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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크리닝 공장이 명수씨의 일가가 일어설 수 있었던 핵심 리더였다. 1980 년대

처음 미국에 이민 오던 때, 명수씨와 이은주씨는 유학생 신분이었고  그들은 약혼한 사이였다. 둘이 함께 공부하기에는 너무 빠듯한 형편이어서  은주씨가 공부를 포기했다. 남편 명수씨의 학업을 뒷받침해 주기 위해 은주는 드라이 클리너 가게에 취직하여 일을 시작 하였고 그 뒷바라지에 힘입어 명수씨는 로우스쿨을 마치고 변호사 시험을 치루고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다. 이십여 년이 흐른 후,명수씨가 장하게 변호사가 되었지만 사실 은주씨가 더욱 장하게 사업에 성취해 있었다. 하나의 크리닝 공장에 여섯 개의 드랍샵, 엄청난 발전이었다. 제법 큰 수입 덕택으로 명수씨의 부모님을 모셔오고  친척들을 미국으로 초청하여 생활 기반을 다져주고 , 자신들의 큰 집을 짓고 동부 버지니아 청정 바닷가에 빌라를 소유하고, 승승장구 아메리칸 드림의 실현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뛰놀지 않는 텀 비고 적막하기만 한  커다란 집, 명수씨 어머니는 그걸 끝내 한탄하며 5년 전 세상을 떠났다.그 비탄의그림자는 아직  은주의 가슴에 상흔처럼 남아 있다.


아내의 사무실이 있는 이층 계단으로 올라가며 명수씨는 따거운 눈총에 몸이 오싹한다.

그 발원지는 처음 보는 낯선 여인, 키가 크고 광대뼈가 나와 거세 보이는 한 여인이 그의 뒤를 따라 오르고 있다.’ 누굴까’ 의아하며 아내의 사무실 문을 열 때 그녀도 함께 따라 들어 온다.

“ 카니 박이세요?” 은주가 남편 명수씨 보다 먼저 그 낯선 여인에게 반기며 인사한다. 그리고 남편에게 소개한다. “ 오늘 인터뷰하기로 한 카니 박 여사얘요, “  명수씨는 그 여인을 찬찬히 살핀다. 검은 색 정장 바지 차림에 약간 히끗한 머리칼이지만  관록있는 단발 헤어스타일, 그리고 자신감으로 충만하여 직시하는 강한 눈빛,

‘ 좀 거세고 자기 주장이 강하겠구만’ 생각하며 그녀에게 자리를 권한다. 그리고

“ 웬만큼 영어는 하신다구요? “ 하고 묻는다. “ 네, 영어는 물론이고, 스페인어도 어느 정도 해서 카운터 일은 물론 종업원들 다루는데도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 나이가 꽤 되시는 것 같은데 일하기 힘들지 읺으시겠습니까? “

“ 내 나이 54세입니다만, 육신 건강하고 여러가지 일을 두루 했으므로 무슨 일이든지 자신있습니다. 뭐든지 맡겨만 주십시요.” 말씨는 상냥했고 태도는 비굴하지 않았다. 아내는 벌써 이 여인이 맘에 든 모양으로 남편 명수씨에게 눈짓을 한다.

‘ 너무 까다롭게 굴지 마세요’ 하고.

일하는 시간과 업무영역, 그리고 보수에 관한 문제는 아내의 몫이다. 명수씨는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아내의 사무실을 나온다. 그러나 그 여자의 얼굴, 검으스름한 피부와 잔주름, 억세보이는 입매와 광대뼈 두드러진 뺨, 그리고 강한 눈빛으로 직시하는 예사롭지 않은 기세에 명수씨는 서늘하고 짙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 쉽지않은 세월을 거쳐온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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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와 함께 일하게 된 이후로 아내는 한결 마음의 여유가 생겼는지  명랑해졌으며 무엇보다 말이 많아졌다. 전에는 둘이 마주 앉았어도 피곤으로 늘어져 별 할 말도  없어 적적했는데  이제는 일이 끝난 저녁 , 식사 시간이나 여유 시간마다 재재거리며 그 중에도 카니 박의 이야기를 거르지 않는다.

한종일 업무로 헤어졌다 만나는 시간, 좀 더 사적인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명수씨는 과장스런 몸짓으로  아내를 포옹하고 귀뿌리를 자극하며 속삭인다.

“한종일  당신 체온이 그리워서 꽁꽁 얼었어. 나를 좀  녹여 줘.” 하지만 아내 은주씨는 그럴 계재가 아니라는 듯 몸을 비틀어 내며,

“ 여보, 오늘 굉장한 얘기가 있어요. 당신도 들어 봐야 해요.”


런드리 샤쓰를 다려내는 파트에 유일하게 한국인 부부가 있었다. 부부는 손발이 잘 맞아 시간당 다려내는 샤쓰의 수가 120 장이 너끈이 된다. 매우 능률적이고 재치도 있어 벌써 5 년 째 일하고 있는데 문제는 월요일마다 터지는 부부싸움이다. 남편이 워낙 겜부링을 좋아해서 토요일 주급을 타면  일요일 아틀란틱 시티로 달려가 카지노로 몸땅  날린다는 것이다. 그의 아내 미세쓰리는 이것이 너무 속상해서 남편에게 따지고 들려면, 이 경솔하고 무지한 인간 , 아내에게 욕질을 해대고  심지어 뺨을 때리고 발로 차기도 한다. 미세쓰리는 일을 하다 퍼질러 앉아 대성통곡, 그러면 일도 늦어지고 분위기도 고약해져 도무지 바쁜 시간에 지장이 많다. 이런 일을  번번히 당하고만 지냈는데 카니 박, 그걸 단번에 해결했다는 것이다.

