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 년 ,

나의 큰 딸 지니는 스물일곱 살,활짝 핀 다알리아꽃 처럼 화사하고 아름다웠다.

 그 곁에 서면 향그럽고 싱그러운 바람에 스쳐 나마저 덩달아 신바람이 들었다.

예쁜 몸매를 만드느라 먹성좋은 입맛을 절제하기도 하고 

피부관리를 한다고 시커먼 마스크로 나를 놀래키기도 한,

친구들과 만나 맛난 걸 먹으며 까르륵 웃고 잡담하는 걸 꽤나 즐기던,

 최신의 책을 읽으며, 특히 인문학,고고학 신화와 전설,판타지아에 통달하여

내가 물으면 척척 대답해 주던 움직이는 인문학 사전이었던 그 애.


유난히도 햇살이 따갑게 무르녹는 가을의 끝자락 어느 날,

그 애는 '안녕'할 새도 없이 홀연히 이 세상을 떠났다. 

누가 알았으랴, 그런 이별.

언제나 귀가하던 그 애의 방, 새벽이 오도록 적막했다.

뷰잉에서 거품같은 레이스 관 속에 누워있는 그 애의 모습을 보며 

비로소, 네가 여기 있구나 탄식하면서도 반가웠다.


그 애가 떠난 후 나날, 난 살아있어도 사는게 아니었다.

맨 먼저 드는 생각, 내가 뭔 죄를 지어서 이 참담한 일을.

세상 보기가 부끄러웠고 하나님 보기도 죄스러웠다. 그리고 원망스러웠다..

그 원망과 부끄러움으로 그늘졌던 나날. 

난 죄인이었다. 죄인으로 여호아 앞에 감히 나설 수 없어

교회도 끊었다.


나는 그 애를 만나려 죽음도 생각했다.

그러나 둘 째 딸 엘리아 , 약혼을 하고 이듬 해 오월 혼인 날짜도 잡아 놨는데,

내가 자살을 하고 나면 둘째의 원망에 저승가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에.

이왕 살거면 남들에게 우울 끼치지 말고 웃으며 살자 , 내 슬픔 깊이 묻어두고 명랑하게 살자 하였다. 


그런 인고의 세월,어느 날, 문득 생각되더라.

그 애는 확실히 순백이었고 어여쁜 젋음 , 

 틀림없이 천당에 가 있을 줄 알았다.

네가 천당에 있다면 난 너를 꼭 찾아가 만나 볼거야.

꼭 천당에 가야할 이유가 생겼다.

마침 그 때 심방 왔던 목사님을 붙들고 하염없이 울었다.

나, 지니 보러 꼭 천당에 가야겠어요. 


그러기  위해 주일 지키기,

 십일조 헌납, 

그리고 죄 안 짓고 살기, 세 가지를 꼭 지키리라 결심했다.

--- 거짓말 안 하고 속이지 않고,착하게 살아야지.


남편은 마음을 돌리지 않고 교회 가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나는 다음 주일 날 ,

홀로 차를 몰고 교회로 향햇다.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세찬 비바람이 하이웨이의 길을 하얗게 가로 막았다.

그러나 나는 악을 쓰며 하나님을 외치며 교회로 향했다.



그래서 나는 오늘까지 교회에 열심으로 다니며, 그리고 밝게 웃으며 산다.

 못 잊을 내 가슴 속 지니, 

너를 만나러 다달이 노란색 프린세스 로즈를 한다발 들고 네 머문 곳을 찾는다.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잘 살고 있단다.

네 동생 앨리아는 세 아들을 낳고 발칙하고 당당하게 잘 살고 있구나.

네 아비 어미도 곤욕스러운 나날을 나름 잘 견디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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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4 17: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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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1 01: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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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5 11: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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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1 01: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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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1 14: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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