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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되어 만나리 5
과연 이은주씨의 통 큰 스케일과 세심한 계획에 의해 남편 김 명수씨의 육순 생일 파티는
화려하고 거창하게 열렸다. 아틀란타 번화가에 있는 메리어트 호텔 9 층 넓은 홀,
꽃으로 장식한 오십 여 개의 테이블, 부페식으로 차려진 풍성한 음식들, 그리고 한 쪽
바에서는 무한정의 각종 술이 제공되고,
친척들, 그리고 아틀란타 지역에서 헌다 긴다하는 명사들, 명수씨와 은주씨의 동 업종에서 친밀한 관계를 갖는 친우들, 각양각색의 손님들.
초대한 이들이 거의 자리를 차지해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초장부터 흥겹다
시간에 맞추어 . 턱시도를 입은 명수씨와 자잘한 꽃무늬를 수놓은 미색 저고리, 연두색 치마, 한복으로 곱게 차려입은 은주씨가 손을 잡고 입장한다.
모두 일어서 손벽을 치고 사진사의 후레시가 터지고, 마치 은혼식을 치르는 부부같다.
부부가 중앙 자리에 읹자, 친척들이 나가 인사하고 악수하고 , 그리고 조카, 어린 조카 손주들이 앙증맞게 생일 축하 합창을 한다. 그리고 꽃과 선믈들을 올린다.
고모부부나 이모, 삼촌 사촌 형제들 웃 어른들도 나가 명수 부부를 포옹하고 덕담을 나누고,
정답고 화기로운 분위기이다. 평소 명수 부부가 은연중 베풀었던 은덕의 결과이리라.
또한 모든 이들의 눈길을 받는 한 여자, 카니는 검은 색 긴 드레스에 머리를 틀어 올리고
길게 드러난 목에는 열 두개의 다이아몬드가 하얀 색 풀레튠 사슬에서 반짝인다.
저 날씬하게 키가 크고 이국적으로 세련된 여자는 누구일까. 하는 대중의 호기심 어린 눈길은 아랑곳 없이 홀 안을 이리저리 다니며 손님들을 체크하고 음식을 점검하며, 주의깊게
분위기를 살피는 카니는 이 곳서도 영락없는 이은주씨 회사의 충직한 매니저이다.
대충 인사가 끝나고 식사도 끝나가는 시간, 악단이 음악을 연주하여 분위기를 업 시키고 초청 가수가 나와 오프닝으로 예전 한명숙이 불렀던 < 사랑의 맹세 >를 멋드러지게 불러서 흥을 돋운다.
이윽고 첫 댄스는 주인공 명수씨 부부가 풀로어에 나가 준비했던 춤을 선보인다.
샬론디옹의 power of love ( 사랑의 힘 ) 곡에 맞추어 느린 스텝으로 춤추는 은주씨, 명수씨 목을 감싸 안으며 부드러운 사랑의 눈빛을 보낸다. 모든 이들이 흐믓하게 바라 본다.
다음 부터는 여러 쌍들이 나와서 춤추며 여흥이 무르익는 시간,
어린 조카 손주 아이들이 미리 준비해 선보이는 k pop 티아라의 ‘ 롤리 폴리’춤과 노래는 너무 깜찍하고 귀여워서 많은 사람들의 갈채와 환호를 받으며 웃음과 기쁨을 선사한다.
드디어 명수씨가 카니의 손을 잡았다. 카니의 긴 드레스는 무릎 위로 깡충 올라갔고 매끈하고 탄탄한 두 다리, 좀 더 빠른 리듬 따라 현란하게 움직이는 가슴과 배, 엉덩이 , 숨이 차서 미쳐 따라내지 못하는 명수씨를 부드럽게 리드하며 , 명수씨의 눈 속을 파고 들어 정열과 도발적 몸짓으로 밀착해 오는 뜨거운 입김, 탄력있는 피부의 접촉.
카니가 명수씨의 목을 끌어 안으며 속삭인다.
“ 내가 일생 동안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 순간, 열심히,끈질기게 살기를 참 잘 했어요”
명수씨는 현실과 꿈 속을 드나들며 몽롱한 의식 속에 말한 다.
“ 카니, 당신은 누구요? 어느 행성에서 살다가 홀연히 내 앞에 나타났단 말이요?”
카니 애매하게 웃으며 명수씨를 더욱 꼭 끌어 안는다.
“당신을 만난게 행복해요 ”
마침 음악이 끝나가며
“ 오늘 파티 끝나고 나에게로 오세요, 이 호텔 1208 호에서 기다리고 있을께요.”
카니는 의미 담긴 깊은 눈으로 지긋이 바라보고 말하며 그로 부터 물러난다.
“ 친구들과 뒷풀이 약속이 있소, 좀 늦을 수도 있으니 당신도 친구들과 함께 집으로 가서
재미있게 노시구려” 명수씨는 아내에게 이런 술수를 쓰는게 영 태연하지 못하다.
그러나 은주씨, 반색을 하며 “ 아 잘 됐네요, 나도 친구들과 어디 가서 회포나 풀지요.”
파티가 끝나고 손님들이 흩어지고 그들 부부도 그렇게 헤어졌다.
머릿 속에 또렷이 새겨져 있는 1208 호, 명수씨는 터질듯 흥분된 가슴으로 노크한다.
카니는 또 다시 달라져 있다. 금방 샤워를 끝내고 맨 얼굴에 흐트러진 젖은 머리, 그러나 흐슨하게 여민 검은 실크 가운 아래 드러나는 맨살은 결코 평범하지 않게 눈길을 끈다.
명수씨의 시선을 의식하며 카니, 좀 지친듯 몽롱한 웃음으로 나이트 테불로 인도한다.
테불 위에는 와인과 두 개의 와인 잔 이 있다. 그러나 명수씨, 알 수 없는 조급함에
눈 가득 들어오는 흰 시트의 더불베드, 푹신한 베개와 쿠션, 욕망이 부글댄다.
“ 나를 죽이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좋은 기회야, 날 죽여 보라구 ”
그러나 카니, 서두르지 않고 글라스에 와인을 따르며 심상하게 말한다.“ 당신, 오목이가 궁금하지 않나요? 오늘 밤은 그녀에 대해서 얘기하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