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명절 때문에 월간 독서 리포트가 늦어졌다.

 

명절이 끝나니 감기에 걸렸다. 아 젠장 맞을... 너무 놀아도 피곤한 모양이다. 일도 적당히 해야 하는데 놀기만 하고 일을 안해서 그런가. 그냥 무념무상으로 놀아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고.

 

어쨌든 지난 달에는 20권의 책을 읽었다.

 

새해의 독서 출발이 나쁘지 않구나. 원래 그냥 저냥 읽으려고 했는데, 막판에 가서 이 책 저 책 집적대다가 시작만 하고 끝내지 못한 책들이 많아서 일주일 정도 공친 느낌이랄까.

 

원래 대로 읽었다면 칼럼 매캔의 누레예프 전기 <댄서>를 월간 베스트에 넣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뭐 나중에라도 다 읽으면 되겠지. 이달에 마저 다 읽어야지 싶다. 얼마나 남았나.

 

1월의 월간 베스트

 

1. 에라스무스 평전 - 슈테판 츠바이크

2. 전족 - 펑지차이

3. 동방의 부름 - 피터 프랭코판

 

요렇게 세 권을 뽑는다. 올해를 츠바이크 읽기의 해로 삼은 만큼 우선 그의 작품부터 컬렉션에 들어갔다. 절판된 책도 제법 되고 해서 사냥하는 맛이 나는 작가가 아닐 수 없다. 오래전에 구입해 두었으나 이제야 결국 읽게 되었다. 참 오랜 시간이 필요하구나. 작가가 오롯하게 집중하는 광기에 대한 혐오를 다시 한 번 느낄 수가 있었다. 츠바이크는 모든 종류의 광기에 대해 반대한다. 종교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런 면에서 카스텔리오네의 변론을 위해 쓴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에서 칼뱅을 그렇게 비판하는 걸까.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되어 버린 종교개혁가에 대한 증오에 가까운 글들이 다시 한 번 떠오른다.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도 다시 읽을 계획이다. 읽고 나서 리뷰를 쓰지 않아서 다시 읽고 나서 쓸 계획이다.

 

펑지차이의 <전족>에서는 천진에 사는 전족광들의 전족학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넘실거린다. 문제는 어떻게 포장을 하던 전족을 여성들을 상대로 한 끔찍한 폭력이다. 하긴 지금은 전족이 목숨을 건 성형이라는 다른 방식으로 여성들을 옥죄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페티시즘에 가까울 정도로 중국인들의 전족 사랑은 적어도 내게는 비정상으로 다가왔다.

 

피터 프랭코판의 <동방의 부름>은 새해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읽게 된 책이다. 역사서를 소설보다 빠른 속도로 읽는 지라 아주 재밌게 읽었다. 십자군 원정의 진짜 주인공이 비잔티움 제국의 알렉시오스 1세라는 주장이 참신했다. 교황 우르바누스 2세는 서임권 투쟁 이래 쇠락해 가는 교황권의 재확립을 위해, 서유럽의 기사들은 성지회복과 새로운 봉토를 위해, 민중십자군은 봉건 계서제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동방에서 새로운 기회를 위해 그리고 비잔티움 제국의 알렉시오스 1세는 동방 투르크의 압박을 효과적으로 감쇄시키고 잃어버린 영토를 수복하기 위해 서방 기사단의 전투력이 절실하게 필요했고 서로의 이해가 딱 맞아 들어 중세 최대 규모의 군사원정이 종교전쟁의 외피를 두르고 시작된 것이다.

 

어제 읽은 김태권 작가의 <십자군 이야기>에서는 전쟁의 비인간화 과정을 디테일하게 그리고 있다. 민중십자군이 성도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도중에 만난 유대인과 비그리스도들(심지어 같은 그리스도인)은 모두 이교도로 제거의 대상이었고, 민중십자군은 학살을 마다하지 않았다. 2차세계대전 당시 대소련 전투에서 전투부대를 따라 전선으로 이동하면서 학살을 맡았던 아인자츠그루펜 부대원들이 처형 트라우마로 시달리게 되자, 대량학살 수용소에서 유대인들로 하여금 가스실에서 죽은 동료 유대인을 처리하게 만든 일이 생각났다. 대량학살의 원조였던 공중폭격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어떤 방식의 전쟁도 우리 세대에는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핵무장이니 무력통일 운운하는 환자들의 발언은 특히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2월에는 쉬엄쉬엄 가자. 특히 재미난 소설을 집중적으로 읽을 것이다. 그렇다면 추리 소설이 제격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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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02-07 1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새해 인사가 늦었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한 2019년 되세요!^^:)

레삭매냐 2019-02-07 13:3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저도 바로 방문해서
메리 설날 남겼답니다 헷 :>

페크pek0501 2019-02-14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권 독서에 기죽고 갑니다. (오늘밤 늦게까지 책 봐야지~~:혼잣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