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들인날 : 2019년 2월 23일 @종로책방

 

지난 토요일 달궁 모임에 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지난달에 눈여겨 둔 아름다운 가게 <종로책방>에 들렀다. 그냥 뭐라도 하나 사야지 하는 마음으로.

 

우선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 1,2권이 있길래 바로 사들였다. 두 권에 6,000원.

 

다음은 ‘층간 소음’을 주제로 다뤘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음향과 분노> 5,000원.

 

마지막은 교유서가에서 작년에 처음으로 펴냈다는 구드룬 파우제방의 <보헤미아의 우편배달부>다. 사서 어젯밤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완전 흥미진진하고 재밌다. 교훈적이기까지 하니 금상첨화다. 왜 난 이 책의 존재를 아예 모르고 있었지. 종로책방에 들르지 않았으면 영영 모를 뻔하지 않았나.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이 떠오르기도 했다.

 

시공간적 배경은 독일 제국으로 패망으로 치닫던 1944년 8월부터 5월까지 세 계절 그리고 동부 보헤미아의 브뤼넬/볼펜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레닌그라드 전선에 투입됐다가 왼손을 잃고 전역한 17세 소년 요한 포르트너다. 우편 배달을 천직으로 삼은 소년에게 주어진 임무는 가혹하기 짝이 없는 죽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이다.

 

온통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우편 배달업무가 지속된다는 것 그리고 요한이 돌리는 검은 편지가 전장에서 죽은 전사자들에 대한 소식이라는 사실이 서글프기 짝이 없다. 구드룬 파우제방 작가는 하인리히 뵐이나 볼프강 보르헤르트처럼 전장의 비극을 기술하는 대신 후방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강력한 반전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파한다.

 

평화라면 어떤 종류의 평화도 파멸과 죽음을 의미하는 전쟁보다 낫다는 걸 구드룬 파우제방 작가는 이 책에서 말한다. 너무 멋진 소설이다.

 

[뱀다리] 이 책은 아마 출판사에서 누군가에게 기증한 책인가 보다. 책에 “교유서가드림”이라고 찍혀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이 책을 읽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책을 넘긴 흔적도 없으니 말이다. 책에 대한 어느 사연을 추적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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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9-02-25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레삭매냐님 득템들 보고 찾아보니 <보헤미아의 우편배달부>가 있지 뭡니까. ㅎㅎㅎ
읽지 않고 고이 모셔만 둔 이 책을 레삭매냐님 덕분에 곧 읽게 될 것 같습니다. ^^

레삭매냐 2019-02-25 10:39   좋아요 1 | URL
아니 이렇게 좋은 책을 소장만 하시고
쓰담쓰담하셨단 말이십니까?

이번 독서 모임에 가서 왜 샀는지조차
모르겠다고 빵!~ 터뜨렸답니다.

뭐 그런 거죠.

뒷북소녀 2019-02-25 1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보헤미아의 우편배달부>도 있는겁니까? 저도 찾아봐야겠어요.

레삭매냐 2019-02-25 13:48   좋아요 1 | URL
강력추천하는 책입니다 -

이달에는 참 좋은 책들과 함께 하게
되서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