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알리타 배틀에인절 / 로베르트 로드리게스
관람일시 및 장소 : 인천 아시아드 롯데시네마 14:00
설날에는 딱히 할 것도, 갈 곳도 없다. 그래서 영화를 보러 갔다. 항상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나라는 인간이 선택한 영화는 <알리타 배틀에인절>이었다. 러닝타임 두어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게 지나가 버렸다.
일본 3대 사이버펑크 저패니메이션이라는 <총몽>을 실사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이 영화를 실사로 만들기 위해 2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했던가. 연출은 자신의 피를 팔아 독립영화를 제작한 영화매니아 중의 매니아라고 할 수 있는 로베르트 로드리게스가 맡았다. 특수효과는 아바타님이 맡았다고 하는데, 스칼릿 요한센도 구하지 못한 <공각기동대>의 위업을 과연 <알리타>가 해낼지 궁금했다.
영화는 대만족이었다. 영화 <엘리시움>과 <업사이드 다운>의 두 개로 나뉜 세계라는 구조를 떠올리는 자렘으로 가고자 하는 고철도시에 사는 군상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300년 전, 대추락(The Fall) 이후 고철도시(아이언 시티)와 배드랜드를 지배하는 자렘의 존재는 천국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고철도시의 모두가 가보고 싶어하지만 아무도 갈 수 없는 금단의 영역이다.
무료로 사이보그들을 치료해 주는 닥터 다이슨 이드는 어느날 자렘에서 떨어지는 고철더미 속에서 알리타의 코어를 발견한다. 그리고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알리타에게 자신의 죽은 딸 이름을 그대로 붙여주고, 자신의 딸을 위해 만들어 놓았던 바디를 알리타에게 준다. 닥터 이드의 이미지는 닥터 프랑켄슈타인이자 자상한 아버지의 그것을 따른다. 로드리게스 감독의 연출은 원작을 충실하게 따르는 동시에 특별한 재조립의 과정을 거친다. 영화를 보고 나서 만화 <총몽>을 보기 시작했는데, 원작의 시간구성을 따르지 않고 제작진은 그들만의 유니크한 <배틀 에인절>을 만들어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배틀 에인절 알리타는 화성에서 자렘을 정복하러 온 광전사(버저커) 부대의 일원이었다. 당연히 그녀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해야 했고, 자신의 은인이라고 할 수 있는 닥터 이드가 헌터워리어라는 사실을 모르고 그의 밤사냥을 미행했다가 비로소 자신의 숨겨진 능력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그녀를 집요하게 괴롭히게 되는 빌런도 만나게 된다.
원작에서는 헌터워리어 등록을 마친 알리타가 헌터워리어들의 소굴인 <캔자스> 바에서 실력발휘를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것은 명백하게 통과의례의 과정이다. 그리고 감독은 원작의 중반에 등장하는 “모터볼” 경기도 적절하게 조합해서 영화의 속도감을 높인다. 오락영화라면 모름지기 속도감 넘치는 볼거리가 중요하지 않은가. 시속 300KM 달리면서 모터볼을 낚아채는 경기야말로 영화팬들을 매혹시키는 요소 중의 하나였다.
영화 속에서 휴고와 사랑에 빠진 알리타가 휴고에게 자신의 소중한 심장을 꺼내주면서 돈으로 바꿔 자렘으로 올라 가라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었다. “You are the most human I've ever met"이라는 대사도 멋지더라. 문득 다분히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의식한 대사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원작의 전개와 좀 다른 점 중에 특이할 만한 캐릭터는 바로 자렘의 지배자라고 할 수 있는 노바와 닥터 이드의 전 부인인 닥터 쉬렌(제니퍼 코널리 분)이었다. 노바는 에드워드 노턴으로 보이는데, 이거 꼭 속편을 만들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감독은 흥행에 성공하면 속편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는데 꼭 만들어 주시길.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많았는데 너무 피곤해서 이만 접어야겠다. 대단한 영화였다 어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