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여름방학을 맞아

 오랜만에 돌아온 딸에게 온갖 좋고 맛있는 음식을  주며 건강 챙기려 즐거운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둘째 오빠는  다른 의견을  놓았다. “ 어머니하경에게는바닷가에서 밝은 햇볕과 신선한 공기가 아주 필요해요휴양삼아  일주일 제가 데리고 다녀 오려구요. “ y 이학년에 재학중인 오빠는 친구  명과 서해바다 무인도로 캠핑을 가기로 했다.  거기에   약골 누이를 데려가 단련시키고 싶은 것이다하경은 물론 대찬성에 엄마 아빠에게 졸라대었다. “ 오빠 쫒아가서  놀다 올께요 바다  번도  봤는데 엄마 얼마나 좋은 기회야 건강해져서 올께요아빠 허락해 주세요 “ 하경은 아버지에게 간청할 일이 있을  < 아빠 >라는 호칭이 얼마나 효과 만점인지 알고 있다.  역시나 아버지는 ‘ 으흠 으흠   하시다 ” 하경이 무리하지 않게  돌봐줘야 한다.”하며 오빠에게 듬뿍 용돈을 얹어 주셨다.

오빠의 일행은 이랬다오빠 포함 남자 5    모르겠는 여대생  2  그리고 하경 까지   8 명이다 충남 당진에서  예약해둔 배를 타고  무우도를 향해 갔다별로 멀지는 않은 거리이지만  배를 개인적으로 예약해야 하고 교통이 불편하여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은 섬이다  절이 있어 소나무도 울창하고  샘도 있었다지만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이다바다를 처음 보는 하경은 그대로 매혹되어 새 세상에  벅찬 가슴이다뒤로는 솔숲을  하얀 모래사장에  물결이 사르르 다가와  찰싹이는 해변가.

오후  도착한  젊은이들은 큼직한 대형 텐트와 여성용  텐트부터 세웠다 . 그리고 이어 민생고 해결을 부르짖으며 서둘러  저녁식사를  준비했다버너에 불을 피우고  코펠에 밥을 넉넉히 하고 다른 코펠에는 된장과 고추장을 풀어 감자와 양파를 썰어 넣고 꽁치 통조림을 쏟아 부어 보글보글 끓여  가지 밑반찬과 함께 차린 밥상 , 시장했던 참에 여럿이 둘러앉아 먹는 밥맛이란---  ! 세상에 이렇게 꿀맛일 줄이야.

다음  아침, E  국문과 재학중이라는 수정 언니가 일찍  일어나 하경을 깨운다.” 우리  따러 가자.” 양재기와 작은  과도칼을 들고 해변으로 나오니아직 해는  속에 잠긴 수박  같이 발그스럼한 구름이 뭉게지는 하늘 아래 잿빛 바다는 조용히 출렁인다소금냄새해초냄새  옥시즘 가득한 신선한 바닷 바람하경은 깊은 숨을 들여 마시며 경이에 가득찬 눈으로 사면을 두리번거린다수정 언니를 따라 해변에서  떨어진 섬그늘 쪽으로  가니  곳은 바위들이 층층히 들어서고  바위 사이사이 맑은 바닷물이 고여있다그리고 바위에 지천으로 붙어있는  딱지들. “ 굴은 이렇게 따는거란다 “  수경언니는 익숙하게  칼로  입을 찾아 야무지게 들어 올린다껍질이 올려지며 움찔 들어나는 굴의 속살그걸  칼로 잽싸게 도려 낸다. “ 하나 먹어 봐라아주 싱싱하고  향긋하다. “ 언니는  알맹이를 하경의 입에 넣어준다생것을 먹어보지 않은 하경은 얼굴을 찡그리며 거부의 몸짓을 보였지만 벌써  안에는 굴이 씹히고 있다. “ 언니 신기해요비린  알았는데 과일 냄새가 나요. “ 하경은 평소 비린     등에 심한 거부감이 있어 먹지 않았는데 갓 딴 생굴은  짭조롬하면서 싱싱한 과일이나 채소의 미감이다뒤를 이어 다른 일행들 나오고 모두는 해가 활짝 올라오도록 열심히 굴을 따 양재기에 담았다.모두 모으니  많다.

 아침 식사는 각기 그릇에 밥을 담아 생굴 듬뿍고추장  숟깔참기름  방울 , 그리고 비벼 비벼 해서 열무김치와 먹으니 ‘  이것도 꿀맛이네

 

해가 높이 떠오르고 차츰 열기가 모래를 뜨겁게 달굴 친절한 수정 언니는 하경에게 수영을 가르쳐 주겠다고 물로 이끈다모래사장에 찰싹이는 물은 별로 차지도 않고 그리고 깊지도 않고  스르르 밀려오는 파도  따라 움직이지 않고는 견딜  없는 들뜨는 마음이.물결이 밀려  때마다 함께 폴짝 폴짝 뛰어오르던 하경에게 수정언니는  손을 잡아 준다. “ 물에 몸을 맡기고 가볍게 몸을  위에 떠봐라.”  하경은 발바닥이 바닥에 닫지 않으면 불안해서 자지러지는데 수정언니는 하경을  깊은 곳까지 끌고 가서  위에 띄운다.

