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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 우리 시대의 스승 열여덟 분의 행복법문
고산스님 외 17인 지음 / 불광출판사 / 2011년 1월
평점 :
마흔다섯 번째 서평
사랑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 시대의 스승 열여덟 분의 행복법문)
진정한 수행을 위한 충언집
행복과 사랑 그리고 진정한 삶에 있어 의구심들이 많은 이들을 위한 충언집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책 속에는 어려운 불교 경전이 자주 소개되어 있지만, 열여덟 분의 스님들을 통해 그 이야기는 쉽게 해석되는 동시에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참된 삶과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라는 화두를 선사하고 있다.
불교신자가 아닌 이에게는 다소 낯선 경전의 이야기들일 수도 있겠다. 일부에 있어서는 경전의 내용을 직설적이며 객관적으로 해석하고 풀이하는 내용이 있는가하면, 다양한 예화와 스토리를 들어 보편적인 접근성을 넓히는 식의 기술도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책 ‘사랑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경전의 이해와 더불어 일찍부터 부처의 제자가 되는 길을 선택한 인생 선배들의 삶의 진솔한 경험과 그 속에 녹아드는 불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접해볼 수 있다는 데 그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다.
제목을 접했을 때는 그저 사랑을 논하는 담론이 아닐까 했지만, 기실 내용은 사랑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를 테면 종진 스님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정무 스님의 ‘인생의 빚은 어떻게 갚는가’, 도법 스님의 ‘나를 존재케 하는 모든 생명이 부처’, 무여 스님의 ‘잘 사는 법과 잘 죽는 법’ 과 같이 행복에만 머물지 않으면서 세상의 모든 다양한 시선의 흐름이 담겨져 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결론을 하나다. 스님들이 세인들에게 던진 질문의 시작은 나를 찾아가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들과의 관계 역시 나로 인해 시작과 끝이 나는 일이기에 나의 정신과 심신이 올곧아야 한다는 사실은 책을 읽는 동안 자주 느끼게 되는 대목임에는 분명하다. 나를 찾아가는 지루하고 외로운 그 길을 동행하면서, 삶에 대한 진지한 질문들과 의구심들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는 것이 불심이고 불경이라는 진리를 책은 나직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책에 소개된 이야기중 하나를 소개해보자. 인도 다람살라 수행 23년 청전 스님이라고 소개되고 있는 한 스님의 이야기는 ‘행복은 치열한 신앙의 희생 위에서만 꽃핀다’라는 제목으로 활자화되어 독자를 찾아온다.
다른 스님들과는 달리 청전스님은 달라이 라마의 인연으로 티베트 정부가 있는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서 달라이 라마를 보좌하며 수행중이라 했다. 스님의 ‘폐관 수행’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인 동시에, 한 인간의 삶 위에 우뚝 솟아오른 종교적 힘과 그 위엄이란 무엇인가, 라는 철학적 명제를 떠올리게 했던 요인이기도 하다.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은 빛이 차단된 움막에서 금식으로 시간의 흐름도 잊은 채 선정을 하는 그들의 행위는 무모하기까지 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 폐관 수행이 없어지지 않은 채 아직까지 이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은 행복과 사랑, 참된 인생과 종교관 등과 같은 이번 책이 선사해주는 여러 생각과 주제와는 또 다른 차원의 깊은 의미를 남기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폐관 수행자는 수행에 앞서 서약을 합니다. 부처님과 스승 앞에서 죽음이 와도 이 수행을 하겠다고 말입니다.]
진정한 수행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은 또 다른 화두로 다가온다. 폐관 수행을 앞두고 자신의 화두를 풀어내기 위해 죽음이 와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그 처절한 의지는 차라리 그 스스로가 이미 선정을 이뤄낸 마음가짐을 지닌 이로서 이미 반열의 자리에 올라선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삶에 대한 다양한 시선의 흐름이 물음에 대한 답으로 이어지고, 사람들 관계와 관계 속에서 느끼게 되는 긍정적 감정의 모든 요소들이 한데 어울려서 불심에 온전한 열기를 더해주는 따뜻한 에세이 같은 책이다. 생각할 것들이 많을 때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책이 아닐까. 어린 아이가 처음 걸음마를 시작하듯, ‘사랑할 시간을 그리 많지 않다’ 이번 책은 서툰 걸음으로 문득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잊고 주저하는 이들에게 나름의 길을 열어줄 수 있도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