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 글씨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음, 나도 이 정도는 쓰겠다. 이건 추사 선생이 썼다니까 잘 쓴 것처럼 느껴지는 거지, 이름 없는 사람이 썼다면 별 볼일(?) 없는 글씨로 취급되지 않을까?' 망령된 생각이죠? ^ ^ 유명한 사람과 일반 사람의 차이점은 후광 효과인 것 같아요. 별거 아닌 것도 유명인이 결부되면 빛을 발하잖아요? 평범한 사람은 그 반대이구요. ^ ^ 하여튼, 이 글씨를 보면서 이상하게 후광 효과를 생각했어요(추사 선생님, 죄송합니다~ ㅠㅠ).

 

오늘은 왼쪽 것만. 한 번 읽어 볼까요? 직성유궐하(直聲留闕下). "곧은 소리 대궐안에 머무네"라는 뜻이에요. 조정에 늘 올곧은 간언이 끊이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임금님은 괴로우시겠지만, 그래야 백성들이 편안할 수 있겠지요. 뜻과 음으로 하나씩 읽어 볼까요? 곧을직(直), 소리성(聲), 머무를류(留), 대궐궐(闕), 아래하(下), 직성유궐하(直聲留闕下).

 

자,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보도록 하죠. 直은 전에 다뤘으니 빼기로 하고요. ^ ^

 

은 耳(귀이)와 磬(경쇠경)의 약자가 합쳐진 거에요. 경쇠가 울릴 때 나는 것처럼 분명하고 확실하게 귀를 통해 들리는 그 무엇이란 뜻이에요. 그게 무엇이겠어요? 소리지요! ^ ^ 聲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音聲(음성), 聲量(성량)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농토[田: 밭전]에 가서 머무르며 농사를 짓는다는 의미에요. 卯는 음을 나타내는데 소리값이 좀 바뀌었죠(묘-->류). 留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滯留(체류), 拘留(구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대궐 문[門: 문문] 밖에 설치한 건물을 가리켜요. 중앙에 통로가 있고 그 위에는 망루가 있지요. 혹 광화문을 통해 경복궁에 들어가 보신 적이 있는지요? 문 앞쪽으로 타원형의 석축이 있고 그 위에 망루가 있지요. 타원형의 석축 가운데는 통로이구요. 이 통로를 지나 광화문 안으로 들어서지요. 광화문 밖의 이런 건축물을 궐(闕)이라고 해요. 이곳을 지나야 대궐에 들어설 수 있기 때문에 범칭 대궐이라는 뜻으로도 사용하다 후에 그 뜻으로 그냥 굳어졌죠. 欮은 음을 담당해요. 闕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그렇죠, 宮闕(궁궐)! ^ ^ 大闕(대궐)도 있겠네요. ^ ^

 

는 지표면(一) 아래에 있다는 의미에요. 아래라는 표시는 丨 혹은 丶로 나타냈는데 후일 이 두 개가 합쳐진 형태로 표기하게 됐어요. 下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地下(지하), 下待(하대, 낮게 여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할 겸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소리성, 머무를류, 대궐궐, 아래하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音 (      ), 宮 (      ), 地 (      ), 滯 (      )

 

3. 다음을 소리내어 읽고 뜻을 풀이하여 보시오.

  

    直聲留闕下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내일 뵈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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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은 오른쪽 사진의 주련을 보도록 하시죠. 경정산견석란서(敬亭山見石闌西)라고 읽어요. "돌난간 서쪽으론 경정산이 보이네"라고 풀이해요. 경정산은 중국 안휘성에 있는 산인데, 이백의 시로 유명해진 산이죠(이백의 시는 정리 문제에서 소개해 드릴게요). 이백은 탈속적인 도가풍의 시를 많이 지은 사람이에요. 이백 시의 제재인 경정산을 주련에 사용했다는 것은 추사 선생 역시 탈속적 기풍을 흠모했다는 것을 말해줘요. 왼쪽 사진을 보면 대문 밖으로 산이 보이죠? 아마도 추사 선생께서는 이 산자락을 보면서 주련의 표현을 생각하시지 않았을까 싶네요.

