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찾는 지도자의 자격
김경록 외 지음, 한성환 엮음 / 꿈결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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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예순 두 번째 서평

역사에서 찾는 지도자의 자격

 

지도자가 되기까지...

 

마지막 서평을 쓴지 한 달이 지났다. 공백이 길다. 아직도 이 공백은 여전히 진행형이긴 한데, 손을 놓고 있다고 해서 큰 이득이 오는 것 같지도 않고 공안 사범인양 쫒기듯, 한달 내내 나는 자주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서성거렸던 것 같다. 어디에 안주하지 못하고 늘 그렇듯이 책 봐야 하는데, 서평 써야 하는데, 라는 똑같은 부담감에 휘둘리며 줄곧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사이에 첫눈도 내렸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선도 끝이 났다. 지구가 태양의 주변을 쉬지 않고 도는 것을 공전이라 했던가. 스스로 도는 자전의 힘을 빌려 공전도 하고 그 덕분에 날이 가고 달이 가는 경이로움을 느끼는데. 매번 느끼는 것이긴 하지만 대선 때마다 나는 지구의 자전과 공전의 움직임을 멈추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무심하면 한없이 무심할 일이고, 격심하게 들어가면 새벽내 속이 쓰린 일이다. 형편을 떠나 하나의 사회에서 대표자를 선택하는 일은 결국 극도의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이 과거의 어느 한 시기의 모습 역시 지금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는 점일 것이다.

 

출판사에는 한없이 미안한 일이지만 책을 받은 지 한 달이 더 지났다. 대선이 있기 전에 이미 게으른 내 책상위에 안착했는데, 서툰 투망질 하나를 던져본다면 대선과 맞물려 책 출간의 의도가 슬몃 드러난다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책은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역사라는 거대한 틀 안에 존재하는 인물들 중에 요즘말로 리더십을 갖고, 많은 이들을 대표할 수 있는 대상을 선정하는데서 그 첫 단추를 그려가고 있다. 그들의 정치적 혹은 인간적 배경과 시대 흐름을 살펴보는 취지를 갖는 것은 솔직히 현실적인 요소와의 연계성을 부정할 수는 없는 일 같다.

첫 번째 주자는 선덕여왕이다. 그 외 고려의 왕건, 정도전, 조선의 세종과 조광조 영조와 정조. 근대시대의 김구의 이름을 차례대로 호명하고 있다.

내용면에서는 특별히 어렵거나 지루한 면 없이 쉽게 잘 읽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은 먼저 각각의 인물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리더의 자리에 오르게 되는 특수한 정치적 상황과 그 속에서 두각 되는 일인 혹은 개인과 집단의 정치적 관계를 포괄적으로 보여준다. 주변국을 포함해 당대의 현실이 보여주고 있는 다양한 암투는 과거와 현대라는 시대상을 떠나서 보편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데 재미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를테면 한 명의 한 명의 리더가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기까지 이어져왔던 각각의 정치적 성향의 대립과 반목은 그 모습 그대로 현대로 옮겨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정도로 서로간의 닮은(?) 면모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책은 독자에게 역사적 흐름을 따라 과거와 현재라는 상황을 비교하면서 볼 수 있는 일종의 시대와 정치흐름이라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셈이다.

구성면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각각의 내용 말미에는 토론을 덧붙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일반적인 평가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각의 평가가 필요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역사적 인물을 바라보는 식견은 관점에 따라 다양할 법하다. 선덕여왕이 왕권에 오르기까지의 환경, 왕이 된 이후의 역량에 대한 평가라든지, 조광조에 대한 평가 역시 이에 대한 관점의 범위에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딴은 삼국시대의 선덕여왕과 근대이후의 김구라는 인물의 선정이 신선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개인적인 여담을 하자면 이런 것들이다. 선덕여왕을 첫 선두두자로 내세운 효과가 있었을까. 대한민국의 첫 여섯 대통령이 당선됐다. 그렇게 본다면 당선자는 책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

