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의 말 >


 연신이는 1950 년 대에 자라나고 

 1970 년 대, 아직 어린 나이로 이웃 동네 나이 많고 아이도 둘 달린 홀아비에게 

 시집을 갑니다.

비록 연신은 배운 것 짧고 어려운 처지에서 자랐지만 씩씩하고 당당한 소녀이고

또 닥친 삶을 최선을 다하여 지혜롭고 열심히 산 아름다운 여인입니다.


연신의 전 편은 제 졸작품, < 엎드린 산 > 1, 2, 3,편에 기술되어 있습니다.

관심과 성원으로 지켜 봐 주시기 바랍니다 꾸우벅 !!


연신의 노래  2 

 

연신이 시집 동네인  염문동에 이르렀을 때는 한 낮이 지난 오후 2 시 쯤,

시집인 이만석 씨의 집은 연신네와는 전혀 딴판,  잔치집 분위기로 흥성대고 있다.

대문 밖 큰  마당에는 차일을 치고 그  아래, 멍석을 넓직이  깔아 많은 손님들이 북적였고

대문을 들어서자,  안마당엔 아낙네들이 지짐을 부치고 고기를 굽고, 그리고 일변에선 상을 차리고, 내온 상을 치우고 분주한 모습 들이다.

만석의 인도로 연신이 들어서자 모든 사람들은 움직임을 멈추고 그들 , 새신랑 신부를 유심히 살펴 본다.

“ 새색시가 어여쁘게도  생겼구만이라우 “

“ 저리 에린 각시가 이 집 큰 살림을 잘 해 나갈란가 몰것네”

“ 아 그러니 억만금을 주고 델꼬 오지 안았겠나 “

수많은 수군거림이 지나간다.


연신은 일단 안방에 들어서 우선 숨을 고른다 ,

누군가 나이 지긋한 아짐이 들어와 연신의 머리에 기다란 비녀를 꽂아 양끝에 댕기를 내리고 머리에는 족두리를 씌운다. 그리고 당홍색 몸체에  색동 팔소매 긴 저고리. 대례복을 입혀준다.

대청 마루에는 폐백상이 차려있다. 높직이 고인 떡과 과일, 그리고 알 굵은 대추와 밤.

시집 일가 어르신과 가족들에게 차례로 절을 올린다.

“ 아들 딸, 많이 낳고 잘 살거래이 “ 덕담들이 오가고 웃음꽃이 만발하고.

마지막으로 어린 딸과 아들이 웃자리에 앉았다.

“ 야들이 네 아들 딸이 된기라. 잘 키워 주꾸마. “

당부하는 노친의 목소리는 위엄이 있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간절하고 불안한 염원.

“ 지 아들의 외할매요 “ 만석씨가 연신의 귀에 가만히 속삭인다.

열 한 살 한영이와 여덟 살 가영이,

연신은 미소를 지으며 그 애들을 바라 본다.

이튿 날은 멀지 않은 이웃 동네 만석씨 형님네 사당으로 인사차 방문한다.

기와집 뒤편에 조촐하게 모셔진 사당에 들어가 부모님 위패 앞에 간단한 다과상을 올리고 큰 절을 올린다. 이 집 안에 새 식구로 들어온 며늘을 잘 돌보아 줍시사 하는 염원으로.

형님네가 정성껒 차려준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며

“ 이제 절차는 다 끝나 가, 당신은 우리 식구가 된기라.

만석씨는 연신의 손을 꼭 쥐어 주었다.


만석씨는 하루 일과가 끝나면 연신이 기거하는 안방으로 들어 왔다.

본래 먼 친척으로 살림을 돌보아주는 안잠자기 아지매가 있어 대충의 일들을 거 들어주지마는

연신은 손수 저녁밥상을 처려 들고 만석씨 앞에 올린다. 저녁은 한영이 가영이와  함께 먹는다.

상을 물리면 만석씨는 아이들과 한동안 놀아 준다. 학교 생활을 묻고 숙제를 검사하고 그리고 아이들이 뭐 필요한게 없는지 자상하게 살피며 다정한 아버지가 되어 준다. 연신에게는 이런 모습이 따뜻하고 흐믓하다.

그러나 잠자리에 들어서면 만석씨는 갑자기 말이 없어지고 엄숙해 진다.

연신이도 처음 경험이므로 어쩔 수 없이 두려움과 경계로 온 몸이 굳어졌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록  언제나 간격을 두고 떨어져 등을 보이며 잠드는 만석씨가  차츰 의아하고 신경 쓰인다.

거의 보름이나 지난 어느 날 밤, 연신은 유난히 잠이 오지 않는다.

‘어매는 이자 성이 풀려 기동이나 할려나,, 동연이 정연이는 끼니나 잘 때우고 잇실까, 막상 나가 떠나 올 때, 우찌 우리 식구들은 그토록 무정하더노’  

사면이 고요적막한 밤, 연신은 홀로 멀리 무인도에 표류한 나그네처럼  외롭고 서럽다. 집을 떠나올 때 엄마의 매몰찬 모습, 동생들이 내 없이도 잘 지내고 있는지, 걱정스러움, 그리움.

그리고 잠자리에서 커더란 등짝만을 보이며 잠드는 남편 이 만석씨, 문득 연신은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혹시 저이가 나를 싫어하는 건 아닌가 ?

그래서 날 돌아보지도 않고, 그렇담 나는 일생 이렇게 소박 받고 사는게 아닐까 ?

이까지 생각이 미치자 연신은 북받치는 서러움이 눈물로 쏟아진다. 심지어  컥컥 목울대 흐느낌을 막느라 입술을 깨문다. 그리고 몸을 동그랗게 말아 머리를 가슴으로 박는다.

“ 각시야, 네 우노 ?”

자는 줄 알던 만석씨가 팔을 뻗어 연신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눈물 젖은 얼굴을 확인하며 펄쩍 놀라는 그가  연신의 곁으로 다가든다.

“ 와 그라노 어디 아프나 ? “

“ 아입니더 그냥 , “

“ 말 하그라, 와 그라노 ?”

“ 서방님, 저를 내치시는 건 아니지요 ?”

“ 어데 ? 네 나를 어려워할까봐 일부러 내 떨어져 잔기라”

만석씨는 연신을 가슴에 안아 깊이 깊이 안아준다.

그 따사롭고 넓은  품에서 연신의 큰 시름은 지나간다.

그런데 아직 연신의 가슴 바닥에 무겁게 가라앉은 어매의 알수 없는 노여움과 중오심,

그 이유가 뭔지, 어떻하든 풀어야 해.

아직 연신의 숙제는 끝난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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