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먼저 < 제 13회 황순원 문학상 수상 작품집 > 부터 구입하여 읽는다. 역시 내 선택에 만족이다. 내 - 주관적- 눈높이에 맞는 작품들이 선정되었다는게 맘에 든다.나는 새 책을 사면, 특히 문학서적은 맛나는 음식을 천천히 아껴가며 먹듯 음미하며 야곰야곰 읽는다.지금, 그렇게 읽는 중이다.그런데 읽는 중에 미리 리뷰를 쓰는 이유는 하나의 단편소설이 내게 너무 벅찬 감동을 주어 쓰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의 설레임 때문이다. 

내 근래에 한국 작품을 읽으며 이렇게 벅찬 감동은 얼마만이냐. 


작가  조해진   < 빛의 호위 >

사실 제목은 평범하고 진부하기 까지 하다. 도입부도 애매하고 몽롱한 사유 부터이므로 조금의 참을성이 필요하다. 일인칭 화자가 직업상 인터뷰를 위해 한 젊은 사진작가 권은을 만나면서구체성은 드러난다. 수수께끼 같은 편린들의 짧은 말들.사진에 빠지게 된 계기, '태엽이 멈추면 멜로디도 끝나고 눈도 그치겠죠' 두 번 째 만남에서 헬게 한센의 다큐 < 사람, 사람들 >의 이야기를 들으며 -전쟁에 직접 파괴된 잔해들 보다 죽은 연인을 떠올리며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는 젊은 여성의 젖은 눈동자같은 데서의 전쟁의 상흔을 얘기한다. 그리고  노먼과 그의 어머니, 알마 마이어에게서 깊은 공감을 느끼는 권은을 보지만 아직 그녀와의 연관성을 깨닫지 못한다.정말 감동 넘치는 알마 마이어의 이야기, 결국 사람을 살리는 일이 가장 위대한 일이라며 권은은 너는 이미 한 사람을 살렸다고 말한다.그로 인해 그는 먼 어린 시절  지독히도 외롭고 가난했던한  소녀를 떠 올리게 되고 .그리고 그 녀로 인하여 새 세상으로  열리는 새로운 시각.

알마 마이어의 말 - 인용문 -

- 사람들이 노먼을 시대의 양심이니 유대인의 마지막 희망이니 하는 수식어로 포장하는 걸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어요.그런 거창한 수식어 뒤에 숨어 있으면 아무 것도 하지 않고도 정의의 증인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건,뭐랄까, 나에겐 천진한 기만같아 보였죠.알려 했다면 알았을 것들을 모른 척 해놓고 나중에야 자신은 몰랐으므로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말이에요.전쟁이 끝나고 나서야 홀로코스트의 잔인함에 양심적으로 경악하던 그 수 많은 비유대인들을 나는 기억하고 있어요. 화가 나진 않았어요.그 때나 지금이나 그저 무기력해졌을 뿐이에요.무기력한 환멸 같은거,그런 거였죠.


문장은 유려하고 기품이 있으며 구성도 훌륭하다. 나는 이 훌륭한 작품이 왜 최고 수상작에 선정되지 않았는지 의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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