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둘 다 잘 먹었습니다 - 성북동 소행성 부부의 일상 식사 일기
윤혜자 지음 / 몽스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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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둘 다 잘 먹었습니다.

성북동 소행성 부부의 일상 식사 일기

 


잘 먹었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맛있게 먹었다는 의미? 배부르게 먹었다는 의미? 아니면 기쁘게 먹었다는 의미?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 모든 걸 어우르며 쓰는 그런 의미일까.

부부가 둘 다 잘 먹었습니다는 밥 이야기가 담긴 일기다. 다양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함께 나누는 이들의 일상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성북동 마당이 있는 옛집에서, 저자 윤혜자와 그의 든든한 지지자인 남편과 이웃들의 소박한 모습이 우리에게 인사를 건내고 있었다. 그리고 시작부터 여담이어서 미안한 일이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무언지 모를 부러움에 둘러싸이는 것을 느꼈다는 개인적인 고백을 적어본다.

 


그녀의 일기 속에는 아파트 생활을 접고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해 장을 담그며 가르는 일에서부터, 또 멀리 있는 이웃들이 보내준 다양한 식재료로 만들어낸 담백하고 맛깔스러운 식탁을 차려내기도 하는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었다. 중간중간 친정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고,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이 추억처럼 떠오르면서 그 맛을 되찾으려는 저자의 애틋함이 느껴지는 것까지, 이번 책은 짧고 명료한 분위기인 듯하지만 내면의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차분하게 책과 마주앉아 진지하게 찾아볼 수 있으면 더없이 좋지 않을까.

그녀의 책 분위기는 그저 담백하다. 거추장스러운 꾸밈과 수식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음식을 준비할 때도 그녀는 다양한 양념보다는 간단히 두어가지만 첨가할 것을 이야기한다. 재료 본연의 맛을 중요시하는 그녀만의 철학이 글쓰기의 철학과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녀와 남편은 소제목처럼 소행성의 어느 부부일지도 모르겠다. 보통 사람들의 일상과는 조금은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해야할까. 이 두 사람은 반복적인 회사 생활 대신 자신의 생활과 스케줄을 조절하며 일하는 것을 선택했고, 틀에 박힌 출퇴근을 하는대신 삶의 여유를 느낄 줄 아는 양질의 기대치를 선택했던 것 같다. 또한가지 이들 부부의 삶의 모습을 더욱 충만하게 해주는 요소는 바로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삶이었을 듯싶다. 저자 윤혜자는 아마도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지 않을까. 그녀는 자주 이웃들과 함께 밥을 먹고, 식탁 자리를 기꺼이 내어주는 일에 어려워하지 않는다.

 


음식을 통해 교감한다는 일이란, 생각해보면 과거의 어느 시대쯤에는 우리 모두에게 일반적인 일들이지 않았을까. 어느 드라마에도 등장했던 그 장면이 떠오르더란 말이다. 윗집, 아랫집, 옆집 할 것 없이 나누어 먹던 시절. 음식이 담긴 그릇을 들고 오가며 심부름에 지친 주인공의 투정섞인 귀여운 그 대사, ‘이럴거면 그냥 다 같이 먹어!’(드라마- 응답하라 1998)라 하던 그 한마디가 떠오르는 순간을 책 속에서 다시 보는 듯하다.

 


따스함이 느껴지는 모습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런 것도 성격일까? 나는 넉넉하지 못한 성격 탓에 누군가 초대를 해 같이 식사를 해본 기억이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반대로 어느 집에 초대를 받은 적도 없지만, 밖에서 어쩌다가 함께 식사를 할 때에도 우리 식구가 아닌 다른 이가 껴 있으려면 도통 밥을 먹지 못하는 까칠함 때문에 고전을 한다. 결혼한지 이십 년이 지나도, 시댁에 가면 늘 눈앞에 있는 반찬만 조금 집어먹을 뿐 멀리 있는 찬을 가져와 먹지 못한다. 그것도 그저 동서들 사이에 끼어 먹을 때나 그나마 편한 순간이어서 많은 이들과 식사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때문에 저자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부러움이란 감정이, 참 좋다! 라는 감탄사가, 뭉글뭉글 커져갔는지도 모른다.

문득 어색한 사이라고 해도 밥 한번 같이 먹으면 친구가 된다, 하시던 옛 스승님 생각이 난다. 익숙하지 않은 동태찌개를 사주시던.... 그 보답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학생시절 학교 근처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사드렸던 추억까지. 생각해보니 내게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구나 싶다.

