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퇴계, 인간의 도리를 말하다 ㅣ 푸르메 어록
김영두 엮음 / 푸르메 / 2011년 1월
평점 :
마흔 일곱 번째 서평
퇴계, 인간의 도리를 말하다- 김영두 풀어씀
그 어떤 도가니 속에서도 정결하여라
퇴계에 관한 책이다. 책은 이를테면 백과사전과 같이 따라오는 작은 단행본과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그 내용은 짐짓 진중하다. 퇴계의 학문적 이론과 실제를 따로 모아 만든 성격의 이 책은 말 그대로 중요한 부분만 따로 뽑아 구성 편집해 출간했다고 볼 수 있다.
책의 절반 이상은 퇴계의 학문을 이으며 그의 문하에 들어 공부하던 학봉 김성일의 저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뒷부분에 곁들인 해설 부분을 참조하면 ‘퇴계어록’쯤 되는 이 한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몇대를 거쳐 몇몇 뜻있는 학자와, 스승의 대한 경외심으로 퇴계의 학문을 준수하려 노력했던 그를 따르는 제자들의 수고와 노력에 의해 재차 수정되고 다듬어졌다는 사실을 접할 수 있다.
책은 퇴계가 평소 제자들에게 강론하던 내용과 그의 일상의 면모들을 정리하여 20개의 주제별로 구분하면서 이에 대한 각각의 해석과 더불어 원문을 싣는 구성으로 어렵지 않으면서 내실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성리학에 바탕은 둔 퇴계의 기본적인 학문의 소개를 선두로 자신을 수양하는 방법(지양-수양), 독서(책 읽기), 출처(벼슬길에 나아가고 물러나는 도리), 심법(선생의 마음가짐), 자봉(선생의 일상생활), 사수(선물을 주고받는 의리), 교인(제자를 대하는 선생의 태도), 향당(선생의 시골살이) 등등 세세한 기준에 맞게 나뉘어져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부담 없이 읽어갈 수 있게 구성한 것도 전자의 이야기와 일치한다. 이 책을 정리하고 구성한 저자 김영두는 20가지의 주제에 바탕을 둔 이러한 구성의 배려가 18C 이전에 퇴계의 관한 단행본과 같은 성격의 서적들이 세간에 두서없이 떠도는 것을 한데 모아 정리하고 새롭게 편찬하는 과정에서부터 이미 시작됐다는 이야기를 남기고 있다.
“학문을 하는 도리를 반드시 정성을 하나로 모아 오래 한 다음에야 이룩할 수 있다. 들락날락 하는 마음으로 공부를 하다말다 한다면 무엇으로 말미암아 학문을 이루겠는가”
“수양이란 그 어느 것 하나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조금씩 늘 쉬지 않고 쉬운 것부터 실천해 나가야 한다”
----지양(수양)편에서 인용
이번 책은 퇴계 스스로가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하는 주자의 학문과 그 이론이 많이 거론되고 있어 퇴계 사상의 근본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주자의 학문적 영향에서 더 발전해나가는 퇴계만의 학문의 과정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퇴계 이황 그는 성리학을 기본이념으로 삼고 그 철칙을 준수하려 부단히 노력하면서도 현실과의 중용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긴밀하게 적용시켰던 그는, 어찌보면 성리학자이며 유학자 그리고 현실과의 긴요한 유대감을 중시했다는 점에서 깊이감 있는 실학자의 면모를 갖춘 인물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제자들과의 관계를 수직관계가 아닌 수평관계로 유지하며 틀렸다고 지적하기 보다는 틀린 것을 깨닫게 도와주기 위해 사고(思考)의 시간적 여유를 주려 노력했던 그는 진정한 스승이자 학자가 아니었을까.
“~~~ 그러나 반드시 당신이 옳다고 하지 않고, 다만 나는 이럴 것 같은데 어떤지 모르겠다, 고만 하셨다”
때때로 제자들의 지나친 경외심이 드러나는 발언 등이 눈에 띄는 표현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퇴계의 어록을 근본으로, 스승 퇴계의 학문과 인간 퇴계의 진솔한 모습을 접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을 갖는다.
퇴계와 같은 이의 존재가 아쉽기만 한 시대다. 그러나 모르긴 해도 어딘가에서 그와 같은 대학자의 풍모와 학문으로 외길을 걸어가는 이가 꼭 한 명쯤은 있지 않겠는가.
역사란 돌고 도는 것이라고 했지만 역사속의 인물들의 존재감은 시대가 변해갈 수록 그 가치가 더욱 공허하게 커지는가 싶다.