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은 적막하고 어둡다.

누군가 현관으로 들어서는 기척이 난다. 묵직하게 감각으로 파동쳐 오는 어떤 움직임파르르 약한 바람결로 피부를 스치는 차가운 바람, 아닌게 아니라 어둠 속에 흰 덩치가 희미한 윤곽을 보이며 다가오고 있다. 연신은 눈을 크게 뜨고 그 의심스런 존재를 노려 본다. 그의 모습이 차츰 선명해지며 이만석씨로 인식된다.

, 당신 , 예나아부지 , 으찌 예까지 찾아 왔십니까? “

연신은 반가움에 겨워 그에게 손을 내민다.

다가온 만석씨는 연신을 지그시 내려다 본다

  말 없이 한참을 내려다 본다.

 근심과 연민 가득한 다정한 시선이다. .

가엾은 연신아, 내 니 행복하게 살기를 그토록 바랐구만, 왜 이런 몰골로 슬프게 있노.”

만석씨는 치밀어 오르는 격정에 못 이긴듯 몸을 구부려 연신의 어깨를 잡는다 .

그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며 입술이 뺨에 닿는다.

그 입김이 싸늘하다. 차가운 소름이 서늘하게 온 몸을 휘감는다.

연신은  화들짝 놀라 그 얼굴을 힘껏 밀어낸다. 손에는 아무 걸리는게 없이 허공에서 힘없이 나부낄 뿐이다. 두렵다 공포로 인해  온 몸이 굳으며 숨까지 조여온다. 깊은 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확 숨을 토해내며 위로 솟구치듯 안깐힘을 써 정신을 차린다.

연신은 온 힘을 모아 비틀거리며 일어선다. 아웃자켓을 걸치고 밖으로 뛰어 나온다.

쨍한 새벽의 한기가 온 몸에 오싹하다. 동 트기 전 어둠이 옅어지고 터키 불루 하늘에 졸린 듯 깜박이는  별 몇 개.

연신은 무의식으로 뛰고 달린다. 옅은 안개가 땅을 애무하듯 가라앉아 흐느적거리는 적막한 길을 달려 뛰고 있다. 등 뒤가 아슬아슬하다.

저 앞에 마치 떠도는 영혼을 인도하려는 따스한 길잡이 같은 환한 등불이 무척 반갑다.

무의식으로  달려 온 곳이 연신이 다니는 교회다.

예배당 안은 희미한 조명 아래 몇몇 신자들이 묵묵히 엎드려 기도하고 있다.

가끔 탄식하듯 흐느끼는 간구의 목소리도 들린다.

연신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가쁜 숨을 고르며 머리를 숙인다. 그러나 기도는 없다

내게 더 이상 바랄게 무언가. 나를 주의 뜻대로 거두어 주세요

얼만가 시간이 흐르고 실내의 불이 환해지며 간소한 새벽예배가 시작된다.

찬송가를 부르고 간단한 목사님의 설교 말씀으로  이어진다.

 시편 118 5~6절을 보십시요 .

찾으셨다면  다 함께 소리내어 읽어봅시다.

< 내가 고통 중에 여호아께 부르짖었더니 여호아께서 응답하시고 나를 광활한 곳에 세우셨도다.여호아는 내 편이시라 내게 두려움이 없나니 >

우리의 삶 가운데 어려움이 밀려올 때, 자비와 인자하심이 풍성한 하나님께서 우리를 틀림없이 보살피시고 우리가 필요로하는 보호를 해 주신다는 약속의 말씀입니다.그러니 언제나 우리 편이신 하나님 앞에 인생의 슬픔과 고통을 모두 맡기고 영혼을 잠잠케 하십시요 . 모든 것 다 변해도 신실하신 하나님은 변치 않으십니다

 연신은 얼굴을 두 팔 안에 묻은채 움직이지 않는다. 그대로 잠이 들은 것일까

예배가 끝나고 목사님의 광고 시간.

이 번 주 토요일부터 5일 간 김요석 목사님을 초빙하여 집회를 열게 됐습니다. 김요석 목사님은 저 중국 오지에 있는  나병환자 촌에서 환우들을 돌보며 그들에게 하나님을 전파하는 아주 귀한 사역을 하고 계십니다. 좀체 세상에 나오지 않으시는 분인데 우리가 누차 청을 올려 이번에 특별히 모시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아무쪼록 많이 참석하시고 귀한 은혜 받으시기 바랍니다. “

잠든 것처럼 미동도 않던 연신의 얼굴이 번쩍 들린다.

김요석 ? 내가 제대로 들은걸까 ? 그 이름 요석오빠 아닌가 ?”

어둡고 텅 빈 방에 불이 켜진듯 연신의 눈이 깜박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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