역사는 한 개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지구가 자전을 하고, 태양을 그리워하며 공전을 하고 해를 넘기는 것은 비단 지구과학의 원리를 떠나서 나름의 의미가 존재하는 심오한 가치의 일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정치를 하기를 원하고, 지도자라는 이름을 얻고자 하는 이들은 그들의 손으로 역사를 변화하는데 역점을 둘 것이 아니라, 순응하고 순화하는 과정에서 얻고자 하는 것의 방향을 잡아갔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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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 - 시대가 만든 운명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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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예순 한 번째 서평

정조시대와 정약용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이덕일

이덕일과 정병설의 대립되는 논지를 접한 이후 이덕일의 책을 바라보는 시선의 어떤 관점이라고 할지, 소소하지만 개인적인 기준이 꿈틀하는 것을 느낀다.

그간의 이덕일의 저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몇 권 접하지 못한 까닭에 함부로 거론하기는 어려운 문제이겠지만, 적어도 사도세자를 중심으로 한 시기의 이덕일과 정병설 각각의 이론과 주장의 충돌은 여전히 허탈한 이미지로 남는 듯하다.

이번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은 개정 증보판이다. 1.2권중 1권만 접했다. 책에 대한 기대치는 무엇보다 정약용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접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데서 출발했었다. 그러나 기실 이번 책도 정약용이라는 한명의 인물이 중심이 아닌, 정조와 정조시대를 아우르며 이어지고 있는 전대의 영조와 사도세자 노론과 소론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인식을 받게 된다.

정약용이라는 인물이 정조시대의 인물이라는 점 또한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듯하다. 늘 날선 공세로 뜨거운 시대(사도세자와 정조시대)를 격론함에 있어, 굳이 다양한 시대와 인재를 대신해서 원점으로 회귀하듯 정조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정약용을 거론하고 있는 저자의 선별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왜 정약용을 이야기하기로 했던 것일까. 결국 저자는 영조와 정조 시대를 쥐고 흔들었던 사상적 이합이 가져오는 무리의 충돌과 그들의 시대상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어떤 주제로 접근하든 도착점에서 만나게 되는 결론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말이 된다.

이 역시 저자의 의도된 결과일까. 딴은 지금까지 봐왔던 책에서 보고 느꼈던 것들과 비슷한 시각에서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듯싶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정약용과 그의 가문이 천주교와의 관계를 통해 일개 개인이 아닌 가문의 수난과 몰락의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해서 주의를 기울이며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책을 쓰는 저자에게도 관점이 있듯이 책을 읽어내는 이에게도 관점은 존재한다. 물론 내가 어떤 관점으로 책을 읽어내는가에 따라 그 해석이 달라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책을 읽기 위해 준비했던 관점은 천주교였을까.

처음 시선을 잡는 이야기가 천주교와 관련한 정약용을 거론하는 부분이기에, 이 부분에서는 작가적 의도에 개의치 않은 조선의 실학자 정약용과 종교라는 측면으로 곧바로 접근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일예를 들면 어떤 의도된 정치편향(현대적 노, 소론의 시각)의 성향을 벗어나 새로운 소재로 정약용을 읽어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당대 시대적 배경과 흐름을 간과하기 어려웠던 것일까. 책은 다시 노론과 소론의 치열하고 냉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야기는 천주교 이야기를 시작으로 하다가, 다시 정조 시대의 정치와 각각의 당이 갖는 힘겨루기 모습을 자주 언급한다. 그럴 때 정약용을 어디에 있었을까.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부의 이야기에서는 노론의 견제를 받으며 임금인 정조와의 군신 관계를 돈독히 하는 정약용의 모습이 언급된다. 실질적으로 화성축조와, 정조의 부친 사도세자와 관련한 일화를 소개하며 정약용이 당대 정치선상에서 어느정도의 위치에 있었는지 파악할만한 정황을 보여준다.

그러는 와중에 다시 천주교 이야기가 시작되고 반복된다.

