 이제 낯설 지도 않다.

 

 

이날 내가 사려고 서가에서 골라서 독서대에 잠시 쌓아 놓은 책들의 자태다. 사실 가기 전에 이미 내가 살 책들은 이미 간택했다. 주변에서 하도 페르난도 페소아의 책들이,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산문과 시들이 좋다고 해서 대량으로 구입할 요량이었다.

 

난 사실 시는 잘 모르는데. 어쨌든 사서 집에 오는 길에 페소아의 산문에 가차운 시들을 읽기 시작은 했는데... 역시나 그의 조국 포르투갈이나 기타 등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인지 상당 부분 이해를 하지 못했고(민음사에서 나온 시집이었다) 결국 읽다 말았다. 나머지 책들도 아직 도전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하긴 내가 사서 읽지 못한 책들이 어디 한 두 권이던가. 작년에 산 마이클 루이스의 <머니볼>도 이번 주에 다 읽지 않았던가.

 

 

나의 짧은 한시간 남짓한 알라딘 영등포점 방문은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 하고 끝이 났다. 아마 더 머물렀다면 상당히 많은 책들을 주섬주섬 주워 담았으리라. 뭐 뻔한 게 아닌가. 그리고 미처 그곳에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보물들을 만날 수도 있었겠지. 그리고 보니 예전에 분명히 서점에 있다는 걸 확인하고 갔지만 구하지 못했던 롤랑 바르트의 <기호의 제국>을 서가에서 찾을 수가 없어서 좌절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오랜 시간이 흘러 우리 동네 알라딘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지만 말이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책은 요즘 새로 들인 습관 대로 밑줄 좍좍 긋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읽고 싶은 책들을 모두 다 사서 볼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신간 수급이 상대적으로 늦어져서 도서관을 마냥 애용할 수도 없고. 관심작의 경우에는 라이벌들이 많아 빌리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결국 책은 사서 읽어야 한다는 결론인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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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6-01 1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서점 공간이 넓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굿즈 전용 진열대가 서점 공간을 지배해서 내부 분위기가 번잡하게 느껴질 거예요. ^^;;

레삭매냐 2019-06-01 20:05   좋아요 0 | URL
알라딘이 아무래도 사업을 영이하는
사업체이다 보니, 이윤이 되는 일에
좀 더 궁리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사실 굿즈샵이 그렇긴 하지요.

붕붕툐툐 2019-06-01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서점에 오래 머무를 수록 사고 싶은 책들이 늘어나죠~ 뻔한 일에 공감하고 갑니다^^

레삭매냐 2019-06-01 20:08   좋아요 1 | URL
그렇지요 아무래도 -
그래서 서점에서는 빨랑 필요한 책만
원래 사려고 했던 책들만 가져가야
하는데...

또 그렇게 뒤지다 보면 왕건이들을 만
날 수 있어서리... 미련을 버릴 수가
없더라구요 ㅋㅋㅋ

bookholic 2019-06-01 1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이들과 자주 가던 북수원점이 없어져서 아쉬워요..^^

레삭매냐 2019-06-01 20:10   좋아요 0 | URL
그래도 저는 문 닫기 전에
마지막으로 방문해서 원하던
책들을 데리고 올 수 있어서
좋은 추억으로 남았답니다.

그래도 아쉽긴 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