 


음식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가, 사람을 따뜻하게 변화시키는가. 이런저런 생각들을 했었다. 결국 음식을 차리는 일도, 먹는 일도 뭐가 됐든 즐기면서 하는 게 최선인가 싶더라.

 

 


저자 윤혜자의 진심이 담긴 문구를 마지막으로 옮겨본다.

 


매일매일 식사를 준비하고 그 음식을 도란도란 같이 먹는 일은 하찮지만 소중한 일이고 쉽지만 어려운 일이다. 그 일을 더 잘하고 싶다.....”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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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미스터리 - THE MYSTERIES OF THE EARTH 김종태 미스터리 시리즈
김종태 지음 / 렛츠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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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미스터리

-안녕. 반가워.

 


익숙한 듯하면서도 수없이 낯선 얼굴의 지구를 만나는 시간이다. 지구의 가려진 얼굴이, 지구가 품어왔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거대한 위압감으로 다가온 적이 있었던가. 호기심과 신비스러움을 넘어, 그 위압감 앞에 인간은 참 작고 미비한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저자 김종태의 지구의 미스터리는 지구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었다. 먼 시간 속을 달려왔을 법한 신비스러운 우주. 그 우주 안에 속하는 태양과 지구. 지구형 행성의 이야기. 지구라는 행성이 간직해온 광대한 이야기가 책 안에서 끊임없이 펼쳐진다. 인간의 호기심과 의구심들을 가뿐히 넘겨, 지나온 오래된 이야기들이 이제 다시 우리 곁을 찾아 하나씩 자신의 존재들을 드러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과한 감상이 되는 것일까.

 


책은 큰 범주에서 작은 범주로. 외부에서 안으로 세밀하게 관찰하고 더듬어 탐험해가는 듯한 구성을 갖췄다. 구체적으로 조금만 들여다보자. 태양계에 대한 이야기를 필두로 지구의 대기. 빙하기와 간빙기. 기상현상. 지형과 관련한 이야기. 바다와 호수. 거석 관련 이야기 이외에도 다 거론하지 못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지구를 둘러싼 다양하고 이채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더불어 이번 책 구성의 특징이 백과사전 같은 친절함과 동시에 상세한 설명이 친절하게 다가오는 책이기에, 아마 책을 들고 책장을 넘겨 갈 때마다 독자의 눈과 머리를 끌어들이고 결코 쉽게 놓아주지 않을 법하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가싶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다 거론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고,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몇가지 이야기만 언급해보자. 일단 저자에 대한 생각이 먼저였다. 그는 확실히 지독한 노력형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날개에 짧게 실린 소개를 빌려보자면 저자 김종태는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그 분야가 어느 한쪽으로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는 문학세계문학저널에 등단을 시작으로 달의 미스터리’, ‘화성의 미스터리’, ‘달의 기원. 우주와 행성에 대한 글을 썼으며, 정치 이외에도 다른 분야에 관한 책을 써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읽어갈수록 책을 쓴 이가 당연히 이러한 분야의 전문가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만큼 내용이 전문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던가 보다. 실은 그런 이유 때문에라도 저자의 이력이 더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정보가 그리 많지 않아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다.

 


일절은 그러하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들은 다양한 사진의 수록과 함께 큐알코드에 관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책에는 정말이지 다양한 사진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모두 흑백사진들이다. 가끔 흑백사진 아래 큐알코드가 있어 핸드폰으로 확인을 하면, 정말이지 총천연색의 자연의 신비로운 빛깔과, 놀라운 현상을 감상할 수 있는 순간이 우리 앞에 환영처럼 펼치지기도 한다.그렇게 이 모든 것은 분명 틀림없는 팩트인 동시에 감동으로 다가온다. 살짝 감정이 업 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수고로움을 뒤로 하고 사진을 하나하나 찾아 들여다보노라면 누구나 감동에 겨운 순간을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책을 읽는 초반에 모든 사진을 다 컬러사진으로 바꿔 주세요!하고도 싶었던 소심한 욕심을 반성하며 조용히 내려놓게 되는 계기는 책이 지니는 성실함이었는지도 모른다.