그런 까닭에 책은 천주교와 정약용이라는 하나의 정해진 관점이 아닌, 정조 시대의 천주교와 관계했던 정약용을 이야기하는 책으로 해석하면 좋을 듯하다.

정조 원년 정조 9년. 혹은 정조 17년. 정조의 재임 시기에 따라 각 년도에 부각되는? 혹은 역사에 기록된 사건들을 순차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듯하다.

나는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 천주교를 중심으로 한 조선의 실학자 정약용 일가의 이야기라는 메리트는 어찌보면 늘 반복되고 있는 이 시기의 정치적 논거에 의해 그 힘의 기운이 한쪽으로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면, 일개의 오만함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게 되는 것일까.

솔직히, 정조는 그렇다고 치고 또 약간의 당대 정치 흐름의 배경설명이야 필요 불가불 한 일인지라 수긍은 하겠지만, 늘 같은 자리를 맴도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에는 책을 읽어내는 내 식견이 부족한 것인지. 같은 내용을 이리저리 소소한 소재의 변화로 접근하는 접근성의 문제점인지 잘 모르겠다.

사람을 대할 때나 책을 접할 때 무엇보다도 이전에 지녔던 선입관을 버려야 함이 마땅한 일인데, 그러지 못하는 듯해서 스스로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솔직히 말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역사를 대하는 인식이 그 오래된 역사적 관점에 의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왜 아직도 이것을 뛰어넘지 못하고 한 곳에서 힘겹게 격론을 이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감이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넋두리 역시, 편향성이 짙어 보이기는 하다. 책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책이 갖는 시대적, 정치적 혹은 사변적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으니 말이다. 각설하고, 몇 가지 아쉬움 속에서도 천주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서 배우고 담아감에 감사한 일이다.

이 역시 조선과 천주교 역사에 관련된 책을 읽고 나면 노론과 소론 위주의 관점이 아닌, 오롯하게 세계 천주교 포교라는 측면에서 실학과 연계한 조선의 천주포교와 박해 및 그 영향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려놓을 것은 좀 내려놓고, 새로 얻고자 하는 것은 가리지 말고 두더지마냥 찾아보고 싶은 욕심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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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의 친전 -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차동엽 지음 / 위즈앤비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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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예순 번째 서평

김수환 추기경의 친전-차동엽

 

우리시대의 파수꾼을 기억하다

 

책은 김수환 추기경의 육필원고와, 추기경이라는 신분이 상징하듯 종교인의 성찰과 고뇌가 실렸다. 때때로 종교인이 아닌 평범한 한 사람의 인간적인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는데, 성직자의 얼굴이든, 평범한 이웃 할아버지의 얼굴이든 낮은 곳으로 임하는 순간조차 뜨겁게 열정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던 그의 삶에 대한 진솔한 보고서이기도 하다.

저자 차동엽은 추기경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 번 세상이 그를 생각하고 기억하기를 바랐던 것일까. 그가 남긴 이야기를 통해 세상이 새롭게 위로받기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2009년 2월 추기경의 육신의 생이 다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하느님께로 돌아가 편안한 안식을 만끽하는 한순간이 지나갔지만, 세상의 사람들은 추기경을 그리워하며 그를 떠나보내기를 주저했다.

추기경의 소식을 접하고 한동안 우울한 느낌이 들었던 까닭은, 한해 전 소설가 박경리 선생이 생전의 자리를 훌훌 털고 떠난 사실 때문이기도 했을 법하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2008년에 박경리 선생, 2009년에는 김수환 추기경. 그리고 몇 해 뒤인 2011년 박완서 선생까지 신께서 예비하신 곳으로 떠나으니, 그 무렵 믿고 의지할만한 어른들의 부재가 더 절실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기억하는 추기경 그는 명동성당의 파수꾼이었고, 성당 앞 자잘한 계단 위에서 농성을 하던 많은 이들을 위해 대변인 역할을 해주던 든든한 아버지와 같은 이미지다. 학생운동이 한참 헤드라인 뉴스에 소개될 시기에, 텔레비전 화면은 언제나 명동성당을 클로즈업 하곤 했다. 거칠었던 80년대가 지나고 90년대가 되면서 예전처럼 언론과 여론 사이에서 시끄러워지는 일들은 전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명동성당은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을 내치지 않았던 것을 기억한다. 낡은 천막과, 초췌한 사람들, 하얀 바탕에 붉은 글씨로 써내려간 가열한 구호들.