“ 이봐요, 이종규씨 당신 불체자 ( 불법체류자 ) 맞지요? 브라질에서 방문으로 와 가지고 눌러사는 것 아니냐구요? 더 말해 볼까요? 당신, 한국 떠날 때, 엄청난 부도내고 도망 나왔지요? 당신 정신차리지 않고 이렇게 허랑 방탕 살면,  나 당신 신고할 거얘요. 아시겠어요?”

하니까 그냥 팍 죽더더란 것이다. 싹싹 빌고 하소연하고.

심지어 한국에서 많은 빚지고 갚을 길이 없어 밤도망을 쳤는데,

 도망가는 것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베란다에 빨래 널어 놓고 여행가방 하나씩 들고

돈 한 푼 없이  브라질로 떠나게  된 사정 까지 구구절절 얘기하더란 것이다.

“ 근데 여보, 카니는 너무 인정이 깊은 사람이얘요. 미스터 리에게 앞으로 마누라도 패지 않고 성실하게 일하면 자기가 그들의 영주권 획득을 도와주겠다는군요. 그 방법도 상당히 잘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

은주씨는 남편 명수씨를 슬쩍 곁눈질하며

“ 우리가 그들의 스폰서 역할을 해 주면 어떨까요? 이씨부부를 우리 가게서 스폰서로 신분보장을 해 주면 그들이 영주권을 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더군요”  

명수씨도 물론 그런 규정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후일담들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영주권 없는 사람들을 원룸 아파트에 합숙시키고 일당도 박하게 주면서 하루 14 시간 씩 일을 시키고 심지어는 휴일날도 자기 집에 데려가 청소와 뜰일을 시키며 혹사시킨다는 말,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약점을 알기에 이 악물고 참으며 소정의 5 년을 기다린다는 말,

“ 난 법을 어기며 교활하게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도 싫지만,  약점을 쥐고 비인간적으로 사람을 부리는 것도 원치 않는 일이요”

명수씨는 뚝뚝하게 말하며 손을 씻으려 화장실로 간다.


하루는 명수씨가 K크리너를 들르게 되었다. 들어서 보니, 작업장에 잠시 일이 멈추어지고 소동이 나 있었다. 말썽의 주인공은 역시 이씨, 히스패닉 여인과의 다툼이었다. 작업장의 화장실은 남여 공용 하나, 이씨는  소변을 본 후 번번이 물을 안 내리는게 화근이었다. 신체가 우람하고 성격이 직설적인 에리나, 화장실에 들어갔다 다시 나오며 ‘ 미스터 리를 부른다.

‘ 변기에 있는 노란 물, 당신 오줌, 그대로 있다. 치워라. ‘

아 미안 내 치울께, 조심하지 미안해’하고 사과하면 싑게 넘어갈  일을 이씨, 한국적 남상우월주의 전통의 정신으로 일단 일갈한다.

“ 그거 내거 아냐, “

‘ 요 거짓말장이’  엉덩이가 바위채만한 에리나의 심기를 거슬렸다.

“ 너 화장실 들어 갔던거 나 봤거든, 왜 거짓말하니?”

평소 미운 털이 박힌 이씨에게 다른 멕시칸 까지 떼로 몰려와서 왁왁거리자 궁지에 몰린 이씨, “ 아 18 ! 이게 뭐가 더럽냐고?”

하며 손을 변기 물에 넣어 한 웅큼 집어 쩝쩝 먹어 보인다. 어이가 없어진 관찰자들은 멍하니 보다가 서로 윙크하며 허리를 잡고 웃으며,

“ 절크jerk “하고 자신들의 자리로 흩어진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다 명수씨도 실소한다. 화장실 하나 더 늘려야 겠군 생각하며.

 사무실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는데 누군가 발을 탁 건다.

방심한 명수씨 중심을 잃고 비척거린다. 다행히 바닥에 넘어져 뇌진탕 걸리는 일은 미연에 방지됐지만 어라! 그를 부축해 안고 있는 이는 카니 박.

“ 뭐야, 당신이 발 걸었어? “ 분노로 고함치는 그에게 돌아온 말은 단 한 마디,  “너두  절크jerk !!”

‘ 이 여자가 미쳤나? 나를 미쳐 몰라 본 걸까?’  노여움으로 많은 질문이 있었지만 카니는 이미 아무 일도 없었다는 둣, 태연하게 카운터에서 기다리고  있는 손님에게 가고 있다.


“ 하이! 미스터 빌, 오랜만에 보는군요. 당신 딸은 이미 대학으로 떠나서 집이 허전하겠군요?

“ 노우, 절대 아니얘요, 아내와 나는 호젓하게 제 2 의 신혼기를 즐기고 있지요”

“ 그럼 아마도  베이비 시스터라도 선물하려고요?  하 하 “

유난히도 나긋하고 유쾌한 그들 대화에 명수씨, 화내고 따지고 할 겨를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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