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메리칸 별곡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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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화의 강 1 ]



우화의 강.jpg

유쾌한 골프 여행이었다.

쾌적한 날씨가 이어졌고  탁트인 아름다운 골프 코스를  가깝고 뜻맞는 친지들과 웃고 떠들며

한 바퀴 라운딩하고 스파에서 느긋하게 피곤한 몸을 풀고, 그리고 품위있는 레스토랑에서의

향 좋은 포도주와 함께 즐기는 디너, 모든게 상상했던 이상으로 완벽하게 즐거운 여행이었다.

“ 여보, 참 기분 좋은 여행이었죠? “

 “ 응, 근데 집엔 별 일 없겠지?”

“ 별 일은 무슨, 다 큰 애가 집을 보는데. 그치만 수아한테 전화 해 줘야지”

시계를 보니 밤 9 시 20 분.

전화에  연결된 딸 수아의 목소리는 여느 때와 같이 높고 밝은 목소리.

‘ 엄마 잘 다녀 오셨어요?  ‘

    ‘응, 지금 금방 비행기서 내렸어. 필라 공항이야. 집은 별일 없고? 너두 잘 있었지?’

‘ 그럼요 엄마, 거긴 날씨 좋았어요? 여긴 비가 많이 왔는데’

‘ 아니 날씨 끝내주게 좋았어. 덕분에 골프도 잘 치고—‘

모녀의 수다가 길어질까봐 남편이 슬쩍 인상을 쓴다.

‘ 그래 가서 얘기하기로 하고,  음, 지금 출발하면  열한 시 되기 전에 도착할거다.

집에가서 얘기하자’   

집에 도착했을 땐, 10 시 50 분이 좀 넘어 있었다

집 앞 정원에는 안에서 비쳐나오는 불빛이 환하고 현관문이 반 쯤 열려 있다.

‘ 얘가 우리 오는거 기다리느라고 문 열어 놓은건가?’

‘ 이 밤 중에 왜 문은 열어 놨어?’

남편도 열린 문이 불안한 듯 투덜대며 문 안으로 들어선다.


그런데 이게 왠 일?----   이게 뭐야.

아악!! 수아야 수아야, 수아야, 대답해 봐.

수아는 최후까지 있는 힘을 다해 저항한 듯 거실의  탁자와 꽃병이 넘어지고, 깨지고

등이나 화분들이 던져져 흩어져 있고 수아는 입술을 꼭 깨물고 눈은 크게

열려져 있는채 멈춰 있다.

범인은 매우 잔인하게 여린 처녀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끌고 다닌 듯 여기저기

핏자국이 엉키고 벽에까지도 튀고 머리는 둔기로 내리쳐 골수가 흘러나와

바닥에 피와 함께 고여 있다.

길버트는 방문을 조금 열어둔 채, 컴퓨터 게임에 열중해 있다.

누나는 병원에 입원해 있고 아버지는 아직 그로서리 가게서 일을 하고 있고,

그리고 엄마는—하고 생각이 멎자 조금 머리를 갸웃한다. 아까 누나가 입원한 병원서

출발했다고 하니, 오실 시간이 되고도 남았는데—교통이 막히나 하며 그래도 손가락은

부지런히 표적물을 터뜨린다. 

그 때 차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얼마 후 차고로 통한 옆문이

열린다. 

" 엄마 이제 오세요? "

" 응, 나 올라가서 샤워 좀 할께"

하고 엄마는 문가를 그림자처럼

소리없이 지나가 윗 층으로 올라간다.  길버트는 이제 엄마도 들어오셨으니 좀 더 느긋하게

게임을 즐긴다.

윗 층에서 물소리가 그친 얼마 후, 엄마는 말갛게 씻은 얼굴로 길버트 방문을 열며

" 저녁은 뭘로 했니" 묻는다. 

낮은 목소리와 미소진 엄마의 얼굴, 그런 엄마가 언제나 좋다.

" 응 냉장고에서 먹다 남겼던 피자 꺼내 먹었어요."

"그거 갖고 돼? 라면이라도 하나 끓여 주까? 뜨거운 국물을 먹어야 먹은거 같지 "

" 아니 됐어요, 근데 누나는 어때요? "

‘ 응 누나도 이제 한결 기운을 차리고 있어. 차츰 나아지겠지."

엄마는 잠시 생각하는듯, 망서리는듯 ,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말한다.

‘ 길벗 나 어디 좀 빨리 갔다올께.

 ‘ 왜요? 엄마 밤이 깊었는데요.’하며 시간을 본다

열한 시 이십 분이 넘어 있다.

" 아빠도 곧 오실텐데요."

 " 그러니 빨리 다녀 올께."

‘ 엄마 내가 라이드해 드릴께요. 어딘지만 말하세요. 길버트는 황급히 후드쟈켓을 걸치고 엄마를

따라 나선다. 

그들의 토요타 켐리가 한 불록 떨어진 고모네 집 앞을 지날 때, 고모네 집 앞엔 경찰차가 여러 대 서 있고 경찰들이 막 노란 테프 폴리스라인을 치고 있다.


" 엄마, 고모네 집에 무슨 일이 있나 봐요, 잠간 들어가 봐야겠어요."

‘ 글쎄, 무슨 일일까?  웬만하면 갔다 오는 길에 들러보자.’

그러나 곧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달려온 엠브란스까지 보자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모자는 함께 고모네 드라이브 웨이로 들어간다.

앞을 가로막는 경찰에게 길버트는

이웃 사는 친척이란 소개를 하고 현관으로 들어섰다.

‘ 고모 이게 어쩐 일이얘요?’   길벗은

너무 처참하고 황당하게 눈 앞에서 벌어진 일들에 경악하며 믿기지 않아 할 말을 잊는다.

이럴 때 엄만 침착 일번지다. 거의 넋이 나간 고모부에게 차가운 냉수 한잔을 권한후

고모를 부축하여 카우치에 앉치고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 고모 이럴 때일수록 정신차려야 해요’차리고 경찰에게 보신대로 얘기하세요. 범인을 찾아야지요. 뭐 의심가는 데 있으세요?

고모는 충격과 공포로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눈망울을 황망히 굴리

다가 뒤늦게 엄마를 알아보고 목을 끌어 안으며 대성통곡 울음을 터뜨린다.

길버트는 엄마가 지시하는대로 델라웨어 강가로 가서 차를 세웠다.

수풀이 층층 어둡게 우거지고 사방이 적막하다.


" 여기 좀 있어라 엄마 혼자 잠깐 내려갔다올테니,"

" 엄마 어두운데 어디로 가시려구요? 같이 가요."

하며 황급히 따라 나서려는 길버트에게

' 아, 너는 여기 꼼짝 말고 있으래니께.' 엄마는 귀찮다는듯 쌀쌀맞게 대꾸하며 벌써

강물이 흐르는 내리막 길로 접어들고 있다

엄마의 손에는 검은 쓰레기 봉지가 들려 있고 좀 묵직해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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