어느 해.... 누군가는 종교가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지만, 끝까지 버텨내야 했던 마지막 바리게이트 역할을 기꺼이 감당해주던 성당에는 바로 추기경이 있었기 때문에 그 모든 일들이 가능했었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

 

책속에는 추기경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그가 생각하는 인간에 대한 예의. 그리고 가장 숭고한 사랑에 대하여. 혹은 정치관에 대한 이야기가 진솔하게 그려져 있다. 그가 비단 성직자의 신분이기 때문에 사회의 부조리를 외면할 수 없었던 점도 당연한 일이겠지만, 어쩌면 스스로가 형명가가 되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통해 고백했던 것 처럼 추기경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달구어졌을 또 다른 의식의 한 면모가 있었기에 그는 스스로를 더 강하게 이끌며 나아갈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저자 차동엽이 말했듯이 그는 혁명가 보다는 역시 신부가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신부가 되면 혁명가보다 더 큰 혁명을 할 수 있어!” 바로 이런 뜻이었다. 그리고 김 추기경은 당신의 생애로 이 패러독스를 입증하였다. (125p)

 

외유내강. 책을 통해 추기경의 분위기나 추기경을 통해 전해주는 느낌이 바로 외유내강의 이미지와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 속에서 빛을 내는 좋은 글들이 많이 있지만, 그 중 한 가지를 기록한다.

 

-외적으로 어려울 때일수록, 내적으로는 더 심화되고

‘마음의 문’이 열려서 인생을 더 깊이 볼 수 있다

지금이 만약 시련의 때라면 오히려 우리 자신을

보다 성장시킬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하라.

어떤 고통도 겪지 않은 인간, 고독도 슬픔도 겪지 않은 인간은,

사실 존재하진 않겠지만, 있다면 그런 인간은 무미건조 합니다.

인간의 깊이도 없고 향기도 없습니다.- 61p

 

기회가 된다면, 다큐멘터리 성격의 객관적 시선에서 쓰여진 추기경에 대한 책으로 다시한번 그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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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라디오 동의보감 - 3분 만에 들려주는 오늘의 한방치료 MBC 라디오 동의보감 1
조기호 지음 / 부광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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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쉰 아홉 번째 서평

라디오 동의보감-조기호

아는 만큼 건강해진다.

 

 

 건강해야 오래 산다는 말이 맞는 말일까? 바닥에 뭐 칠할 때까지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기분 좋은 비약일까. 아니면 암울한 히스테리에 불과한 것일까. 평균 백세시대가 곧 온다는 말은 이제 가상의 현실이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3-40년만 더 사시오, 라는 말보다는 100세까지 사시오, 라는 말이 더 솔깃하게 들리지 않을까. 인간의 세포는 얼마정도 재생이 된다 하지만, 기존세포 자체의 노화 현상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서양의학이나 한의학의 도움을 받아 질병의 치료와 함께 생활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은 과거와 현재를 거쳐 미래에까지 줄곧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비단 긍정의 비약이라든지 암울한 히스테리의 결과에 기인하는 것이라 한들, 어쨌든 생존을 비롯한 삶의 진솔한 가치추구는, 달리 그 어떤 것을 빗댄다 한들 비교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책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조기호의 <라디오 동의보감>은 모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익숙한 기억으로 자리한 방송내용을 책으로 새롭게 편집한 것이라고 보면 좋을 듯하다. 근간에는 난청지역에 사는 까닭에 부득 라디오를 접할 기회가 없었지만, 십여 년 전께는 버스에서 친절하신 기사님 덕분에 늘 이 방송을 접했던 기억이 있다. 차분하면서 가볍지 않았던 목소리, 방송 시작할 때마다 들렸던 <라디오 동의보감>만의 오프닝 음악도 아직 친근하다.