지진이 일어나기 전 전조증상으로 지진구름이 형성된다는 것, 우주선을 닮은 신기하고 요상하기까지한 구름들.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라는 어느 시인의 고백을 연상케? 했던 움직이는 돌 이야기와 더불어 동글동글한 거대한 돌덩이의 스톤 볼 이야기. 칼 세이건의 책에서도 접해봤던 친근한 이야기들. 예를 들면 외계인과의 소통일까? 아니면 알 수 없는 자연의 신비일까?를 고민하게 했던 미스터리 서클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을 듯싶기도 하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에 근거한 기준일 뿐이다.

 


책의 저자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함께 의심하며, 더불어 문제를 인지해 공유하기를 원하는 듯했다. 저자의 근반(近半)을 차지하는 것은 내적 호기심에서부터 출발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번 책은 차곡차곡 여물어가는 저자의 노력에 대한 단단한 결과물이지싶다. 그리고 이제 나는 개인적으로 천천히 그의 또다른 행성 미스터리 시리즈를 만나고 싶은 욕심이 인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을 적으며 마무리해보자. 흑백사진에 대한 아쉬움은 앞서서 이미 보완되었음을 언급했으므로 패스하고, 다만 몇가지. 영어로 된 문장에 가로표기(...) 안에 한글로 번역을 달아주거나, 혹은 각주를 달아주는 섬세함을 보여주는 센스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개인적 사견을 적는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처음에 영어로만 기재되어 있어 일일이 다 뜻을 찾아 적어 읽느라 어울리지 않게 학생 분위기를 만들어보기도 했었던 부분이다. 책 내용 대부분 한글과 함께 가로 안에 영어식 표기가 함께 따라오는데, 이 부분은 그러지 않은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일까? 한글 표기 또는 의미도 함께 언급해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PLASMA GRAVITATIONAL THEORY

->PLASMA GRAVITATIONAL THEORY(그라즈마 중력 이론)p256

WHIRLWIND VORTAX THEORY

->WHIRLWIND VORTAX THEORY(플라즈마와류 이론)p258

EARTH LEY LINES AND GAIA HYPOTHESIS

->EARTH LEY LINES AND GAIA HYPOTHESIS(가이아 근거설)p260

MICROWAVE TRANSIENT HEATING

->MICROWAVE TRANSIENT HEATING(전차파 천이가열론)p261

 

밤바다 풍경이 환상적으로 변하는 이유는 바로 Bioluminesence라고 불리는 현상 때문이다.

-> 밤바다 풍경이 환상적으로 변하는 이유는 바로 Bioluminesence(생물발광)라고 불리는 현상 때문이다.p325

 


각설하고. 마지막 인사는 하고 싶다.

안녕. 지구야. 반가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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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월천예진 > 조선 인민군 우편함 4640

시간이 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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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 (리커버 에디션)
토머스 해리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나무의철학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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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

 


당신이 버팔로 빌을 잡으면, 캐서린을 무사히 구해내면 양들의 울음소리가 그치 거라고 생각하나? 그 양들도 모두 무사해지고 당신도 어두운 새벽에 양들의 울음소리 때문에 깨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클라리스?”-p 321

 


꽤 오래된 이야기이다. 원작이 1988년도에 출간되었고 1991년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이 작품 이후에도 동일 계열의 여러 작품이 새롭게 등장했다가 사라졌을 법도 한데, 여전히 이 작품이 범죄스릴러의 고전이라는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왜일까?

 


영어로 된 제목 역시 양들의 침묵이다. “The Silence Of The Lambs”. 궁금하지 않은가. 왜 양들은 침묵하게 되는지. ‘양들이라는 존재가 상징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또 그런 행동이 주인공과 소설에서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말이다. 실은 그 해답을 글의 서두에 올려 조금은 긴장미가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미리부터 지레짐작은 금물이다.

