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책략 범우문고 229
황준헌 지음, 김승일 옮김 / 범우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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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책략

조선의 개화기인 동시에 열강의 제국주의 흐름 속에서 어지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약소국의 맨모습을 들여다보는 일은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다.

조선책략은 지금으로 치자면 중국의 외교관급의 당시 일본에 주둔하고 있던 청국 공사관 참찬관인 황준헌에 의해 세상의 빛을 보개 된 책이다. 이 책은 조선인에 의해 작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으로 유입된 이후 조선의 대외교 및  정치에 많은 영향과 극단의 파장을 불러오기도 했다는 것을 역사는 기록한다.

당시 러시아의 남하정책으로 가장 경계심이 고조되었던 나라는 조선이 아닌 청국이었다. 때문에 청의 황준헌은 조선책략에서 조선과 청. 일본. 미국등의 나라가 합세하여 러시아를 대적해야한다고 시종 강하고 논리적으로 역설하고 있다
 시대를 바라보는 저자의 정치.  외교. 경제에 관한 안목은 사실 상당히 세밀하고 정확하며 사실적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선이 왜 러시아를 경계해야하는지, 반대여론과 민심에도 불구하고 숙적인 일본과 손을 잡아야하는지, 태평양을 지나 잘 알지도 못하는 이민국인 미국과의 관계형성을 해야하는 이유를 조선을 대변해서 책은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 주장은 조선의 입장이 아닌 청국의 입장을 기반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조선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분명 반대의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요소가 존재하고 있었다.

책의 전체 구성은 중국외교관과 조선의 김홍집이 나눈 필담을 먼저 싣고 있으며, 조선책략의 내용과 마지막으로 이 책에 대한 조선의 반응  중 영남일대에서 올렸던 상소인 영남만인소가 실려있다.

영남 만인소 역시 왜 조선책략에 반대해야하는지 일일이 따져 서술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황준헌의 조선책략과 대조해가며 꼭 읽어볼 필요가 있다.

시대의 흐름을 무시할 수 없었던 조선은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보인다. 얼마전까지  대미, 대북. 위주의 외교를 의식한 중국과 일본의 반응을 봐도 그 옛날 그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그들의 반응에 대처하는 대한민국의 형세 역시 과거의 조선의 대응과 비슷해보이기도 한다 

다만, 중국이 조선책략에서 과소평가에 그쳤던 일본이 훗날 조선과 중국을 침범하는 어두운 과거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뛰어난 안목을 자랑하던 황준헌 조차도 예측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결과적으로 매우 씁쓸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우리는 왜 지금까지도 청의 사신이 남긴 이 외교문서의 성격을 갖는 책을 기억하고 오래도록 읽어왔던 것일까.
책은 분명 당시 세력들의 영향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조선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측은지심이라.
스스로 강하지 못한 자는 자신을 온전하게 지켜내지 못함과 같이 스스로 강하지 못한 나라는 고전을 면치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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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을 위한 개념 과학 150 - 과학 과목이 좋아지는 탐구활동 교과서 교과서 잡는 바이킹 시리즈
정윤선 지음, 김제도 그림, 정주현 감수 / 바이킹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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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을 위한 개념과학 150

-위대한 과학 엿보기-

 

  책이 처음 도착했을 때 솔직히 말하면 아들에게 책을 빼앗겼다. 녀석이 먼저 읽어보고 싶다고 책을 숨긴 채 나를 피해 도망을 다녔기 때문이다. 과학에 흥미가 있는 아이는 잡다한 과학 관련 책을 읽기 좋아하는데, 깊이 있게 읽는 눈치는 아닌 듯하다.