 

 인간은 태어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질병을 앓게 되는 것일까. 어떤 이는 평생 죽을 때까지 모르고 갈만한 질환도 있을 테고, 혹 어떤 이는 책 속에 소개된 증상의 50프로 정도쯤 경험할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사실상 이 많은 질환을 경험하기에는 인간의 수명이 그다지 길지 않아 보일 정도로 조기호의 <라디오 동의보감>편에서는 정말 무수히 많은 질병(질환)과 그에 맞는 한방처방을 소개하고 있다.

 

 비교적 우리에게 익숙한 질환에서부터 시작해서, 생소한 것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면서도 꼼꼼하게 분석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서술되고 있는 것이 책의 장점일 것이다. 하나의 질환을 소개하고, 질환의 특성을 비교 분석하는데 있어 비슷한 다른 질환과 혼돈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가려내기에 더욱 신중하게 병을 읽어내고 치료해야 하는 것을 강조한다. 기본적인 틀은 비교적 간단하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먼저 질환을 제시하고 각각의 질환에 맞는 한방처방(약재와 침술)을 내리는데, 이 과정에서 처방에 들어가는 약재와 이러한 약재 하나하나의 특성과 효능 및 효과까지 정리하고 있다.

단순하게 목감기나, 배탈이나 수족냉증을 비롯해서 남성불임이나, 미병(의학적 근거 없이 아픔을 호소하는 질환)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공황장애나 우울증까지 동양의학인 한의학의 적응도는 그 한계가 없어 보인다.

 

 책을 통해 느낀 점은 아마도 이런 것들이 아니었을까. 서양의학에 대중화에 살짝 지위를 좁혀가야 했던 한의학이 기실은 뿌리 깊은 전통의 견고한 학문으로 폭넓은 대중화에 힘쓰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 첫 번째요. 생각 외로 한의학이라는 분야가 서양의학 못지않게 매우 포괄적이면서도 각각의 상황에 맞는 전문성을 갖추었다는 것을 새롭게 인지하게 된다는 것이 두 번째 요지가 될 것 같다.

한의학에서도 외과적 치료분야가 있었다는 점, 서양의학의 예방주사와 비슷한 예방치료와 함께 면역력증강을 위한 차원에서 기존의 알고 있었던 한의학의 인식을 달리하게 된 부분이기도 하다.

 

 책은 일반 대중들에게 질환에 대한 한방의 적응도를 소개하면서 한의학의 가치를 새로이 보여주려는 저자의 책임감이 담겨져 있는 듯하다. 다만 일반인이 임의로 한약재를 구입할 때의 문제점이나,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처럼 얕을 선지식으로 한의원에 몸담고 계시는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라는 심심한(^^) 노파심 하나가 생겨난다.

역류성 식도염과 안구건조증과 안염증, 겨울만 되면 운신하기 어려운 내게도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책일 듯싶다. 일절하고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은 정말이지 포기하기 어려운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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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중고차 사기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것들
이일구 지음 / 참돌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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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쉰 여덟 번째 서평

중고차 사기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이일구

 

백전백승으로 가는 길

 

 

사람들이 왜 책을 읽는가 물어볼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름대로 거창한 이유를 어딘가에서 찾아 읊어주고도 싶은 생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부분 나는 생각나는대로 그냥 중얼거리며 눈웃음을 흘린다.

오래전 어느 시에서 그런 문구를 본적이 있다. (왜 사냐고 묻는다면, 그냥 웃는다 했던...)

 

나는 모 퀴즈 프로그램에 나왔던 어떤 이들처럼 활자 중독도 아니고, 일 년에 몇 백권씩 책을 읽어야 직성이 풀린다는 그런 부류의 사람도 아니다. 다만 책을 읽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말할 뿐이다. 물론 어떤 지적인 호기심의 충족이라는 차원에서라도 책은 말할 것 없이 좋은 친구이다. 생각하면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다시 또 생각하는 일. 생각이 수없이 많아질수록 그 과정에서 걸러지는 것들이 있다. 무언가를 걸러낸다는 것 또한 자신만의 힘이 아닐까. 요지는 이런 것들이다. 책은 가리지 말고 다양하게 읽어볼 일이라는 사실.