 

한자들을 뜻과 음으로 하나씩 읽어 볼까요? 공경경(敬) 정자정(亭) 뫼산(山) 보일견(見) 돌석(石) 난간란(闌) 서녘서(西), 경정산견석란서(敬亭山見石闌西). 주련은 한구절이 대개 5자 아니면 7자에요. 5자의 경우에는 2자 3자로 나누어 읽고, 7자의 경우에는 4자 3자로 나누어 읽어요. 그래야 의미가 통해요. 그렇지 않고 붙여 읽으면 의미가 잘 통하지 않죠.  敬亭山見石闌西도 敬亭山見V石闌西라고 띄어 읽어야 해요.^ ^

 

자,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山, 石, 西는 전에 다뤄서 빼도록 하겠어요. ^ ^

 

은 艹(羊의 줄임 글자, 양양)과 勹(包의 줄임 글자, 쌀포)와 口(입구)와 攵(칠복)의 합자에요. 양이 입을 다물고 조용히 하듯이 엄숙하고 진중한 태도로 일에 임할 것을 스스로 채찍질한다는 의미에요. 敬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恭敬(공경), 敬老(경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高(높을고)의 줄임 글자와 釘(못정)의 줄임 글자가 결합된 것이에요. 못처럼 길쭉히 높은 곳에 설치한 건물이란 의미지요. 진나라와 한나라때는 10리에 하나씩 이 정을 설치하고 정장을 두어 치안을 담당하게 했어요. 亭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樓亭(누정), 亭子(정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目(눈목)과 人(사람인)의 합자에요. 주목하여 본다란 의미에요. 見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見聞(견문), 見學(견학)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門(문문)과 柬(가릴간)의 합자에요. 출입하는 사람들을 가리기 위해 문밖에 설치한 차단물이란 의미에요. 오늘날의 바리게이트 정도에 해당하는 것이죠. 난간이란 의미는 여기서 연역된 것이에요. 난간은 출입을 선별하는 기능이 있잖아요? 欄으로 표기하기도 해요. 闌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闌干(난간), 闌外(난외, 정해진 테두리 바깥이란 의미에요)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할 겸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공경경, 정자정, 볼견, 난간란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樓 (       ), 恭 (       ) (       )外,  (       )

 

3. 다음 시를 읽고 그 느낌을 말하시오.

 

   뭇 새들 높이 다 날아가고/ 외로운 구름만 홀로 한가로이 흘러가네/ 슬큰 바라봐도 싫지 않은 건/ 너, 경

   정산! (衆鳥高飛盡 孤雲獨去閑 相看兩不厭 只有敬亭山) <李白, 獨坐敬亭山 >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내일 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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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고택이에요. 보시다시피 기둥마다 주련이 붙어있죠? 글씨도 좋은데다 내용도 좋아서 사진을 여러 장 찍었어요. 전에는 주련 밑에 해설이 없었는데, 지금은 해설을 붙여 놓았더군요. 좀 볼품없이 붙여 놓은게 약간 거슬리긴 하지만(^ ^) 그래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도움을 주어 고맙더군요. 앞으로 얼마간 추사고택 주련 기행을 같이 떠나 보도록 하시죠.

 

추사 선생께서는 평생 벼루 10개를 구멍내고 붓 일천 자루를 몽당 붓으로 만드셨다고 해요. 약간의 과장은 있겠지만 보통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셨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애요. 천재란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뤄진다는 에디슨의 말이 추사 선생께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아요. 천재는 동서양을 떠나 공통점이 있나 봐요.

 

자, 오늘 볼 주련은 이거에요. 짝을 맞춰 놓은 것이기 때문에 하나만 소개할 수 없어서 한꺼번에 소개했어요. 그러나 내용과 한자는 두 번에 나누어서 살펴볼까 해요. 오늘은 왼쪽 사진에 나온 것 부터...