 사실 책 속에는 아이가 좋아할만한 내용이 말 그대로 가득 담겨 있었다. 학교 도서관에서 아이는 학습만화를 자주 접한다. 이제 6학년도 되었으니 학습만화에서 벗어날 만도 하지 않은가, 하고 잔소리를 하면서도 때때로 아이가 엄마에게 풀어내는 과학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학습만화에서 얻어 오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책은 역시 안정적인 구성에 의한 줄글로 된 책이 좋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책 ‘초등학생을 위한 개념과학 500’은 학습만화와 줄글로 된 책이 갖는 두 가지 다른 성향에서 장점만으로 구성된 책이라고 할만하다. 처음으로 이야기할 만한 것은 친밀도가 높은 접근성인데, 각 단원마다 소제목으로 주제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전문 분야에 대한 깊이감과 다양성을 엿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중심이 되는 본문부분에서는 어려운 내용의 과학이론과 과학관련 상식들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는 따분하지 않으면서 상세하고 깊이감 있는 설명으로 주제를 탄탄하게 떠받쳐주고 있어 아이들 수준에 맞게 쉽고 재미나게 풀어나가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런 형식을 갖는 책의 목적은 비단 과학에 흥미가 있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과학을 어려워하고 흥미를 잘 느끼지 못하는 대상의 아이들까지 포함하여 긍정적인 영향을 끌어내는데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어쩌면 제일 중요한 목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행스럽게도 책은 산만하지 않게 잘 정돈되어 있는 편집과 함께 긍정의 효과를 내고 있어 보인다. 과학이라는 학문의 호불호를 떠나 대부분의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읽어볼 수 있도록 친근한 그림과 실제 사진들이 들어가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몰입도를 높이고 있으며, 학생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신뢰감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초등학생을 위한 개념과학’은 학습만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여느 어른들에게도 환영받을 만한 책인 듯싶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이들과 어른들의 만족도를 동시에 채워줄 수 있을 법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책이 아니었으면 미처 모르고 지나쳤을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부끄럽지만 그게 지금의 내 현실이니까. 내가 학교에 다닐 때 배웠던 수산화나트륨이 수산화소듐으로, 요오드 요오드화칼륨 용액이 이름도 부르기 어려운 아이오딘 -아이오딘화 포타슘 용액으로, 나트륨은 소듐으로 메탄은 메테인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새롭게 알았다. 이는 2016년 대한 화학회가 화합물 명명법을 개정한데 따른 것이라는 편집자의 설명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갈 뻔한 일이었다.

 매머드가 코끼리의 조상이 아니었어? 자주 헛갈리는 일식과 월식도 그림까지 그려가며 확실하게 배우고, 아들아이 좋아하는 원자, 분자, 전자, 전류의 개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일기예보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 신생대에 인류의 조상인 영장류의 출현 이외에 무소나 말, 낙타의 조상도 나타났다는 사실은 정말 새로운 사실이었다. 인류 조상의 출현이야 많이 익숙하지만 말, 낙타의 조상까지 돌아볼만한 여유가 어디 있었을까 말이다.

 

  헌데 그 옛날 과학자들은 괜찮은 실험 도구도 없이 오로지 온몸으로 헌신하여 실험을 하였다니,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과학자라는 직업은 정말 ‘극한직업’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실험을 하고, 천둥이 치고 번개가 치는 날 연을 날리고, 일정한 체온을 실험하기 위해 100도가 넘는 곳에 몸소 들어가 실험을 하는 이들의 열정이 지금의 과학을 완성해온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사소함과 가벼움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마무리는 사뭇 숙연해지는 건 어인 까닭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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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의 책 - 수천 년 동안 깨달은 자들이 지켜온 지혜의 서
스킵 프리처드 지음, 김은경 옮김 / 쌤앤파커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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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의 책

-두려워하지 말자. 무엇이든-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런데 가끔은 그것이 실수인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일도 있는 것 같다. 모르고 지나가면 모르는 채 평생을 살고, 그 반대일 경우라고 한다면 실수를 범한 장본인이자잘한 깨달음과 앎이라는 것을 느끼며 살아갈 수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말이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은 실수를 인정하기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받아들이기 어렵고 인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해석한다. 그래서 그건 실수가 아니었다, 라는 식의 변명을 하기도 하고 자기합리화를 통해서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를 바라거나, 그도 아니면 선택적 기억상실이라는 것에 의지하기도 하는 듯하다. 이런 노력? 들이 정말 진정성이 있는 노력들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사람들이 실수에 대한 대처방법을 논한다고 했을 때 아마도 앞에서 열거했던 방법들을 떠올리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내 성격상 실수를 범하는 행위 자체를 싫어해서 가능하면 실수를 하지 않으려 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사람들은 이런 내게 완벽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건 좋지 않다는 충언을 해주곤 했었다. 아이들을 양육함에 있어서 이러한 성향이 아이의 인격형성에 좋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는 선생님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다지 완벽한 인간은 아니고, 또 완벽해지려고 호들갑을 떠는 타입도 아니다. 좀 허술한 것보다는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수준이라고 해두자. 사실 이런 식의 표현 역시 변명에 불과하다. 책에 나온 그대로 인용을 한다면, 변명이라는 함정에 빠진 ‘세 번째 실수’ 내용을 언급해야만 할 것 같다.

 

책은 기본적으로 자기계발서의 내용을 갖는다. 다만 그 형식에 있어 같은 성격의 책들과는 다른 구성과 형식을 취하고 있다. 스토리가 있고, 사건이 있으며 과거의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가 각각 다른 시대를 대표하면서 이어지는 구성이다. 결국에는 두 이야기가 서로 밀접한 관계로 잘 짜여진 구성안에서 긍정적인 마무리로 끝을 맺는다. 그렇다면 이번 책은 소설인가? 라고 질문을 할지도 모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소설의 형식을 빌려온 자기계발서, 라고 대답하려 한다.

