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교수, 

그를 처음 알게 된 것도 책을 통해서였다.


 지구상 드넓은 대지 위, 아주 조그만 한 켠에 풀씨 하나 떨어져 떡잎 나고 잎파리 자라  

 이름없는 들꽃되어 헤설픈 씨알 몇 개 떨구는 하찮은 내 삶에

 숨결을 불어주고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한 그 님의 책 들.

   


처음 대한 건 < 더불어 숲>이었다
 1998 년 8 월에 중앙 M&B에서 출판된 책이다 
 아마 그 분께서 긴 징역 - 늘 그 분이 하시던 말이다 -에서 출소한 후 
 이미 몇 권의 출판물이 있었지만 나로선 처음 대하는 생경한 저자요, 저서명이었다.
 전제된 어떤 선입견도 없이 읽게 된 그 내용은 
 신선했다. 따뜻했다.그리고 깊은 이해와 위안을 주었다
 그리고 어둡고 불투명한 이 현실에서 긍정적이고 희망찬 비젼을 제시한다.
 
 < 책 소개 >
 이 책은 신영복 교수가 세계 24 개국 47 개 유적지와 역사현장을 답사한 뒤 집필한 책이다.
 이 책의 중심적인 메세지는 "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라는 말에 담겨 있다.
 강자의 지배 논리에 맞서서 '인간의 논리'를 지키자는 뜻이다.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함께하며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계론'을 밑바탕에 두고 있다.
 중요한 것은 '나아가면서 길을 만드는 것'이고 또한 현재 우리가 서 있는 곳으로 부터 길을 만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 저서 신영복 중 발췌 60 쪽 )


 < 강의 2004 년 돌배게 > , < 담론 2015 년 돌배게 >
   


지식 탐구에 대한 독서욕이 한창 드세던 젊은 날,
 과감하게 < 신역삼경 - 1967 년 현암사 > 한 질을 샀다. 동양 고전을 알고 싶어서이다 시경은 재미있었고 서경은 억지로 읽었고 그런데 주역은 영 독해불가
 스승도 없고 그 땐 화통한 인터넷도 없으니 완전 깜깜절벽, 

아직 내 서가에는 먼지가 뿌옇게 쌓인채 고이 모셔져 있다. 
 그런데 선생의 강의를 읽고 나니 얼마나 좋았겠나. 비록 맛뵈기의 대략 내용이
지만 내 처지에서는 황감할 지경,
 
 중국 사상가들 공자, 맹자, 노자, 장자, 순자, 묵자, 들의 사상과 신념, 그들 삶의 역정을 읽으며
 현재 삶의 질곡도 옛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 그 속에서 그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투쟁했는가
 새삼 연결해 보며 깊은 철학적 사유에 빠져 보기도 한다.

 우리 한국 현실에서 가장 크게 제시되는 민족의 숙제는  남북 분단이다 이에 대한 선생의 
 < 통일담론 >을 들어 본다.
 " 나는 統一을 通一로 쓰기도 합니다.평화 정착, 교류 협력만 확실하게 다져 나간다면 통일 과업의 90%가 달성된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평화 정착 교류 협력, 그리고 차이와 다양성의 승인이
바로 通一입니다.通一이 일단 이루어지면 그것이 언제일지는 알 수 없지만 統一로 가는 길은 
결코 험난하지 않습니다.通一에서 統一로 가는 길을 지헤롭게 관리하기만 하면 됩니다.이것은 남과 북이 폭 넓게 소통하고 함께 변화하는 과정입니다.和에서 化로 가는 和化의 모델입니다.
通一과 和化는 통일의 청사징이면서 동시에 21세기의 문명사적 과제인 것이지요 "
               담론 84 쪽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강의한 내용을 간추려 편집한 내용으로 오래 전 대학 강의실에서
 교수님의 강의를 진지하게 듣던 그 풋풋하고 열정적인 분위기를 아련하게 그리워하며
 다시 한 번 그 학문깊은 교수님의 강의를 접하는 충만한 기회였다.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1988 년 돌베개 .>
부제로 < 신영복의 옥중서간 >
 연상되는 건 이 분의 인간적 면모이다.
 1988 년 통일혁명단 사건으로 수감되어 군법회의에서 여섯 번이나 
 사형 기소 ,언도,확정되는 과정을 거친 후 대법원에서 원심 파기
 환송되어 무기형을 선고 받았다.
 감옥에서 20 년 20 일을 복역하고 1988 년 8 월 15 일 광복절 
 특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이 책은 그 긴 영어의 시간 생각과 느낌 관찰 등을 담은 옥중문학이라 할 만하다. 
  선생은 27 세부터 20 년이 지난 48 세까지 감옥에서 지내며 그
 긴 시간을 < 나의 대학 시절 >이라고 회고한다.
 겨울에는 바닥부터 벽 모두가 꽁꽁 얼어붙고 여름은 가까이 잠드는
 동기들의 체온이 견딜 수없게 괴로운 철저하게 자유가 박탈당한 
  한정된 공간 안에서
  오히려 학문에 깊이 몰두하고, 같이 수감된 식구들에게 깊은 이해와 관심으로 인간 관계론을 
  사유하며 그의 인식은 인간으로 세계로 고금동서로 무한하게 확장된다.
 처음 감옥에서의 기록은 < 청구회의 추억 >으로 부터 시작된다.
 어린아이들과의 독서클럽, 급작스런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는 걱정,
 사형언도를 받는 날도 청구회 모임을 계속할 수 없다는 실망과 그 아이들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이었다.
 어떻게 그 긴 세월에도 마음의 평정을 잃지않았을까
 대단히 경이로운 일이고 그이기에 더욱 발전되고 성숙한 모습으로 승화되었을 것이다.
 그가 감옥에서 가족과 친지에게 쓴 육필 편지는 그 생활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 준다.

   


신영복의 엽서  2003 년 돌배게 

한 두 장 씩 지급되는 낡은 휴지, 
    제한된 시간 규격화된 편지 종이, 또 일일이 검열을 거쳐야 하는 
    지극히 폐쇄된 공간과 조건 아래서 
    그래도 한 자, 한 자, 꼭꼭 눌러 쓴 편지. 
    어떻게 한 글자도 틀리거나 지우지 않고 깨끗하게 쓸 수 있냐고 
    묻는 말에 대답이 이랬다. 
   한 주일 내내 다음 편지 쓸 말을 머리 속에 차곡차곳 쌓아두며
   반복 기억해 둠으로써 외었다가 쓴다고 .
   간간히 곁들인 삽화도 간소하며 따뜻하다.
   선생은 학문도, 서체도, 또 삽화도 모두 나름 독자적으로
   뛰어나다.
   두고 두고 음미하며 읽어 볼 책이다.

  끝으로 내가 좋아하는 몇몇 인용문을 올린다.

 * 사랑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함께 걸어가는 것"입니다.

 * 차이를 존중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공존의 철학이 和입니다.
   반대로 모든 것을 자기중심으로 동화하려는 패권의 논리가 同입니다.
   화이부동 和而不同은 공존과 평화의 원리입니다.

 *높이 나는 새는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하여 
   많은 것을 버립니다.
   심지어 뼈 속까지 비워야 합니다.
  무심히 하늘을 나는 새 한 마리가 
  가르치는 이야기입니다 

 * 봄이 가장 먼저 오는 곳은 사람이 가꾸는 꽃들이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들판이라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는 꽃이 아니라
   이름 없는 잡초라는 사실이 더욱 놀랍습니다.

 *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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