 

 

이일구의 중고차 이야기는 자동차 딜러로 일하는 저자가 독자에게, 혹은 중고차를 구매하고자 하는 미래의 소비자들에게 솔직하고 또는 정직하게 써내려간 중고차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실상 중고차 매매시장에 갈 때 이 책 한권을 들고 간다면 든든한 아군을 얻은 셈 쳐도 괜찮다 싶은 생각이다.

저자는 중고차 시장의 구조와 조직 체계에서부터 시작해 그 안에서 하루를 바쁘게 일하는 많은 이들의 모습을 소개한다. 사람들이 흔히 막연하게 단순한 시각으로 바라보며 생각하는 딜러의 세계를 조목조목 해부하기도 하고, 그 안에서 성행하는 각종 비리를 비롯해서 소비자가 꼭 알아두어야 할 것들을 저자의 실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는데, 이쯤 되면 폭로 아닌 폭로전일 수도 있겠다.

 

딜러들의 시각에서는 그다지 달갑지 않은 일인 동시에,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이게 웬 떡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알짜배기 유익한 정보가 알알이 모여 있다.

딜러와의 상담에서 어떤 방법으로 우위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지 이를테면 상담의 노하우가 실렸는가 하면, 사고가 난 차 혹은 침수차 등등 문제가 있는 차의 식별하는 법까지 꼼꼼하게 수록한다. 책 속에는 서울과 지방을 구분해 인터넷 시장을 비롯해 오프라인에서 형성된 거대 자동차 매매시장의 장단점과 저자의 관점에서 추천할만한 요소들을 귀띔해주기도 한다.

특별히, 중고차를 사기 전에 시운전의 중요성과 이때에 체크해야 할 것들을 정리해준 것과 더불어 중고차 계약 직전 확인해야 할 것들을 정리한 부분은 실생활에서 중고차 매매 과정에서 많은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뒷부분에서는 중고차를 매도할 때 주의사항도 함께 실렸다.

 

 

결혼하고 우리 부부의 첫 애마는 사고차량을 수리했던 자주색 프라이드 중고차였다. 사고차는 사지 말라고 했던 말도 들었지만, 어쨌든 우리 형편에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았던 차였다. 물론 상처투성이의 우리의 첫 애마는 틈만 나면 골골해서 정비소 출입이 잦았고, 그때마다 직원들한테 들었던 소리를 한결같았다. 이제 고만 바꾸시지요...

남편은 첫차를 3년 가까이 타다가 다른 차로 바꿨다. 우리가 처음 매매시장에 갔을 때 만났던 이들, 계약을 할 때 사무실 분위기, 어지럽게 부산스러웠던 사람들, 시끌시끌했던 소음들, 오래되고 찌든 담배냄새와 혹은 밖에서 지금 막 들러붙었을 매캐한 연기냄새가 진동했던 순간들, 사람들이 손바닥 만한 작은 쪽지 뭉치를 들고다니며 여기저기 정신없이 전화를 했던 모습들이 오롯하게 기억난다. 책을 읽다보면 그날 남편과 내가 보고 느꼈던 것들이 그대로 그려져 있고 각각의 상황에 대한 이유가 같이 실렸다.

 

한편으로는 어차피 중고차라는 개념이 자본의 사각지대에 잔존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시장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과 사고 그리고 긍정이든 부정의 요소든지 간에 함께 뒹굴며 흘러가는 하루하루가 모두 소중해보이더란 말이다. 사람 사는 모습은 다르지 않아보인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 했던가. 알고 간다면 실수는 그만큼 줄어들 일이다. 유익한 정보와 함께 저자의 진솔한 면모가 느껴졌던 기분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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