 

책에는 9가지 실수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사실 여기서 언급하는 실수는 보편적인 것도 있고, 너무 평이해서 살아가면서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들도 등장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책 속에 등장하는 실수의 모든 것들은 ‘극복 가능한’ 것이며 ‘수정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결론하에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현재의 시간을 살아가는 데이비드는 소극적이며 자신감이 결여된 현대인을 대표한다. 회사에서는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이고, 전기세와 각종 고지서가 책상위에 쌓이는 상황에서 그에게는 분명 변화가 필요했다. 절실한 사람에게 기회가 찾아오는 걸까.

데이비드의 이런 안 좋은 상황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움을 갈구하는 중요한 순간으로 작동되는 하나의 시발점이 되었고, 선택받을 자격을 갖추었다고 판단의 기준이 되었던 것 같다. 바로 그런 악조건의 한 가운데에서 인생의 선배들에게 9가지 실수에 대하여 충언을 듣게 된다. 그리고 과거의 시대를 살아가는 또 한명의 주인공인 아리아의 등장은 스토리의 긴장감을 가져다주는데 제 몫을 잘 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아리아의 이야기는 9가지 실수와 관련한 책의 근본과 수호자들의 이야기, 모든 것들의 맨 처음을 언급하고 있기에 구성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 책이 자기계발서임에도 자주 눈길을 잡는 것은 한가지 한가지 나름의 깊이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를 붙잡고 속내를 내비치는 일 역시 쉽지 않다. 사람은 소통하는 존재이고, 그렇기에 함께하는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가끔 사람들은 이런 말을 중얼거린다. 군중 속에 고독감을 아는가, 라고 말이다.

군중 속에서 왜 고독감을 느껴야 할까. 그것 역시 9가지 실수 중 하나에 속하는 이유로 해석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책은 책으로서 가치를 인정받는다. 책의 저자는 많은 강연을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이야기를 알리면서 그들의 삶에서 변화를 일으키고자 많은 노력을 해왔다는 해설을 접했다.

일순간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람이 변한다는 것은 말처럼 간단한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찾아오는 변화가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지 않을까, 라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나려 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람이다. 어쩌면 이런 내게도 데이비드에게 9가지 실수를 전하던 선배들이 다가와 당신의 그 생각도 역시 실수입니다. 라고 말하지 않을까. 갑자기 그런 상상을 하게 된다.

 

삶은 삶 자체로 어렵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주저앉을 때도 있고, 무릎을 꿇을 때도 있고,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쯤은, 이만큼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 삶의 이치인 듯싶다. 나는 아직도 그런 말을 중얼 거린다. 누군가 왜 사냐건 묻는다면, 그냥 웃지요. 라고 대답해라. 어느 시인이 시 속에 적어두었던 구절이다. 그러니까 이런 사고와 판단은 내가 살아온 시대에 맞는 생각이 아닌가. 이건 또 무슨 아집인지 모르겠다.

 

적극적으로 따라가지는 못하더라도 책 속에 내용은 한번쯤 깊이 생각해볼 것들이어서 언젠가 다시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두려움 없는 삶에 대하여. 그 무엇이 되었든 간에. 건강하게 내 삶과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을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책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각자의 삶을 재구현해서 행동으로 옮길 것을 이야기한다. 젊은 친구들이 함께 읽어봐도 좋을 책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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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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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작가 라우라  에스키벨은 멕시코 출신의 여성작가다. 소설은

부엌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12달 12가지 요리를 소개하면서 요리와 스토리가 적절하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나

중남미 지역의 문화를 남성이 아닌 여성 작가의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것에 더욱 몰입해서 읽고, 읽으며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책이었음은 분명하다.

우리의 문화와 닮은듯 서로 다른듯.



때로는 요리가 주요 포인트가 되는 영화도 있었고, 주된 스토리와 곁에서 요리가 조연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었던것 같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어디에 속하는걸까.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것도 같지만 요리를 통해 인물의 심리가 투영이 되고, 요리를 통해 사건의 시작과 끝이 함께하는 것으로 봤을 때 작품과 요리는 주연 혹은 조연의 성격이 아니라 동등한 입장에서 작품을 떠받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처음 어느 출판사에서 연령대별로 읽기좋은 책을 소개할 때 이 책은 이십대를 위한 책으로 소개되었다.

사랑이라는 것에 포인트를 두고 권했던 것 같다.

책은 단순한듯 하지만 단순하지 않다.

단순히 이십대의 열정과 사랑만을 관점에 두고 논하기에는  더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있기에 개인적으로는

그 연령별 선별 기준이 썩 마음에 들지가 않는다.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여성이 주를 이룬다. 어머니와 세 딸들. 하녀. 부엌에서 도와주는 나차까지 모두 여성이다. 이를테면 모계중심사회를 연상시킨다. 위험 앞에서도 굴하지 않게 총을 들이대며 자신의 것을 지키는 마마 엘레나.

