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반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78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아몬드

 


딸이 권해준 책이었다. 반년 전인가. 일년 전이었을까. 읽기까지 시간을 끌었던가보다. 그저 다른 책이 더 급급했었는지. 아니면 뭔가 삐딱한 심리가 작용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이의 설명을 들어보니 꽤 유명한 책이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아주 오래전 학부모 도서 모임 중 한 팀에서도 이 책을 선정 도서로 정했던 기억이 생각난다.

왜 모두가 이 책에 열광해온 것일까. 지금도 여전히 이 책이 베스트 반열에 오르내리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까닭인즉, 워낙 베스트 관련한 정보에 신임을 두지 않는 탓이기도 하지만, 타인의 무차별적인 관심이 사그러질 때까지 기다리고 싶은 못된 심뽀가 작동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인간의 두개골 안에는 아몬드 모양을 닮았다는 조직이 있다고 했다. 그것을 편도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인간의 감정에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 듯한 이 작은 조직? 아니 이 기관이 소설의 중심 소재가 된다. 작가 손원평이 인간의 뇌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기관인 편도체를 소설 속으로 끌어들인 것은, 신의 한수 같은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으로 인해 한 명의 중심 인물이 탄생하고, 주변 인물들이 생겨나며, 소설이 확장될 수 있는 계기를 창조해냈기 때문이다.

 


소설은 청소년 대상의 소설이다. 주인공도 소년이고 친구들도 그 또래다. 그들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어떤 측면에서는 그렇다. 주제를 포함해 소설에서 표현되는 상황설정과 인물들이 사유하는 정신세계, 혹은 그들만이 공유하는 언어적 표현까지 모든 것들이 한데 모여 소설에서 얼마나 잘 어우러지는가를 중요시한다. 더불어 가끔은 그 이상의 것까지 확장해서 생각해봐야 할 순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말이다. 가끔 자신도 모르게 작가가 창조해낸 하나의 덫에 빠져드는 건 아닌가, 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다시 말해 소설이 일찌감치 제시하고 있는 유연한 제한성에 갇혀버리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 대상의 소설이라는 대중적 프레임은 되려 작품의 특성을 일찍부터 제한함으로써, 폭넓게 확장될 수 있는 여지를 미리 차단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것이 안타까움으로 작용되는 건가? 아니다. 그냥 혼자만의 생각이다.

 


한편으로는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끌어내기 위해 폭력을 묵시하는 현실 사회의 모순적 이미지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다. 비슷한 시절?을 살아가는 딸은 이런 주장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게 왜 이상한가? 모두 다 그러고 살아가는데.

과연 그럴까. 책 속에는 묻지 마 폭력을 포함한 사회적 폭력. 학교 폭력. 가정 폭력 그리고 이 모두를 묵과하는 대중의 무관심이라는 폭력이 혼돈되어 있다. 각각의 폭력 안에서 폭력에 무심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도 아이러니겠지만, 또 생각해보면 이러한 상황에서조차 감정을 배우고 느끼며 공감하면서 긍정적으로 성장해간다는 스토리 또한 아이러니한 부분이기도 하다.

마지막 결론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았을 때, 나는 그런 말을 했었다. 어쩌면 편도체는 처음부터 문제가 없었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저 조금 작았을 뿐이었을 문제를 타인과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정상이다, 비정상이다. 라는 개념을 너무 쉽게 판단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 아이는 잘 못 되었던 것이 아니라, 그렇게 보여지고 다만 어른들의 시각에서 그 입장에 알맞게? 길러졌던 것은 아니었을까.

 


딸은 그마저 반론을 제기했다. 남들보다 크기가 다른 것도 정상은 아니지 않은가? 고집이 센 사춘기 아이의 주장은 늘 날카롭다. 그나마 내 마음을 풀어줄 만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중얼거려준 건 매우 고마운 일이다. 이를테면 소설 속 이야기처럼 어린아이의 경우에 시간이 갈수록 다양한 변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변화를 예측해야 한다는 말과 같은 내용이 그렇다.

 


각설하고, 아몬드를 통해 생각해봐야 했던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성장소설이라는 거대한 틀 안에 묻혀버리기에는 깊이 생각해볼 요소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제일 먼저 언급해볼 일이다. 또한 바로 그런 까닭으로 인해 이 소설이 갖는 한계성 또한 함께 토론해볼 만한 여지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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