 

 

 

 

구곡수통다조외(句曲水通茶竈外)라고 읽어요. '차 끓이는 부엌 밖으론 구곡산 물이 통하고(흐르고)'라고 풀이해요. 주방 주변의 풍경을 그린 것이에요. 구곡산은 본래 중국에 있는 산으로 양(梁)나라 때의 유명한 도가 사상가인 도홍경(陶弘景)이 거처하던 곳이에요. 이 구절은 추사 선생의 거처지가 구곡산과 진배 없음을 나타냄과 동시에 선생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도 은연중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한자를 뜻과 음으로 한 자씩 읽어 볼까요? 굽을구(句), 굽을곡(曲), 물수(水), 통할통(通), 차다(茶), 부엌조(竈), 바깥외(外), 구곡수통다조외(句曲水通茶竈外).

 

이제 자세히 알아 볼까요? 曲과 水는 전에 다뤘으니 빼도록 하죠. ^ ^

 

는 纠(얽힐규)의 약자인 니와 口(입구)의 합자에요. 할 말이 없어 입을 다물고 있듯이 이리저리 얽혀 꼼짝 못하고 있다는 의미에요. '구부러지다'란 의미는 여기서 연역된 것이지요. 꼼짝 못하고 있는 상황은 그렇지 않은 상황에 비해 구부러진 상태지요. 종종 '글귀구'라고도 많이 읽어요. 글이라는 것이 이리저리 내용이 얽혀서 전개되잖아요. 이 역시 본 의미에서 연역된 것이라고 볼 수 있지요. 句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句節(구절), 句戟(구극, 구부러진 창)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辶(쉬엄쉬엄갈착)과 甬(솟을용)의 합자에요. 솟아 오르듯이 거침(막힘)없이 가다란 의미에요. 通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疏通(소통), 通過(통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艹(풀초)와 余의 합자에요. 余는 음을 담당하는데, 지금은 人밑에 木을 써서 표기하죠. 차나무의 잎을 채취하여 우려낸 음료란 뜻이에요. 茶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茶房(다방), 茶菓(다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아궁이[穴: 구멍혈]가 있는 음식 만드는 장소란 의미에요. 穴이외의 글자는 음을 담당해요. 竈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竈突(조돌, 굴뚝이란 뜻이에요), 竈王(조왕, 부엌을 지배하는 신이란 뜻이에요)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夕(저녁석)과 卜(점복)의 합자에요. 점은 본래 주간(晝間) 행사(行事)시 치는 것인데, 날이 저물어 일을 마친 저녁에 점을 치니 본래 점치는 것과 거리가 있다는 의미에요. '바깥'이란 의미는 여기서 연역된 것이지요. 外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疏外(소외), 度外視(도외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자, 정리할 겸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허벅지에 써 보시오.

 

    굽을구, 통할통, 차다, 부엌조, 바깥외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度(     )視, (     )王, 句(     ), (     )通, (     )

 

3. 다음을 소리내어 읽고 풀이해 보시오.

 

 句曲水通茶竈外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내일 뵈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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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일본에 갔다가 사온 과자 봉지에요. ^ ^ 감납두(甘納豆)라고 읽어요. 달감(甘) 들일납(納) 콩두(豆), 단맛이 들어간 콩이란 뜻이에요. 한문식으로 표현하면 납감두(納甘豆)라고 해야 하죠.