언니 무서워  놓지 마요.    언니 언니    나갈래,  언니 속에 박은 머리를  밖으로  놓을 수가 없어요.

 하경의 죽을  같은 비명 소리가  가라앉으며 손발을 허우적 대는 단계 까지 사흘이 걸렸다이제   드러낸 얼굴에 푸푸 물을 뿜어내며 허부적대는 개헤엄은 치게 되었다수정 언니는 아직 만족하지 않고 하경에게 물에 떠서 반듯하게 누워보라고 했다. “ 어떻게  위에 누울 수가 있어요언니  못해” 하지만 수정언니는 너무 익숙하게 찰랑이는 파도에 몸을 뉘어 한가롭게 하늘 뭉게구름을 즐긴다하경도   여유진 모습이  부러워져 코를 붙잡고 물위에 과감하게 누워본다.어이구, 그냥  속으로 가라앉는다. “ 몸에서 힘을 빼는거다그냥 물에 몸을 맡기는거야네가   없어  빼고  눕기만 .”  뭔가를 완전 믿으며 나를 뭔가에 그대로 맡긴다는 ,과연 되기나 할까? 처음 시작은 스스로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가 무척 힘들다그러나 자신의 의지를 빼고 힘을 빼고 물에 몸을 맡기고 나니처음에는 물에 가라 앉던것이  ! 드디어 몸이 물위로 솟구친다. “ 하하물의 부력이 너를 받쳐주는 거야.” 오빠가 가까이 오며 기분 좋게  웃는다.” 오빠  드디어 수영 배웠어 자신 있어.” 하경은 뽐내며 오빠 앞에서 보란듯 손발을 허우적대며 개헤엄을  본다. “ 팔을 넓게 펼쳐 우아하게 물을 뒤로 제치고 발은 개구리처럼 힘차게 물을 걷어 차내는거야”  “ 하경이가 여간 열심히 하는게 아냐균형감각도 좋고” 수정언니도 하경을 칭찬한다, “ 정말 고마워요수정씨덕분에 하경이 수영 배웠어요    낼께요”  오빠는 유쾌하게 말한다.

오빠들은  별로 재미없다 줄을 모른.아니면 완벽하게 휴식을 즐기는지도 모른다수정 말고   언니그녀 이름은 미연이라 했던가. –

연인 따라   맞다둘이는 언제나 붙어 다니며 속살속살 세상 사물은 관심 끄고  둘이만 있는  행복해 보인다그리고 단짝이  수정언니와 하경은 바닷가를 헤집으며신기한 것들을 들쑤셔 보느라 흥미진진이다.

소라고동을 잡고 게를 잡고, 또 남의 빈집을 들러쓰고 겅중겅중 뛰다니는 집게를 보며 소리내어 웃는다.

허나 나머지 4 명의  남자들은  그런거  아랑곳 없이 느러져서 잠만 잔다.늦잠자고 낮잠자


 점심 먹고 또 오후 잠, 앞으로 부족할   번에 보충할 셈인지 자고 자고  잔다먹고 자고 조금 놀다  자고때로는 낚시를 한다 , 일주를 한다답사를 한다 하며 부스럭대지만 별 소득없이   잔다신통치 않은 솜씨로 기타 치거나  포타블 야외전축에 페티페이지나 비틀즈또는 드물게 클레식 음반을 올려 놓고 음악을 듣지만 대개 그건 잠을 청하기 위한 설정일 뿐이다.  하루  유일한 오락이며 취미는  해가 수평선으로 꼴딱 넘어가는 시간을 기다려 위티를    마시는거다따끈한 물- 식수는 무조건 끓여 먹었다-에 인스턴트 홍차 가루를 타서 잔에 3/2  따르고 위스키를3/1 따라서 마시는 고상한 칵테일 솜씨를 발휘하는건 역시 다재다능 수정 언니다물론 하경에게는  설탕 듬뿍 넣은 순수홍차    뿐이지만하루 공식 일정 그것으로 끝인데  오빠들은 뒤로 돌아앉아 조금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한다던지    세련되지도 않은 목소리로 서투른 키타반주에 맞춰 이태리 가곡을 흉내낸다 솔레미오 여자의 마음나포리 등. ‘아이구 저것도 낭만이라구 흥 흥,지들이 공부 말고 뭘 더 알겠어 꼴쌘님, 쪼다들 ! 어-쨋던  귀여운 자장가 정도로 들어 주지’ 감히  발칙한 하경,주변머리 없는 오빠들을 너그럽게 이해하자  한종일 수영과 놀이로 고단한 심신이 파도 소리에 스믈스믈 풀어진다

 여하튼 개성 강하지만 서로 인정하고  뭉치는  특이한 8 명의 조합체는 알차고 유쾌한 일주일 간의 바캉스를  지냈고, 모두 검게 탄 얼굴에 등짝에는 감자껍질이 술술 벗겨지는 멋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경의  2 여름방학은  없이 유익하고 인상 깊은 계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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