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되어 만나리 3


명수씨,생각할수록  카니박이 누군지, 날이 갈수록  매우 떫고 거북한  존재다. 자신은 무척 꺼리고 싫어지는데 비례하듯이 아내 는 더욱 카니박의 열광 팬 이 되어간다.카니박에 대한 아내의 신뢰는 더욱 공고해 진다.

“ 여보, 카니박은 내게 행운이얘요, 그이는 컴퓨터도 능난하고 사무적인 일처리도 완벽해요. 종업원 관리나 고객 관리, 또 심지어는 오토레이션( 바느질 )도  잘 해요. 도대체 그이가 못 하는게 뭐가 있죠?  난 가게 일을 그이에게 맞기고 요즘은  내 사무실에서 낮잠까지 자고 있어요. “  명수씨의 거부감과 불신, 걱정까지 간파한 아내 은주씨는 오히려 명수씨를 위로한다.

“ 믿어 봐요, 그이는 우리에게 뭔가 행운을 주려고 온 사람 같아요. 경계를 풀고 친절하게 대해 줘요.”  아내 은주에게는 입 안에 혀처럼 싹싹하게 구는 여자가 내게는 알 수 없는 적의를

보인다. 명수씨는 더욱 영문을 알 수 없는 카니박의 이중적 행태에  이제는 거의 알레르기를 일으킬 정도로 그녀를 의식하며 더욱  경계하게 되었다.


그 날도 으례히 일삼아 K클리너를 들르게 되었다. 아내와 점심이라도 같이 할까 생각하며 .

들어서자 갑자기 요의가 급해졌다. 화장실에 들러 넘치기 직전 배 속  물을 버리고 후련한 기분으로 나오는데 그 컴컴한 입구 복도에 누군가 서 있다. 

 누군지 알아 볼 틈도 없이  갑자기 느닷없이 덮치는 포옹, 그리고 온 몸을 빨아들일듯 강렬한 키스, 그 깊은 키스의 아득한 몽환, 그대로 푹 빠져서 다른 행성으로 날라 가는 기분, 명수씨도 은연 중 혀를 굴려 그 미지의 입 속을 탐익했을까. 모르는 일이다. 뜨거운 피가 펄떡이는 심장을 겨우 억누르고  철 없는 아랫도리의 반란을 민망해 하며 ,상황 판단을 위해 정신을 추스리려는데,

“죽이고 싶도록 미워 , 죽여 버리겠어 , 기다려” 귓가에 뜨겁고 축축한 목소리를 남기며 뛰쳐나가는 실루엣,

그 모습은 틀림없이 카니박, 그 불길한 여인의 뒷모습이 아닌가.


명수씨는 아내 이은주와 결혼 후에는 다른 여인에게 엮인 일이 전혀 없었다. 공부하고 일하고 . 그리고 항상 옆을 지켜주는 배려심 깊은 따사로운  아내, 마음이 허전할 틈 없이 바쁘게 살아온 지금 까지의 삶,

느닷없이 나타난 이 알수 없는 여인의 뜨거운 관심과 접근에 영문을 알 수 없는 불편함과 의문, 그럼에도 거부할 수 없는 그 의문 투성이  마법적인  유혹에 빨려들려는 충동, ‘ 응,  내가 좀  모든 여자들 눈을 끌 만한 매력이 있지’ 하며 명수씨는 자위하기도 한다. 아내는 자신을 젊은 날의 미남배우, 신영균을 능가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며 명수씨는 더욱 자주 가벼운  핑게를 대 가며  K클리너를 드나드는 자신을 스스로 느끼지 못한다.

때로는  카니박이 머물러 일하는 곳에 시선을 박고 지켜보곤 한다.그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니는 전혀 무관심하게 손님을 받거나, 옷들을 점검하고 정리하며 종업원들을 관리한다.

가끔 프레서가 뜨거운 기계에 손이나 팔이 닿아 데었을 때도 침착하게 처치를 해 주고, 간단한 두통이나 소화장애가 생겼을 때에는  적절하게 손봐 주기도 해서 종업원들에게도 인기가  매우 좋다.