 

아내가 먹어 보라고 주는데, 이상하게 께름칙해서 안먹었어요. "먹기 싫으면 냅둬, 얼마나 맛있는데..." 하며 자기 입에 쏙 집어 넣더군요. '한 번 더 먹어 보라고 권하지... ㅠ ㅠ' 조금 서운했어요. ^ ^

 

설탕에 버무린 10여개의 콩을 소포장하여 다시 큰 봉투에 넣었는데, 포장이 너무 과도하지 않나 싶더군요. 유난히 깔끔떠는 것을 좋아하는 나라라 포장도 그렇게 한 것 아닌가 싶더군요. 이웃 나라들과의 관계도 그렇게 깔끔 좀 떨었으면 좋겠구만...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豆는 전에 다뤄서 빼도록 하겠어요. ^ ^

 

은 입[口: 입구] 안에 들어 있는 그 어떤 것[一]의 맛이 달콤하다는 의미에요. 甘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甘味料(감미료), 甘呑苦吐(감탄고토, 달면 삼키고 쓰면 뱉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물기가 실[糸: 실사] 안으로[內: 안내] 스며들었다는 의미에요. 納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納付(납부), 納稅(납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할 겸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허벅지에 써 보시오.

 

   달감, 들일납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허벅지에 써 보시오.

 

   (     )呑苦吐, (     )稅

 

3. 매운 맛이 들어간 콩이란 상호를 한자로 써 보시오.

 

 

3번 문제 풀어 보셨나요? 맵다라는 뜻의 한자가 어떤 것인지 아시죠? 전에 라면 용기를 가지고 다룬 적이 있어요. ^ ^ 

 

자,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내일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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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 먹세그려 또 한잔 먹세그려

꽃 꺾어 술잔 세며 한없이 먹세그려

 

죽은 후엔 거적에 꽁꽁 묶여 지게 위에 실려가나

만인이 울며 따르는 고운 상여 타고 가나 매한가지

 

억새풀, 속새풀 우거진 숲에 한번 가면

그 누가 한잔 먹자 하겠는가?

 

무덤 위에 원숭이 놀러와 휘파람불 때

뉘우친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호탕하면서서도 허무의 냄새가 짙게 풍기는 송강 정철의 <권주가>에요. 오늘은 이 시와 어울릴 듯한 각자(刻字)를 보도록 하겠어요. 이름하여 醉石(취석)이에요. 취할취(醉) 돌석(石), 취하여 눕는 돌(곳)이란 의미지요. 각자(刻字)의 돌을 보면 취객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요. ^ ^ 이 글씨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글씨에요. 서산시 음암면 유계리에 있어요. 음암면 유계리에는 세칭 한다리 김씨라고 불리는 경주 김씨 세거지(世居地: 대대로 사는 곳)가 있어요. 김정희 선생은 이 가문 출신인지라 이곳을 자주 왕래했다고 해요. 이 각자(刻字)는 그 와중에 남긴 것이고요.

 

취석(醉石)은 동진(東晉)의 시인 도연명(陶淵明)과 관련이 있어요. 그가 거처하던 율리(栗里)에 큰 돌이 하나 있었는데, 도연명은 술에 취하면 종종 이 바위에서 잠을 잤다고 해요. 그래서 사람들은 그 바위 이름을 취석이라고 명명했지요. 도연명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세간과 거리를 두고 은자적 생활을 했던 사람이지요. 그래서 일까요? 취석이란 말에서 탈속적이고 허무적인 냄새가 짙게 느껴져요.

 

날도 좋겠다, 정철의 권주가를 핑계삼아 술 한잔 기울일까요? 그리고 아무 돌이나 취석삼아 누워 하늘 한 번 보고요. ^ ^ 그나저나 추사 선생은 이 취석에서 취하여 잠이 든적이 있었을까요?

 

오늘은 醉 한 글자만 보면 되겠네요. ^ ^

 

는 酒(술주)의 약자인 酉와 卒(마칠졸)의 합자에요. 주량대로 한 껏 마셔 취했다란 뜻이지요. 醉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滿醉(만취), 醉客(취객)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오늘은 문제는 아니내도 되겠지요? ^ ^ 대신에 정철의 <권주가>와는 또 다른 삶의 슬픔을 말하는 공광규 시인의 <소주병>을 읽어 보도록 하시죠. 내일 뵈요~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 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 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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