일상에서 지독하게도 고약하기짝이 없는 인물로 등장하는 이 인물은 사실상 소설속에 등장하는 사회와 문화가 만들어낸 처음 희생자라고 볼 수 있다. 거부하고 싶었으나 결국 순응하고 받아들일수밖에 없었던 시대. 그러나 그녀의 딸들은 어머니와는 다른 삶을 선택하게 된다.



가부장적 사회분위기와 그 안에 속한 피동적이고 구속화된 여성의 삶을 적극적으로 바꿔가며 변화를 추구하려 애쓰는 등장인물을 등장시킴으로서 어쩌면 이 작품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중요한 위치에서 선택권을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막내 딸로 태어나면 자신의 어머니를 죽을 때까지 같이 살면서 거둬야하는 숙명. 이 숙명 앞에 첫사랑과의 인연을 포기 할수밖에 없는 주인공 티타.

부엌은 그녀만의 안식처이자 그녀가 인간으로서 행복함을 만끽할 수 있는 최소한의 허락된 공간이었다.

다양한 요리가 소개되고, 사랑과 열정, 그리고 숙명을 거부하고 주어진 상황이 만들어내는 억압에 대항해 자신의 삶을 위해 당당해지기까지

그녀는 상처 받고 눈물 흘리며 그렇게 성숙해져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티타가 새로운 인연을 놓지 말고 새로운 삶을 따라가기를 바랐지만, 작가는 티타의 처음 믿음과 처음 사랑에 손을 들어주고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아주아주 어릴 때의 기억 하나를 소집하곤 했다. 부뚜막에 앉아서 내게 클레멘 타인을 불러주던 한 사람이 생각났다. 그 사람은 어쩌면 소설속  나차인 동시에 티타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딸은(여자는) 성장해서 어머니가 되고, 아이를 낳고, 자신의 것을 아이에게 물려주고

자신이 속했던 긍정의 많은 것들을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이어지게 하는 무언의 힘을 갖는다

아이가 딸일 경우에는 더욱더 그 밀착 관계가 강하다.

세대를 이어가면서도 그들이 서로 하나가 되어 강한 연대감으로 교류한다는 것은

많은 것들을 시사한다고 봐야 한다.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 삶을 지혜롭게 살아내는 방법.

그리고 타인을 사랑하는 방법과  마지막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까지 



그런 까닭에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제목 그대로 달콤하지만은 않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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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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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삶은 아름다운 걸까?
이니면 철저하게 그 반대일까?


나이가 들면서 생각은 각을 세우면서 갈라진다
생은 결코 아름답거나 포근하거나 따뜻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깊어가는 삶의 연민과, 여유와,
달관이 모든 어려움을 승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들.


너무 늦지 않게 떠나야 한다고 종종 생각해왔다.
우리는 모두 사랑  받을 권리가 있고, 마지막 순간까지 그 본능과도 같은 권리?에  안기어 혹은 갇혀서 마지막 정리를 하고 싶은게 아닐까


우리 각자의 삶의 모습일랑
시작과 여정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하나같이 제발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에밀 아자르가 로맹 가리였다는 건 내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에밀 자르라는 필명으로 만난 ㅡ자기 앞의 생 ㅡ만을 생각할뿐이다.
모하메드는 아랍계 부모를 두었으나 유대계 나이 많고, 의심이 많으며 늘 다가오고야 말 죽음을 두려워하는 로자할머니와 살아간다.
삶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그 삶의 여정이 다소 매끄럽지는 않아야한다는 전제조건을 다시 끌어안아야 하는건지, 아예 깡그리 무시해도 되는건지 고민 중이다.
로자할머니아 매춘부들이 낳은 아이들이 함께 살고 있는 
낡고 높기만한 엘리베이터조차 없는 허름한 아파트.
프랑스인과는 다른 이민족ㅡ아랍계, 유대계, 흑인 등등 ㅡ들의 열악한 환경.
 이러한 구조적인 소설적 배경조차 삶의 가치를 부각시키려 했던 작가의 의도일지도 모르지만


누가 알겠는가. 소외되고, 비난받고, 멸시받는 그들도
하나의 존귀한 생명을 가진 인간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삶은 어떠한 경우에도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무거운 주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할머니와 하밀 할아버지 여장남자로 매춘을 하는 롤라아줌마. 카츠 의사선생님 외에도 아파트에 살고 있는 많은 선한 이들 속에서
어린아이에서 소년 그리고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주인공 모하메드이자 모모의 이야기는 
삶이란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존귀한 명제 하나를 남겨주는 깊이 있는 책이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ㅡ96p


생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별로 신경쓰지 않고 살아가게 한다 ㅡ178


생(삶)은 가벼우면서 무거운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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