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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의 책 - 수천 년 동안 깨달은 자들이 지켜온 지혜의 서
스킵 프리처드 지음, 김은경 옮김 / 쌤앤파커스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실수의 책
-두려워하지 말자. 무엇이든-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런데 가끔은 그것이 실수인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일도 있는 것 같다. 모르고 지나가면 모르는 채 평생을 살고, 그 반대일 경우라고 한다면 실수를 범한 장본인이자잘한 깨달음과 앎이라는 것을 느끼며 살아갈 수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말이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은 실수를 인정하기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받아들이기 어렵고 인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해석한다. 그래서 그건 실수가 아니었다, 라는 식의 변명을 하기도 하고 자기합리화를 통해서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를 바라거나, 그도 아니면 선택적 기억상실이라는 것에 의지하기도 하는 듯하다. 이런 노력? 들이 정말 진정성이 있는 노력들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사람들이 실수에 대한 대처방법을 논한다고 했을 때 아마도 앞에서 열거했던 방법들을 떠올리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내 성격상 실수를 범하는 행위 자체를 싫어해서 가능하면 실수를 하지 않으려 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사람들은 이런 내게 완벽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건 좋지 않다는 충언을 해주곤 했었다. 아이들을 양육함에 있어서 이러한 성향이 아이의 인격형성에 좋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는 선생님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다지 완벽한 인간은 아니고, 또 완벽해지려고 호들갑을 떠는 타입도 아니다. 좀 허술한 것보다는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수준이라고 해두자. 사실 이런 식의 표현 역시 변명에 불과하다. 책에 나온 그대로 인용을 한다면, 변명이라는 함정에 빠진 ‘세 번째 실수’ 내용을 언급해야만 할 것 같다.
책은 기본적으로 자기계발서의 내용을 갖는다. 다만 그 형식에 있어 같은 성격의 책들과는 다른 구성과 형식을 취하고 있다. 스토리가 있고, 사건이 있으며 과거의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가 각각 다른 시대를 대표하면서 이어지는 구성이다. 결국에는 두 이야기가 서로 밀접한 관계로 잘 짜여진 구성안에서 긍정적인 마무리로 끝을 맺는다. 그렇다면 이번 책은 소설인가? 라고 질문을 할지도 모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소설의 형식을 빌려온 자기계발서, 라고 대답하려 한다.
책에는 9가지 실수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사실 여기서 언급하는 실수는 보편적인 것도 있고, 너무 평이해서 살아가면서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들도 등장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책 속에 등장하는 실수의 모든 것들은 ‘극복 가능한’ 것이며 ‘수정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결론하에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현재의 시간을 살아가는 데이비드는 소극적이며 자신감이 결여된 현대인을 대표한다. 회사에서는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이고, 전기세와 각종 고지서가 책상위에 쌓이는 상황에서 그에게는 분명 변화가 필요했다. 절실한 사람에게 기회가 찾아오는 걸까.
데이비드의 이런 안 좋은 상황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움을 갈구하는 중요한 순간으로 작동되는 하나의 시발점이 되었고, 선택받을 자격을 갖추었다고 판단의 기준이 되었던 것 같다. 바로 그런 악조건의 한 가운데에서 인생의 선배들에게 9가지 실수에 대하여 충언을 듣게 된다. 그리고 과거의 시대를 살아가는 또 한명의 주인공인 아리아의 등장은 스토리의 긴장감을 가져다주는데 제 몫을 잘 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아리아의 이야기는 9가지 실수와 관련한 책의 근본과 수호자들의 이야기, 모든 것들의 맨 처음을 언급하고 있기에 구성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 책이 자기계발서임에도 자주 눈길을 잡는 것은 한가지 한가지 나름의 깊이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를 붙잡고 속내를 내비치는 일 역시 쉽지 않다. 사람은 소통하는 존재이고, 그렇기에 함께하는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가끔 사람들은 이런 말을 중얼거린다. 군중 속에 고독감을 아는가, 라고 말이다.
군중 속에서 왜 고독감을 느껴야 할까. 그것 역시 9가지 실수 중 하나에 속하는 이유로 해석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책은 책으로서 가치를 인정받는다. 책의 저자는 많은 강연을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이야기를 알리면서 그들의 삶에서 변화를 일으키고자 많은 노력을 해왔다는 해설을 접했다.
일순간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람이 변한다는 것은 말처럼 간단한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찾아오는 변화가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지 않을까, 라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나려 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람이다. 어쩌면 이런 내게도 데이비드에게 9가지 실수를 전하던 선배들이 다가와 당신의 그 생각도 역시 실수입니다. 라고 말하지 않을까. 갑자기 그런 상상을 하게 된다.
삶은 삶 자체로 어렵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주저앉을 때도 있고, 무릎을 꿇을 때도 있고,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쯤은, 이만큼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 삶의 이치인 듯싶다. 나는 아직도 그런 말을 중얼 거린다. 누군가 왜 사냐건 묻는다면, 그냥 웃지요. 라고 대답해라. 어느 시인이 시 속에 적어두었던 구절이다. 그러니까 이런 사고와 판단은 내가 살아온 시대에 맞는 생각이 아닌가. 이건 또 무슨 아집인지 모르겠다.
적극적으로 따라가지는 못하더라도 책 속에 내용은 한번쯤 깊이 생각해볼 것들이어서 언젠가 다시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두려움 없는 삶에 대하여. 그 무엇이 되었든 간에. 건강하게 내 삶과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을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책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각자의 삶을 재구현해서 행동으로 옮길 것을 이야기한다. 젊은 친구들이 함께 읽어봐도 좋을 책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