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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중고차 사기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것들
이일구 지음 / 참돌 / 2012년 10월
평점 :
판매중지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쉰 여덟 번째 서평
중고차 사기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이일구
백전백승으로 가는 길
사람들이 왜 책을 읽는가 물어볼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름대로 거창한 이유를 어딘가에서 찾아 읊어주고도 싶은 생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부분 나는 생각나는대로 그냥 중얼거리며 눈웃음을 흘린다.
오래전 어느 시에서 그런 문구를 본적이 있다. (왜 사냐고 묻는다면, 그냥 웃는다 했던...)
나는 모 퀴즈 프로그램에 나왔던 어떤 이들처럼 활자 중독도 아니고, 일 년에 몇 백권씩 책을 읽어야 직성이 풀린다는 그런 부류의 사람도 아니다. 다만 책을 읽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말할 뿐이다. 물론 어떤 지적인 호기심의 충족이라는 차원에서라도 책은 말할 것 없이 좋은 친구이다. 생각하면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다시 또 생각하는 일. 생각이 수없이 많아질수록 그 과정에서 걸러지는 것들이 있다. 무언가를 걸러낸다는 것 또한 자신만의 힘이 아닐까. 요지는 이런 것들이다. 책은 가리지 말고 다양하게 읽어볼 일이라는 사실.
이일구의 중고차 이야기는 자동차 딜러로 일하는 저자가 독자에게, 혹은 중고차를 구매하고자 하는 미래의 소비자들에게 솔직하고 또는 정직하게 써내려간 중고차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실상 중고차 매매시장에 갈 때 이 책 한권을 들고 간다면 든든한 아군을 얻은 셈 쳐도 괜찮다 싶은 생각이다.
저자는 중고차 시장의 구조와 조직 체계에서부터 시작해 그 안에서 하루를 바쁘게 일하는 많은 이들의 모습을 소개한다. 사람들이 흔히 막연하게 단순한 시각으로 바라보며 생각하는 딜러의 세계를 조목조목 해부하기도 하고, 그 안에서 성행하는 각종 비리를 비롯해서 소비자가 꼭 알아두어야 할 것들을 저자의 실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는데, 이쯤 되면 폭로 아닌 폭로전일 수도 있겠다.
딜러들의 시각에서는 그다지 달갑지 않은 일인 동시에,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이게 웬 떡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알짜배기 유익한 정보가 알알이 모여 있다.
딜러와의 상담에서 어떤 방법으로 우위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지 이를테면 상담의 노하우가 실렸는가 하면, 사고가 난 차 혹은 침수차 등등 문제가 있는 차의 식별하는 법까지 꼼꼼하게 수록한다. 책 속에는 서울과 지방을 구분해 인터넷 시장을 비롯해 오프라인에서 형성된 거대 자동차 매매시장의 장단점과 저자의 관점에서 추천할만한 요소들을 귀띔해주기도 한다.
특별히, 중고차를 사기 전에 시운전의 중요성과 이때에 체크해야 할 것들을 정리해준 것과 더불어 중고차 계약 직전 확인해야 할 것들을 정리한 부분은 실생활에서 중고차 매매 과정에서 많은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뒷부분에서는 중고차를 매도할 때 주의사항도 함께 실렸다.
결혼하고 우리 부부의 첫 애마는 사고차량을 수리했던 자주색 프라이드 중고차였다. 사고차는 사지 말라고 했던 말도 들었지만, 어쨌든 우리 형편에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았던 차였다. 물론 상처투성이의 우리의 첫 애마는 틈만 나면 골골해서 정비소 출입이 잦았고, 그때마다 직원들한테 들었던 소리를 한결같았다. 이제 고만 바꾸시지요...
남편은 첫차를 3년 가까이 타다가 다른 차로 바꿨다. 우리가 처음 매매시장에 갔을 때 만났던 이들, 계약을 할 때 사무실 분위기, 어지럽게 부산스러웠던 사람들, 시끌시끌했던 소음들, 오래되고 찌든 담배냄새와 혹은 밖에서 지금 막 들러붙었을 매캐한 연기냄새가 진동했던 순간들, 사람들이 손바닥 만한 작은 쪽지 뭉치를 들고다니며 여기저기 정신없이 전화를 했던 모습들이 오롯하게 기억난다. 책을 읽다보면 그날 남편과 내가 보고 느꼈던 것들이 그대로 그려져 있고 각각의 상황에 대한 이유가 같이 실렸다.
한편으로는 어차피 중고차라는 개념이 자본의 사각지대에 잔존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시장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과 사고 그리고 긍정이든 부정의 요소든지 간에 함께 뒹굴며 흘러가는 하루하루가 모두 소중해보이더란 말이다. 사람 사는 모습은 다르지 않아보인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 했던가. 알고 간다면 실수는 그만큼 줄어들 일이다. 유익한 정보와 함께 저자의 진솔한 면모가 느껴졌던 기분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