 


소설의 주된 내용은 연쇄살인 사건과 그 범인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중심 등장인물로는 정신과 의사인 한니발 렉터박사와 FBI 요원 클라리스 스탈링, 그녀의 상사 잭 크로포드 그리고 범인으로 집약해볼 수 있다. FBI 교육생인 스탈링은 크로포드에 의해 사건에 직접 뛰어들게 된다. 피해자를 살펴보고 사건 주변을 탐문하며, 한단계 한단계 범인과의 거리를 좁혀가게 된다. 그녀의 행보에 결정적 단서, 내지는 조언을 주는 이가 정신과 의사이자 인육을 뜯어 먹는? 살인범의 신분이라는 설정은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감옥에 갇혀있는 렉터박사라는 인물 말이다. 렉터 박사와 클라리스 스탈링은 범인을 잡기 위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관계를 만들어간다. 흔히 하는 말을 빌려보자면 이런 걸 두고 밀당이라고 하는 건가. 이를테면 말이다. 뭔가 집요하고 심오한 감정선이 느껴지는 대목이 자주 등장한다. 박사는 스탈링의 유년 시절의 상처를 들여다보기를 원하고, 스탈링은 박사로부터 범인의 심리상태와 범죄행태와 같은 중요한 정보를 얻고자 한다. 왜 하고많은 동물 중에서 양이 등장하는가를 궁금해하는 독자가 있다면 렉터와 스탈링의 이 대화가 등장하는 대목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그 답안에 어느정도 접근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양. 그리고 또 상징의 의미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아마 피해자의 목 안 깊숙한 곳에 박혀 있는 번데기가 아닐까 싶다. 지난 주 어느날이었는지 딸 아이가 문득 했던 말이 양들의 침묵이라고 했는데, 왜 표지에 나방이 등장하는가?’였다.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었던 것 같다. 나방을 운운하기 전 우리는 먼저 번데기에 시선을 맞춰야 한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번데기는 범인을 따라가는 데 중요한 표식과 같은 역할을 하는 동시에, 심리적으로도 많은 의미를 담아내고 있는 대상이다. 소설에서 렉터 박사는 갈망이라는 표현을 통해 범인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해석하는 대목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번데기 역시 그 안에 포함될만한 소재 중 한 가지가 아닐까. 이쯤에서 질문을 하나 해보고 싶어진다. 소설을 접한 당신은 번데기의 상징적 의미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학생시절 작품 분석 시간에 우연치 않게 이 작품을 들여다보던 시간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일이라 당시 무슨 생각을 가지고 어떤 주제로 작품을 분석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강의 시간 내내 학생 전체를 난감함의 끝으로 몰아가던 여 교수의 얼굴이 흐릿하게 기억난다. 그 순간 교수는 범인의 행동에 중심을 두고 있었다. 왜 범인이 그런 범죄를 시작하게 되었을까. 아마도 그런 의미의 질문들이 쏟아졌던 것이었을까.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 이론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이야기가 언급되면서, 비로소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던 질문의 변곡점이 시작되는 순간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우리는 범인을 중심으로 분석했던 게 맞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나는 다시 동일 작품을 마주하고, 범인이 아닌 클라리스 스탈링을 중심으로 작품을 분석하고 싶은 새로운 욕심에 허덕이고 있다. 또 한 사람. 한니발 렉터.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은 인물 렉터는 마치 신과 같은 존재이지만, 그 역시 망가진 신이라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 구부러지고 뒤틀려버린 신.

 


오이디푸스 콤플레스 혹은 성적 도착증에서의 성적 가학이나 물품 음란증?(네이버 참조)이 이 소설이 다루고자 하는 것의 다는 아닐 것이다. 망가진 신이 들여다보기 원하는 개인의 상처와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 그러한 개인의 욕구와 열정이, 현재에 어떻게 반영되어가는 가에 대한 것들가지 더불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은 순간이다.

 


양들의 침묵은 일시적인 것이다, 라고 했던 렉터 박사의 말은 이를테면 이 작품이 연작이 될 것이다, 라는 것에 대한 암시일 수도 있다. 실제로 작가는 그 뒤로 작품을 더 냈다. 그러나 스탈링이라는 개인적인 측면에서 보면 작품 안에서 그녀의 상처가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다가온다는 생각도 든다.

 


쓰다보니 정신이 없다. 마구잡이로 늘어놓기만 하니 주워담을 기운이 소진된 듯하다. 이제 그만 마무리를 해야 한다. 오랜만에 몰입할 수 있었던 책이라 반가웠던가보다. 또 오랜만에 색색들이 포스트잇까지 붙여가며 정성들여 읽었던 책이라 애착이 꽤 갈 듯도 싶다. 못다한 이야기가 너무 많지만 여기서 줄인다. 일절만 하자. 길어지면 집중력이 떨어지니까. 나이 탓이겠지만 그런건 기꺼이 받아들일 일이다.

