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 ] 공학박사 김 명호의 장례식은 그가 생전에 장로로 장립되어 봉사하던 그의 교회에서 거행되었다. 그의 직장 동료들과 그의 제자였던 젊은 학생들, 이웃, 교우들 모두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모여 들어 넓은 실내가 꽉 찼다. 로컬 TV에서도 한인 사회와 미국 주류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며 꽤 두각을 나타냈던 그의 사망 소식을 전하기 위해 카메라 맨을 대동한 아나운서가 나오고, 또 본국 신문사 기자들도 나와서 간단한 취재를 하고 있다.그러나 모두 검은 정장에 숙연한 모습을 하고 있어 장내는 조용하고 엄숙하다. 영결의 순서가 끝나고 조문객들이 관 주위로 한 바퀴 돌며 작별의 슬프고 쓸쓸한 눈 인사를 보낼 때 한 켠에서 기사문을 메모하던 한 기자가 소근소근 옆 동료에게 묻는다." 저 유가족 석에 앉은 노인네는 누구지요? 저 할머니도 가족인가요? " " 글쎄요, 나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 집 안 가정부? " " 아냬요, 고용인이 저리 늙어서야 무슨 일을 하겠어요? 그리고 상석에 앉아 계시잖아요?" "---" 희디 흰 머리의 노파는 눈 코 입이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주름살 투성이에 미풍에도 사그러들 듯이 조그만 몸을 더욱 웅크리고 앉아 있다. " 아, 저 할머니요? 김 박사님의 어머님이세요." 옆에서 기자들의 대화를 듣고 한 여인이 아는 체한다. " 어머 그래요? 우리가 조사한 인적 사항에 어머니는 없었는데" " 아휴! 요 번 한국서 모시고 왔어요. 어쩜 저런 불쌍한 어머니가 있으면서 여지껒 모른 체 살았으까?" 여인은 좀 지나치고 있다. " 아, 그럼 이 번이 저 할머니 처음 미국 오신 거얘요?" 여인의 심술을 눈치 챘으나 기자로서의 직업의식이 뭔가 긴장을 느끼며 짐짓 고구마 줄기를 들어내듯 슬쩍 능청을 떤다. " 그럼요 우린 한 교회서 그렇게 오래 같이 생활했는데도 통 몰랐어요. " 저 쪽에도 수군수군 종알종알대는 소리가 있다. " 어머어머. 시어머니가 저렇게 멀쩡하게 살아 계신데도 저 여편네 친정 식구들만 끌어드리고, 얼마나 교만하게 설쳐댓어요? " 장노님도 너무 했지, 저런 노모님은 무관심한 채 자기 마누라만 여왕님 받들 듯 했잖수?" " 에이! 그만들 둬요. 영결식에 와서 험담들이나 하면 마음이 편해요?" 하며 점잖게 타이르던 목소리도 잠시 후 탄식하며 말한다. " 하기사 장노님 부부 금실 좋고 가정 화목한 건 이 바닥서 유명하지.참 좋은 분이셨는데-." 글쎄요, 그 좋은 낭군 먼저 보내고 어떻게 살까 몰라." 하는 말에는 여전히 가시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