참으로 천연덕스러운 여자다.“


“여보, 오셨으면 사무실로 들르시지, 여기서 뭐하세요?”

하는 아내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는 명수씨,

“ 아, 잠간 시간이 나서 당신과 점심이나 할까하고 들렀소 “

“ 잘 됐네요, 나도 지금 배가 고픈데, 아, 카니 자기도 점심 전이지요? 우리 남편이 점심 산대요”  은주씨는 소녀처럼 들떠서 반색을 한다.

‘ 내가 아내에게 점심 서비스가 너무 오랜만인가’ 내심 생각하지만 카니와 점심을 같이 한다는건 너무 오버다. 꺼림칙하다, 그러나 그것도 재미 있 겠 다.






레스토랑.jpg














가까운 레스토랑에서 아내와 함께 마주 앉은 카니는 목이 깊이 파여 가슴 골이 살짝 드러나는 푸른색 탑에 베이지색 반바지를 입고 있다. 더운 클리너 안에서 일을 한 탓인지 피부에 땀이 배어 윤기도는 가슴 볼륨이 괜찮고   드러난 다리가 근육질로 탄탄하다.

‘ 근처 헬스에서 몸관리를 부지런히 하는 모양이군’ 발 끝부터 위로 향하는 명수씨의 눈길을 그녀는 당돌하게 마주 바라보고 있다.

‘ 나한테 관심 있군요 ‘ 소리는 없지만 그녀의 희미한 핑크빛 입술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 카니씨, 맛 있는거 시켜요. 아주 드문 기회니까, “ 그리고  생각지도  않은 것을 남편의 이름으로  말하는 천진한  아내의 말이 명수씨를 당황하게 한다.

“ 우리 남편이 카니씨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카니 덕분에 내가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겨 요즘엔 남편에 대한  내 사랑의 스킨쉽이 너무  찐해져서 행복하다나요. “

순간 찌르는듯한 카니의 시선이 명수씨에게 꽂친다.

‘ 이건 아닌데 ‘ 다만 아내가 웃자고 하는 말에 명수씨도 얼굴이 뜨거워진다.


잠간 아내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자리를 비우자, 순간 어색한 침묵이 있었다.

“ 당신 “  동시에 나온 두 사람의 같은 말에 다시 놀라움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말이 끊어진다.

늘상 대화의 기술과 매너에 앞 선다고 자부하는 명수씨는 린다에게 선수를 양보한다.


“ 먼저 말해 보시요”

“ 사장님 부부는 정말 잘 어울리고  행복해 보이세요 “ 의외로 고개를 숙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카니는 전의를 상실한 패자의 모습으로 풀이 죽었다.

“ 당신, 왜 내게 무례하게 구는거요? 나는 모욕감과 불쾌감을 느끼오. 내 아내의 종업원이 사장의 남편에게 이리 노골적으로 드리대는게 미친 짓 아니오?  법 이전에 당신의 자중을 권해요 다시는 내게 이상한 짓하지 마시요”

명수씨는 내친 김에 엄숙하고 건조하게 말한다. 그래야 더 이상 파파라치 안 되겠지.

말을 듣자 린다는 다시 고개를  든다.  명수씨의 위압적인 말은 싹 접어 놓고

“ 김변님, 저를 한 번만 만나 주세요, 꼭 드릴 말씀이 있어요”

사무적으로 또박또박 하는 말은 매우 진지하고  짙은 간절함이   있었다.


아내가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는다.

“ 카니  우리가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운 것 같아요. 오후 딜리버리 맞추려면 서둘러야 해요”

갑자기 바쁘게 서둘러 바람을 뿌리며 나가는 두 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명수씨는 뭔가 끝맺음이 안 된 껄끄러움과 또 미지의 알 수 없는 어떤 가능성이 궁금해지는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이 뒤숭숭하여 고개를 털며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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