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의 친전 -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차동엽 지음 / 위즈앤비즈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 예순 번째 서평

김수환 추기경의 친전-차동엽

 

우리시대의 파수꾼을 기억하다

 

책은 김수환 추기경의 육필원고와, 추기경이라는 신분이 상징하듯 종교인의 성찰과 고뇌가 실렸다. 때때로 종교인이 아닌 평범한 한 사람의 인간적인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는데, 성직자의 얼굴이든, 평범한 이웃 할아버지의 얼굴이든 낮은 곳으로 임하는 순간조차 뜨겁게 열정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던 그의 삶에 대한 진솔한 보고서이기도 하다.

저자 차동엽은 추기경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 번 세상이 그를 생각하고 기억하기를 바랐던 것일까. 그가 남긴 이야기를 통해 세상이 새롭게 위로받기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2009년 2월 추기경의 육신의 생이 다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하느님께로 돌아가 편안한 안식을 만끽하는 한순간이 지나갔지만, 세상의 사람들은 추기경을 그리워하며 그를 떠나보내기를 주저했다.

추기경의 소식을 접하고 한동안 우울한 느낌이 들었던 까닭은, 한해 전 소설가 박경리 선생이 생전의 자리를 훌훌 털고 떠난 사실 때문이기도 했을 법하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2008년에 박경리 선생, 2009년에는 김수환 추기경. 그리고 몇 해 뒤인 2011년 박완서 선생까지 신께서 예비하신 곳으로 떠나으니, 그 무렵 믿고 의지할만한 어른들의 부재가 더 절실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기억하는 추기경 그는 명동성당의 파수꾼이었고, 성당 앞 자잘한 계단 위에서 농성을 하던 많은 이들을 위해 대변인 역할을 해주던 든든한 아버지와 같은 이미지다. 학생운동이 한참 헤드라인 뉴스에 소개될 시기에, 텔레비전 화면은 언제나 명동성당을 클로즈업 하곤 했다. 거칠었던 80년대가 지나고 90년대가 되면서 예전처럼 언론과 여론 사이에서 시끄러워지는 일들은 전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명동성당은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을 내치지 않았던 것을 기억한다. 낡은 천막과, 초췌한 사람들, 하얀 바탕에 붉은 글씨로 써내려간 가열한 구호들.

어느 해.... 누군가는 종교가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지만, 끝까지 버텨내야 했던 마지막 바리게이트 역할을 기꺼이 감당해주던 성당에는 바로 추기경이 있었기 때문에 그 모든 일들이 가능했었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

 

책속에는 추기경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그가 생각하는 인간에 대한 예의. 그리고 가장 숭고한 사랑에 대하여. 혹은 정치관에 대한 이야기가 진솔하게 그려져 있다. 그가 비단 성직자의 신분이기 때문에 사회의 부조리를 외면할 수 없었던 점도 당연한 일이겠지만, 어쩌면 스스로가 형명가가 되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통해 고백했던 것 처럼 추기경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달구어졌을 또 다른 의식의 한 면모가 있었기에 그는 스스로를 더 강하게 이끌며 나아갈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저자 차동엽이 말했듯이 그는 혁명가 보다는 역시 신부가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신부가 되면 혁명가보다 더 큰 혁명을 할 수 있어!” 바로 이런 뜻이었다. 그리고 김 추기경은 당신의 생애로 이 패러독스를 입증하였다. (125p)

 

외유내강. 책을 통해 추기경의 분위기나 추기경을 통해 전해주는 느낌이 바로 외유내강의 이미지와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 속에서 빛을 내는 좋은 글들이 많이 있지만, 그 중 한 가지를 기록한다.

 

-외적으로 어려울 때일수록, 내적으로는 더 심화되고

‘마음의 문’이 열려서 인생을 더 깊이 볼 수 있다

지금이 만약 시련의 때라면 오히려 우리 자신을

보다 성장시킬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하라.

어떤 고통도 겪지 않은 인간, 고독도 슬픔도 겪지 않은 인간은,

사실 존재하진 않겠지만, 있다면 그런 인간은 무미건조 합니다.

인간의 깊이도 없고 향기도 없습니다.- 61p

 

기회가 된다면, 다큐멘터리 성격의 객관적 시선에서 쓰여진 추기경에 대한 책으로 다시한번 그를 만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