 

 

 

 

 

 

 

The Silence Of The Lam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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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반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78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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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몬드

 


딸이 권해준 책이었다. 반년 전인가. 일년 전이었을까. 읽기까지 시간을 끌었던가보다. 그저 다른 책이 더 급급했었는지. 아니면 뭔가 삐딱한 심리가 작용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이의 설명을 들어보니 꽤 유명한 책이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아주 오래전 학부모 도서 모임 중 한 팀에서도 이 책을 선정 도서로 정했던 기억이 생각난다.

왜 모두가 이 책에 열광해온 것일까. 지금도 여전히 이 책이 베스트 반열에 오르내리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까닭인즉, 워낙 베스트 관련한 정보에 신임을 두지 않는 탓이기도 하지만, 타인의 무차별적인 관심이 사그러질 때까지 기다리고 싶은 못된 심뽀가 작동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인간의 두개골 안에는 아몬드 모양을 닮았다는 조직이 있다고 했다. 그것을 편도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인간의 감정에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 듯한 이 작은 조직? 아니 이 기관이 소설의 중심 소재가 된다. 작가 손원평이 인간의 뇌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기관인 편도체를 소설 속으로 끌어들인 것은, 신의 한수 같은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으로 인해 한 명의 중심 인물이 탄생하고, 주변 인물들이 생겨나며, 소설이 확장될 수 있는 계기를 창조해냈기 때문이다.

 


소설은 청소년 대상의 소설이다. 주인공도 소년이고 친구들도 그 또래다. 그들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어떤 측면에서는 그렇다. 주제를 포함해 소설에서 표현되는 상황설정과 인물들이 사유하는 정신세계, 혹은 그들만이 공유하는 언어적 표현까지 모든 것들이 한데 모여 소설에서 얼마나 잘 어우러지는가를 중요시한다. 더불어 가끔은 그 이상의 것까지 확장해서 생각해봐야 할 순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말이다. 가끔 자신도 모르게 작가가 창조해낸 하나의 덫에 빠져드는 건 아닌가, 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다시 말해 소설이 일찌감치 제시하고 있는 유연한 제한성에 갇혀버리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 대상의 소설이라는 대중적 프레임은 되려 작품의 특성을 일찍부터 제한함으로써, 폭넓게 확장될 수 있는 여지를 미리 차단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것이 안타까움으로 작용되는 건가? 아니다. 그냥 혼자만의 생각이다.

 


한편으로는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끌어내기 위해 폭력을 묵시하는 현실 사회의 모순적 이미지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다. 비슷한 시절?을 살아가는 딸은 이런 주장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게 왜 이상한가? 모두 다 그러고 살아가는데.

과연 그럴까. 책 속에는 묻지 마 폭력을 포함한 사회적 폭력. 학교 폭력. 가정 폭력 그리고 이 모두를 묵과하는 대중의 무관심이라는 폭력이 혼돈되어 있다. 각각의 폭력 안에서 폭력에 무심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도 아이러니겠지만, 또 생각해보면 이러한 상황에서조차 감정을 배우고 느끼며 공감하면서 긍정적으로 성장해간다는 스토리 또한 아이러니한 부분이기도 하다.

마지막 결론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았을 때, 나는 그런 말을 했었다. 어쩌면 편도체는 처음부터 문제가 없었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저 조금 작았을 뿐이었을 문제를 타인과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정상이다, 비정상이다. 라는 개념을 너무 쉽게 판단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 아이는 잘 못 되었던 것이 아니라, 그렇게 보여지고 다만 어른들의 시각에서 그 입장에 알맞게? 길러졌던 것은 아니었을까.

 


딸은 그마저 반론을 제기했다. 남들보다 크기가 다른 것도 정상은 아니지 않은가? 고집이 센 사춘기 아이의 주장은 늘 날카롭다. 그나마 내 마음을 풀어줄 만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중얼거려준 건 매우 고마운 일이다. 이를테면 소설 속 이야기처럼 어린아이의 경우에 시간이 갈수록 다양한 변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변화를 예측해야 한다는 말과 같은 내용이 그렇다.

 


각설하고, 아몬드를 통해 생각해봐야 했던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성장소설이라는 거대한 틀 안에 묻혀버리기에는 깊이 생각해볼 요소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제일 먼저 언급해볼 일이다. 또한 바로 그런 까닭으로 인해 이 소설이 갖는 한계성 또한 함께 토론해볼 만한 여지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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